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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Apr 28. 2022

<18>딸아,너에게 해줄 말 있어
-자선에 대해

가슴 따뜻한 사람이 되어라

딸아, 머리는 차고 가슴은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머릿속 지식은 냉정하리만큼 엄격하게 사용해야겠지만 가슴속 사랑은 이 세상 누구나 안아줄 수 있는 따스한 마음이어야 한다. 

세상에는 어렵게 사는 사람이 부지기수로 많아. 주변을 둘러보거라. 경제적 사회적으로 소외돼 우리와 함께 밝은 햇살을 쬘 수 없는 사람이 실로 적지 않단다. 그들에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딸아,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란 자기를 생각하는 만큼 남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란다. 북풍한설에 온수조차 없는 단칸 셋방에서 겨울 나는 이웃을 가끔이라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지. 자기보다 어려운 친구에게 안부 전화라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가끔 자기한테 손해가 되더라도 감수할 줄 알고, 비움이 곧 채움임을 아는 사람이란다.


네가 가졌다고 다 네 것은 아니다

딸아, 돈은 행복의 원천이란다. 재산이나 소득이 없으면 당장 사람 구실 하기가 쉽지 않거든.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죽으라고 돈을 버는 거겠지. 그 와중에 빈부격차로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어. 부자들이 내는 세금으로는 골고루 먹고 살기 어렵다는 뜻일 게다.

그러니 가진 것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해야 한단다. 네가 가졌다고 다 네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할 거야. 한때 잠시 맡아가지고 있던 것을 이웃에게 나눠주는 셈이라고 말이야. 베푼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눈다고 생각하렴.

“당신이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부는 당신이 누군가에게 선물한 부다.” 로마의 황제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통찰이란다. 나눠주는 자가 진정한 부자란 뜻이리라.


도움 필요한 사람은 바로 네 곁에 있다

딸아, 자선을 실천한다고 굳이 먼 곳 쳐다볼 필요 없어. 네 주변에도 도움 바라는 사람이 적지 않아. 취직이 안돼 걱정이 태산인 친구, 남자 친구와 헤어져 슬픔에 휩싸인 후배, 제때 승진하지 못해 속상해하는 선배, 부모 이혼으로 가슴 아파하는 친구, 결혼 준비 과정에서 분란이 생겨 마음이 심란한 후배….

딸아, 이들에게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며 다정하게 건네는 위로 한마디가 큰 힘이 될 수 있단다. 따뜻한 커피 한잔 사주며 하소연을 길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격려가 될 수 있어.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다.”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에 나오는 이 세 마디는 자선을 주저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다.


노숙자가 손 내밀면 무조건 줘라

딸아,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만나면 주저하지 말고 지갑을 열어라. 길거리에서 노숙자를 만나면 더럽다고 피하지 말고 다정한 눈길을 줘라. 그들은 인생에서 잠시 실패한 사람일 뿐 피해야 할 악한 사람은 아니란다. 우리 모두의 형제자매란다.

그들을 놈팡이라고, 도움받을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매도하거나 일할 수 있는데 왜 빈둥거리냐고 따지지 마라. 네가 절대로 알 수 없는 딱한 사정이 있는지도 모른다. 젖소가 젖을 내어줄 때, 사과나무가 사과를 내어줄 때 우리한테 받을 자격을 따지지 않는다. 그러니 없는 사람이 손 내밀면 조금이라도 무조건 줘라. 그런다고 네가 가진 것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한 개의 촛불로 많은 초에 불을 붙여도 첫 촛불의 빛이 약해지지 않는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란다.


너보다 못한 친구를 다정하게 대해라

딸아, 주변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너보다 부족한 친구가 더러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 지독히도 공부를 못한 친구, 상급학교를 제대로 나오지 못한 친구, 직장이 변변찮은 친구, 경제적으로 힘든 친구, 외모가 지나치게 뒤쳐지는 친구,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소극적인 친구…. 

이런 친구들을 잘 살피는 딸이면 좋겠다. 뭐든지 잘 나가는 친구만 좋은 친구가 아니란다. 너보다 못한 친구들은 너와 친해지고 싶어도 접근하길 어려워할 가능성이 있단다. 그럴 때 먼저 손을 내밀어 다정한 친구가 되어주렴. 지식이나 생활 수준에 차이가 나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단다. 경쟁 관계가 아니기에 더 진한 우정을 만들어갈 수도 있어. 그들의 삶을 통해 의외의 인생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단다.


길거리 물건값 깎지 마라

딸아, 대형 할인마트가 상권을 주름잡는 요즘, 영세 노점 상인들의 삶이 많이 힘들어. 임차료 부담 때문에 조그마한 가게조차 낼 수 없는 사람들의 표정은 예외 없이 어둡단다. 길거리 일하는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고, 수입은 쥐꼬리만 하니 웃음이 나올 리가 없지.

딸아, 이런 사정을 안다면 길가다 가끔이라도 노점 물건을 사주렴. 마트보다 질이 다소 떨어지고 비위생적일 수도 있지만 요즘 세상에 엉터리 물건일 리는 없어. 노점 상인들도 마트 가격을 뻔히 알기 때문에 비싸게 받을 리도 없고 말이다.

그리고 물건값 깎을 생각 절대 하지 마라. 마트처럼 정찰제가 아니라고 가격 후려치는 건 그들에게 가혹 행위일 수도 있어. 무턱대고 재미 삼아하는 에누리 시도, 가격 정찰제가 전혀 없던 옛날 옛적 추억일 뿐이야. 


헌혈은 생명 나눔이다

딸아, 헌혈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고귀한 자선이란다. 그야말로 사랑의 실천이자 생명 나눔이거든. 본인과 가족,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딸아, 마음에 여유가 있다면 이따금 헌혈을 해라. 어느 사회나 혈액은 고갈 직전 상태란다. 사고팔 수가 없어 전적으로 기부에 의존하기 때문에 항상 부족하지. 젊은 시절 헌혈은 몸에 전혀 해롭지 않단다. 잠시 빈혈 증상 같은 게 있더라도 하루 이틀이면 원상회복된단다. 너 나이쯤이면 1년에 한 번 정도 하면 어떨까 싶다. 혹여 지인으로부터 다급하다며 지정헌혈을 요청하면 지체 없이 달려가도록 해라.

헌혈도 건강해야 할 수 있단다. 헌혈 전에 반드시 혈액검사를 하기 때문에 자기 건강을 체크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어. 최소한 헌혈이 가능할 정도는 건강을 유지해야겠다.


장기기증을 염두에 두고 살아라

딸아, 헌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고귀한 자선은 장기기증이란다. 뇌사 판정 시, 혹은 사후에 자신의 장기를 이식이 필요한 중증 환자에게 무상으로 기증하는 걸 말하지. 이 세상 최고의 생명 나눔이라 하겠다. 

사람은 언제 어떻게 죽을지 아무도 몰라. 죽고 나면 아무 쓸모도 없는 장기를 꼭 필요한 사람에게 줘서 새 생명을 얻게 하는 장기기증.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등록 서약하는 사람은 소수란다. 죽음에 대한 상상을 하기 싫기 때문 아닐까 싶다. 

하지만 딸아, 자신의 장기 기증으로 죽어가던 남의 생명이 되살아나는 걸 상상하면 실로 감격스러운 일 아닐까? 당장은 아니더라도 기증을 염두에 두고 살기 바란다. 삶과 죽음의 참된 의미를 깊이 성찰하게 함으로써 현재의 네 삶이 훨씬 충실해질 거야.

 

자선단체에 정기 후원을 해라

딸아, 자선을 가장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자선단체를 통한 정기 후원이란다. 언젠가 많은 액수를 한꺼번에 기부해야지 마음 먹지만 실제론 잘 되질 않거든. 차일피일하다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많아. 영국 작가 사무엘 존슨이 정곡을 찌르는 말을 했더구나. “한꺼번에 많은 선행을 하려고 미루는 사람은 어떠한 선행도 하지 못할 것이다.”

마음에 드는 자선단체를 골라 소액이라도 매달 후원금을 보내보아라. 경제적 부담이 거의 되지 않으면서 묘한 보람을 느낄 수 있어 좋단다. 후원금을 단체 운영비로 쓰는 비리가 드러나곤 하지만 극소수 단체의 일탈이라고 보면 돼. 후원금 모금과 전달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건 사실이고, 해당 관청에서 이를 적절히 관리하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어. 믿고 지갑을 열어도 돼.


천국행 심사 때 필요한 것은 자선 확인증밖에 없다

“자선은 주는 자와 받는 자를 모두 축복하는 것이니 미덕 중에 최고의 미덕이다.” 딸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이란다. 

그렇다. 누군가 자선을 행하면 받는 사람의 삶은 당연히 윤택해진다. 그 사람 얼마가 고마워하겠는가. 자선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주는 기쁨은 받는 기쁨보다 결코 작지 않아. “타인에게 베푸는 기쁨에 비례하여 자신의 기쁨이 쌓인다”라고 한 제레미 벤담의 말은 딱 맞다.

딸아, 천국행 심사 때 필요한 것은 자선 확인증밖에 없단다. 섬뜩하게 들리지 않은가. 대통령 당선증도, 박사 학위증도 필요 없다는 말이다. 그때 가서 그럴듯한 자선 확인증 하나 없으면 도대체 어쩔 참이냐. 너에게는 아직 시간이 무궁무진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그래도 미리 준비해서 마음의 평화를 얻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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