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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Sep 05. 2023

<43> 진실은 결국 거짓을 이긴다

진실

-리영희(전 한양대 교수)의 좌우명


진실이 신발 끈을 매는 동안 거짓은 지구 반대편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진실은 세상에 더디게 알려지지만 거짓은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는 의미다. 가짜 뉴스가 판치고 사기꾼이 줄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세상에서 진실만을 말하고 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다수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면 그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고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생 전반은 언론인, 후반은 대학교수로 살다 간 리영희(1929~2010)에게서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해직과 복직, 경찰조사와 구속, 징역살이를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았다. 


그의 인생 좌우명은 ‘진실’이었다. 사실 보도를 생명으로 삼는 언론인, 진리 탐구를 업으로 하는 대학교수로 지내면서 진실을 말하려고 누구보다 노력한 사람이다. 


리영희는 합동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여 조선일보 외신부장과 합동통신 외신부장을 역임했다. 그 후 한양대 신방과 교수를 지냈다. 저서 ‘전환시대의 논리’(1974) ‘우상과 이성’(1977) ‘베트남 전쟁’(1985) 등은 대학생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으며, 이 때문에 보수정권의 미움을 샀다.


진실을 찾으려는 그의 노력은 남달랐다. 같은 시대를 산 언론인과 교수들과는 사뭇 달랐다. 그는 기자 시절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미국을 첫 방문할 때 타사 기자들과 함께 취재 길에 올랐다. 그런데 박 의장과 존 F. 케네디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결과 보도는 타 언론사 기사와 전혀 달랐다. 


타사 기자들은 청와대가 발표하는 대로 두 정상이 여러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합의했다고 보도했으나, 그는 미국 측이 군의 원대복귀와 조속한 민정이양 등을 요구하는 바람에 회담이 껄끄러웠다고 보도한 것이다. 리영희는 다른 기자들이 청와대 브리핑을 듣는 동안 워싱턴포스트 지를 방문해 ‘진실’을 취재한 덕분이다. 이 때문에 회사로부터 중도 소환 조치되었다.


그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 때 조선일보 외신부장이었다. 다른 신문들이 베트남 전쟁을 ‘자유수호를 위한 성전’이라고 앞다퉈 보도할 때, 그는 베트남 국민 의사에 반하는 제국주의 미국의 무자비한 폭력이라고 진단했다. 타사 부장들이 베트남 현지로 외유성 공짜 여행을 즐기러 간 동안 국제관계 기사와 논문을 세밀히 분석한 덕분이었다.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받은 것은 당연지사.


리영희의 진실 추구 노력은 교수 시절에도 계속되었다. 중국 문화혁명을 다소 미화하는 내용의 책을 쓴 데 대해서는 훗날 과오였음을 솔직히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산권 정보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사상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려는 듯 1994년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진실에 접근하려는 진지한 노력이라 여겨진다.


누구에게나 진실을 좇는 일은 힘들고 두렵다. 욕먹을 일이 생기기 때문에 중도 포기 유혹을 받기 일쑤다. 하지만 진실은 결국 거짓을 이기기에 지레 포기해선 안 된다.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라도 진실 찾기는 계속돼야 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이런 말을 남겼다.


“진실한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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