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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Sep 04. 2023

<42> 책은 선량한 별천지 안내자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신용호(교보생명 창립자)의 좌우명



서울 광화문의 교보문고 입구 머릿돌에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교보생명보험과 교보문고를 창립한 신용호(1917~2003)의 인생 좌우명이다. 교보문고의 기업 모토이기도 한다.


 전남 영암 태생인 신용호는 학교 문 앞에도 못 가봤지만 어릴 적부터 책을 가까이했다. 시골에서 ‘헬렌 켈러’ ‘카네기 전기’ 등을 읽던 그는 장사에 뜻을 두고 서울을 거쳐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갔다. 한때 돈을 제법 벌기도 했지만 중국 생활의 뒤끝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광복과 함께 귀국한 신용호는 전북 군산에 ‘민주문화사’란 출판사를 차렸다. 그의 좌우명은 이때 만든 것이다. 출판사는 얼마 안 가 문을 닫았지만, 1950년대에 창업한 교보생명보험이 크게 성공하면서 다시 책에 관심을 쏟게 된다. 광화문에 초대형 교보생명 빌딩을 세우고, 1981년 지하에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를 연 것이다. 


 “청소년들을 위해 멍석을 깔아줍시다. 여기 와서 사람과 만나고, 책과 만나고, 지혜와 만나고, 희망과 만나게 합시다. 책을 읽은 청소년들이 작가나 대학교수, 사업가, 대통령이 되고 노벨상도 탄다면 그 이상 나라를 위하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교보문고 개점 행사 때 신용호가 임직원들에게 했던 말이다.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 서점 들이는 것을 강력 반대하던 임직원들에게 책과 독서의 중요성을 역설한 대목이다. 교보문고는 걱정과 달리 성공했고, 지금도 성업 중이다. 한 해 수천 만 명이 찾는 국민책방이다.


그의 교보문고 경영지침은 남달랐다. 당시로선 상상하기 힘든 고객 우선주의를 내세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초등학생에게도 존댓말을 쓸 것, 한 곳에 오래 서서 책을 읽어도 그냥 둘 것, 책을 이것저것 보고 사지 않아도 눈총 주지 말 것, 책 내용을 노트에 베끼더라도 그냥 둘 것 등이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신용호의 모토는 거의 진리에 가깝다. 누가 아니라고 하겠는가? 독서는 성공과 행복 가능성을 높이는데 무조건 도움이 된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가 하면, 불행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피난처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독서 많이 한다고 모두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위대한 사람치고 독서광 아닌 경우는 거의 없다.


파블로 피카소는 이런 말을 했다. “아무도 내가 미술 작품 이외의 책을 읽는 모습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가진 수 천권의 책이 서재가 아니라 다락방에 있기 때문이다.” 화가지만 독서광이라는 뜻이다. 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술 대신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취하겠다.” 자연과학자지만 인문학 독서를 무척 즐긴다는 의미다. 


첵은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게도 무한한 지식과 지혜를 안겨준다. 그리고 큰 기쁨을 준다. 세상에 책만큼 가성비 좋은 물건은 없을 것이다. “가장 싼 값으로 가장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책이다.” 미셸 드 몽테뉴의 말이다. 책은 우리를 별천지로 이끄는 선량한 안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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