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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Aug 26. 2022

<18>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으면
행복하다

-나태주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나태주(1945~ )=충남 서천 출생. 시인. 한국시인협회장 역임. ‘풀꽃’이란 시가 워낙 유명해 풀꽃시인이라 불림. 저서로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등 다수.



나태주는 시골 할아버지 같은 외모만큼이나 마음이 넉넉해 보이는 시인이다. 평생 초등학교 교사를 역임해서인지 젊은이들을 격려하는 시를 많이 썼다. 여러 시집의 제목에서 그걸 알 수 있다. ‘기죽지 말고 살아 봐’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네가 웃으니 세상도 웃고 지구도 웃겠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풀꽃’은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시의 백미라 하겠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에게도 관심과 애정을 가지면 특별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리라. 


첫머리에 소개한 시는 나태주의 ‘행복’이란 작품이다. ‘풀꽃’만큼이나 짧지만 메시지는 강렬하다. 그에게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재물도 권력도 명성도 아닌 듯싶다.


시인은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으면 행복하다고 했다. 얼마나 소박한가.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집에 들어갈 수 없는 방랑자나 노숙자에게는 사정이 다르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혹은 가정 불화 때문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 설령 들어가더라도 포근함을 느낄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는 집이 있음에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따스한 행복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매일 귀가할 때마다 감사하는 마음 가져보면 어떨까.


시인은 또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으면 행복하다고 했다. 부모나 형제, 친구, 스승, 연인 누구나 해당될 수 있겠다. 마음 속이라 했으니 돌아가신 부모나 스승에게 의지해도 행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으면 행복하단다.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아무 노래나 부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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