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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Sep 09. 2022

<16> 눈이 보이고 귀가 들리면 행복하다

-쥘 르나르

“눈이 보인다. 귀가 즐겁다. 몸이 움직인다. 기분도 괜찮다. 고맙다. 인생은 참 아름답다.”


*쥘 르나르(1864~1910)=프랑스의 소설가, 극작가, 시인. 사실주의, 자연주의 소설 쓰기에 몰두. 저서로 ‘홍당무’ ‘포도밭의 포도 재배자’ 등 다수.



이 글은 자전적 성장소설 ‘홍당무’ 작가로 유명한 르나르의 아침 기도문이다. 병약했던 그가 실제로 매일 아침 침대에서 되뇌었다는 기도 문구다.


르나르는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에게 배척당해 애정 결핍을 겪어야 했다. 가난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생활 전선에 나가야 했으며, 30세 무렵에는 거의 번아웃 상태였다.


이후 작가의 길을 걸었으며,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종 도뇌르를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으나 편두통이 평생 그를 괴롭혔다. 결국 46세 젊은 나이에 동맥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이 때문일까, 그의 작품들은 비평가들에게 ‘우울증’이란 평가를 받는다.


르나르 기도문의 주제는 만족과 감사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보이고, 귀가 들린단다. 몸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기분도 나쁘지 않단다. 그래서 고맙고 인생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밤 사이에 죽지 않고 벌떡 일어나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기도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이런 기도를 하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행복할 것이다. 르나르라고 왜 욕심이 없었겠는가. 자기가 쓴 책이 더 많이 팔리고, 문단에서 더 큰 인정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단지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지극히 겸손한 마음을 지녔던 것 같다.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소설 ‘홍당무’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그렇다면 말이야 홍당무, 행복은 단념하거라. 미리 말해두지만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지는 않을 거야.” 가정 안에서 삶이 너무 고단해 자살하고 싶다고 말하는 어린 아들 홍당무에게 아버지가 조언이랍시고 한 말이다.


이해하기 힘든 아버지이지만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고 감사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르나르가 자기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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