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처럼 Apr 30. 2022

<19>딸아,너에게 해줄 말 있어
-종교에 대해

종교, 있으면 좋다

딸아, 인간사에서 종교만큼 논쟁적인 주제는 없을 것이다. 종교를 가질지 말지, 가진다면 어떤 종교를 가질지를 두고 평생 고민하고 토론하지. 종교는 수천 가지 색깔을 띠고 있지만 자연에 대한 두려움, 영원에 대한 갈구, 마음의 평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은 공통된 모습이지. 

신앙심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 영역이기 때문에 종교에는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종교를 갖든 말든 본인이 결정할 문제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종교는 구원이나 깨달음이라는 궁극적 관심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권장할 만한 것임은 분명해.

현재 전 세계인의 80% 이상이 종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커. 종교를 악용하는 정치권력이나 일부 타락한 종교권력이 문제일 뿐 종교 자체는 좋다고 아빠는 생각해. 괜히 거부감 가질 필요는 없어. 


남의 종교를 폄하하지 마라

딸아, 종교의 본질은 사랑이란다. 종교가 추구하고 약속하는 모든 것은 사랑에서 출발하지. 그런 점에서 모든 종교는 하나라고 할 수도 있어. 각각 구원과 깨달음을 추구하는 기독교와 불교가 전혀 다른 것 같아도 결국 사랑이라는 진리의 산봉우리에서 만난다고 아빠는 생각해.

“사실 진리는 하나인데 종교마다 표현을 달리 하고 있을 뿐이다. 가끔 성경을 읽으면서 느끼는 일이지만 불교의 대장경을 읽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때가 있다.” 법정스님의 말이란다. 그러니 서로 자기 종교가 좋다고, 남의 종교는 좋지 않다고 아옹다옹하는 모습은 안쓰러울 뿐이야.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결코 이런 모습 보이지 않는단다.

딸아, 남의 종교를 존중할 줄 아는 품격 있는 신앙인이 되어라. 자기 종교가 중요한 만큼 남의 종교도 중요하니까 말이다.


남의 종교에도 관심을 가져라

딸아, 남의 종교를 존중하려면 그 종교가 어떤 건지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어. 무식하니 용감하다고, 잘 모르니까 함부로 남의 종교를 폄하하거든. 여러 종교에 대한 기본지식을 가진 사람은 절대 남의 종교를 욕하지 않아. 다른 사람의 종교와 믿음이 나와 방향이 다를 뿐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지.

남의 종교라도 그 교리를 살펴본다든지 종교 행사에 참석해보는 것이 좋아. 기독교 신자라면 불교 법회에 참석해보고, 불교 신자라면 교회 예배나 성당 미사에 한 번이라도 가보는 거지. 종교 전반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책을 한 권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상식을 늘리는데도 도움이 될 거야. 

절이나 교회를 방문할 때 자기 종교와 상관없이 합장이나 ‘기도 손’을 해 보이는 건 기본적인 예의라고 아빠는 생각해.


가족끼리라도 종교를 강요하지 마라

딸아, 사랑이 본질인 종교가 공동체의 화합은커녕 갈등 요인이 되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야. 국가 간 분쟁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 간 반목을 부르는 경우도 적지 않아.

모든 진리가 그렇듯이 종교는 정신적 자유를 기반으로 탄생하기 때문에 가족끼리라도 신앙을 강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에서 부부간, 부모 자녀 간 종교 갈등을 겪는 모습은 부끄러운 일이란다. 특히 기독교와 비신자, 기독교와 타 종교 간 갈등이 많지.

딸아, 일가족의 종교가 같으면 당연히 좋겠지. 하지만 강요하지는 말고 신앙적 모범을 보임으로써 하나로 모아가는 노력을 하는 게 좋아. 끝내 모아지지 않는다면 신앙생활을 따로 해도 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는 각각 천주교와 개신교 신앙을 평생토록 지켰지만 별 어려움이 없었단다.

 

사이비 종교를 조심해라

딸아, 종교생활을 하면서 사이비 종교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핵심 교리에 있어 종교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반사회적 행위를 도모하는 집단 말이다. 신흥종교, 유사종교, 사교(邪敎)를 말하지. 

종교가 아예 없는 사람보다 정상적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교묘하게 유혹하기 때문에 더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단다. 마음이 아프거나 여린 사람들을 미혹에 빠뜨리는 거지. 교주를 신격화하는 집단, 시한부 종말론을 표방하는 집단, 재산이나 성을 착취하는 집단이 사이비 종교의 대표적인 모습이란다.

특히 기성 종교의 문제점을 파고들며 신비주의를 내세우는 집단을 조심할 필요가 있어. 이성을 벗어나 맹신하는 여성들을 주로 포섭하므로 특히 유의해야 한다. 오로지 감정에만 휘둘려 종교 생활하는 사람이 사이비 집단의 표적이거든.


기도하면 네가 먼저 바뀐다

딸아, 종교를 가진 사람에겐 기도만큼 중요한 게 없단다. 종교생활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해야겠지. 끊임없이, 그리고 쉬지 않고 기도하라는 말 많이 들었을 거야.

기도는 간절한 마음으로 해야 한단다. 너도 경험해봤겠지만 기도는 반드시 이루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자기도 모르게 간절해지잖아. 사실 기도를 하면 절대자가 그것을 들어주기 전에 자기 생각이 먼저 바뀐다고 아빠는 생각해. 그렇게 해서 기도의 목적이 이뤄지는 거지. 자연스럽게 마음에 평화가 오는 거야.

신앙이 없거나 냉담하는 사람도 기도는 하는 것이 좋아. 하루 한번 감사기도 하는 것 어때? 아빠가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 쥘 르나르의 아침 기도 한번 따라 해 보렴. “눈이 보인다/ 귀가 즐겁다/ 몸이 움직인다/ 기분도 괜찮다/ 고맙다/ 인생은 참 아름답다.”


성경을 읽어라

딸아, 성경은 누가 뭐래도 최고의 베스트셀러란다. 전 세계 기독교 인구가 23억 명이나 된다니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기독 신자들은 일요일마다 교회에서 조금씩 읽고, 가끔은 집중해서 성경 공부를 하지. 신앙을 공고히 하는데 성경 독서는 필수겠다. 

아빠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도 성경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 굳이 기독 신앙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본 상식을 갖추기 위해서 말이다. 성경을 모르고는 서양의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어. 특히 유럽의 모든 것은 그리스 로마 문화와 기독교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지. 

평소 서양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성경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아주 커. 공부를 해도 그렇단다. 문학 음악 미술 건축 역사 철학 등 서양을 공부하려면 성경부터 먼저 읽으라고 아빠는 감히 말하고 싶어.


불경을 읽어라

딸아, 우리나라에선 어느 누구도 불교와 담쌓고 살 수는 없어. 종교 중에서 불교 인구가 가장 많고, 전국 산 골짜기마다 절이 있으니 불교는 우리의 생활 자체라고 봐야겠다. 

기독 신자들 중에 불교는 유일신 개념이 없다는 이유로 종교가 아니라고 폄하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아. 깨달음이라는 궁극적 관심을 추구하는 훌륭한 종교라고 해야겠다. 최근 유럽에서 불교 신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란다.

불교를 이해하려면 당연히 불교 경전을 읽어야 한다. 신자가 아니라도 기본 경전은 조금 읽어보는 게 좋겠다. 불경은 내용이 워낙 심오하고 철학적이라서 이해하기가 어려워. 해설서를 곁들여 읽어보렴. 그중에서 반야심경은 내용이 아주 간결하고 분량이 적어 불교 입문서로는 가장 좋은 것 같아. 시간이 되면 금강경도 읽어보렴.


마음이 심란할 땐 명상을 해라

딸아, 요즘 미국이나 서유럽에선 명상이 유행이란다. 미국 IT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이를 도입하고 있다는구나. 명상은 원래 힌두교나 불교의 수행 방법이지만 꼭 종교적인 시각에서 볼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정신치료나 심리학에도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거든.

생각을 한 군데로 모아 잡념을 없앰으로써 마음에 평온을 가져오게 하니 얼마나 좋으냐. 스트레스 해소, 피로 회복, 수면장애 개선, 불안 및 우울 증상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단다.  

명상에는 특별한 기구나 시설이 필요 없어. 전문가에게 방법을 배우면 좋겠지만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단다. 조용한 공간만 확보되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어. 하루 20분 정도가 좋다는데 처음에는 5분만 해도 효과가 있단다. 너도 마음이 심란할 때 가만히 앉아 정신을 집중해보렴. 


사주는 보지 마라

딸아, 사주 보는데 재미 붙이지 마라. 사주, 즉 태어난 연월일시 네 가지로 사람의 길흉화복을 점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과학적인 근거나 검증절차가 전혀 없는 미신일 따름이란다.

명리학이란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지만 사람의 운명이 태어난 연월일시로 결정된다는 건 어불성설이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주는 대위로 제대해서 구멍가게 운영하다 65세에 죽는다는 것이었단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 명이라면 대략 100명꼴로 똑같은 사주를 갖고 있단다. 100명의 운명이 과연 똑같을까?

딸아, 사주는 친구들끼리 호기심으로 한두 번 볼 수는 있겠지만 그걸로 끝내야 한다. 대신 두 현대 철학자의 말에 귀 기울여라. “인간의 운명은 인간의 손안에 있다.”(장 폴 샤르트르)  “운명아 비켜라, 용기 있게 내가 간다.”(프리드리히 니체)

작가의 이전글 <18>딸아,너에게 해줄 말 있어 -자선에 대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