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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Aug 23. 2023

<28> 2000명과 편지를 교환한
‘사랑의 여신’

자유

-조르주 상드(프랑스 작가)의 좌우명



많은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음으로써 서간문학의 업적을 남긴 작가. 괴테, 루소, 볼테르, 생트뵈브, 위고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윤선도, 송시열, 김정희, 유치환도 이 부류에 포함시킬 만하다.


이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편지글을 남긴 사람이 있다.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여류 작가 조르주 상드(1804~1876). 그녀는 평생 4만 통 이상의 편지를 썼고, 그 가운데 1만 8000통 정도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편지를 교환한 사람은 2000명이 넘는다.


편지에는 쇼팽, 뮈세, 플로베르, 하이네, 리스트, 발자크, 보들레르, 고티에, 투르게네프, 마르크스 등 당대 유럽의 지성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편지의 주제 또한 가족관계, 사랑, 문학, 사상, 예술, 정치적 이슈, 걱정거리, 슬픔 등 매우 다양하다. 


그녀는 26세 때 친구한테 보낸 편지에서 ‘자유’가 자신의 좌우명이라고 말했다. 폭력을 일삼는 남편과의 결혼이 파탄에 이르러 아이 둘을 데리고 파리에서 문학활동을 막 시작하던 시기였다. 여자 혼자 거친 세상을 헤쳐나가야 하지만 그래도 삶은 아름답고 행복하다고 했다. 사랑이 있기에 천국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자유를 무기 삼아 예술가의 인생을 살기로 다짐했다.


상드는 좌우명처럼 거침없이 자유로운 삶을 꾸며나갔다. 세상의 관습과 굴레에서 과감한 탈출을 시도했다. 작가 사회의 남녀 차별에 당당히 맞서 일찌감치 남성 이름인 ‘조르주 상드’를 필명으로 지었다. 당시 여성 작가는 남성 작가에 비해 원고료가 턱없이 적게 책정되는 분위기였는데, 이에 반기를 든 것이다. 그리고 남성 작가들과 자유롭게 어울리기 위해 드레스를 벗고 남성 정장을 맞춰 입고 다녔다.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회개혁가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유럽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녀의 자유연애는 이런 사상의 연장선이다. 상드는 남녀관계에 관한 한 정열의 마당발, 사랑의 여신이었다. 그다지 미인도 아니면서 마음에 드는 남성이 나타나면 과감하게 대시해 기어코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었다. 여섯 살 연하인 음악가 쇼팽과 시인 뮈세가 대표적이다. 쇼팽과는 약 10년간 연애했다. 스캔들의 여왕이라 불린 이유다.


어쨌거나 상드는 72세까지 비교적 장수하며 세상 사람들을 마음껏 사랑하고, 문학과 예술을 한껏 즐겼다. 그녀만큼 인생을 자유롭게 살다 간 사람이 또 있을까?


  러시아 시인 푸시킨은 자유를 찬양했다. 그 때문에 유배까지 가야 했다. “네가 주인이다/ 홀로 살아가라/ 걸어가라 자유로운 길을/ 자유로운 영혼이 너를 이끄는 곳으로.” 그렇다. 인생에서 자유란 주인공으로 소신껏 사는 것을 말한다. 누구나 남에게 간섭받지 않고 주인공으로 살면 행복할 텐데 현실에선 그런 사람 많지 않다. 사회적, 윤리적 부담 때문에 일부러 자유와 거리를 두는 사람도 있긴 하다.


마음껏 자유를 누리며 살든 스스로 일정한 틀 속에 갇혀 살든 인생은 자기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푸시킨도 자유에 덧붙여 이렇게 노래했다. “너 자신이 너의 최고 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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