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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Sep 27. 2023

<49> 진정한 고수는 재능을 숨긴다

매는 조는 듯이 앉아있고 호랑이는 앓는 듯이 걷는다

-박현주(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좌우명



맹수는 늘 발톱을 세우지 않는다. 함부로 어금니를 드러내지도 않는다. 재빠르게 상대방을 제압하는 치타, 무리 지어 다니며 사냥하는 사자, 은닉 기술을 곧잘 발휘하는 표범은 하나같이 자신의 발톱과 어금니를 숨긴다. 사냥감에게 괜히 겁을 줘 미리 도망치게 할 이유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처럼 야생의 강자들은 은인자중이 몸에 배어있다. 사냥할 때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 기다릴 줄 안다. 쓸데없이 힘 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러다 기회가 생기면 앞뒤 가리지 않고 전력을 다해 공격한다. 미래에셋을 창업해 국내 최고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킨 박현주(1958~ )의 좌우명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매는 조는 듯이 앉아있고 호랑이는 앓는 듯이 걷는다.’ 박현주는 채근담에 나오는 이 표현을 무척 좋아한다. ‘응립여수 호행사병(鷹立如睡 虎行似病)’이 그것이다. 뒷 문장은 이렇게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을 움켜잡고 물어뜯는 수단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총명함을 드러내지 않고 재주를 안으로 숨겨야 하니/ 이것이 곧 두 어깨에 큰 짐을 짊어질 역량이다.”


박현주는 증권사 말단 직원으로 인생을 시작했으나 이런 철학에 힘입어 굴지의 금융그룹을 일궈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샐러리맨 시절 업계 최연소 지점장과 최연소 임원 기록을 잇따라 수립했다. 창업 후에는 국내 1호 자산운용사 설립, 국내 1호 공모펀드 출시에다 국내 증권사 최초 자기 자본금 10조 원 달성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그는 은행 저축이 재테크의 최고 수단으로 간주될 때 투자의 시대, 펀드의 시대를 연 사람이다. 지금은 글로벌금융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의 추진력은 치밀한 준비에서 나온다. 아무 때나 무턱대고 발톱이나 어금니를 드러내지 않는다.


매가 조는 듯이 앉아있을 때나 호랑이가 앓는 듯이 걷고 있을 때란 박현주가 미래와 세계를 독서하고 통계 수치와 경제 이론을 분석하며 치밀하게 투자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다. 그러다가 기회가 포착되면 주변의 만류에 굴하지 않고 과감하게 제갈 길을 간다. 지금까지 그가 내린 대부분의 결단은 그랬다.


그렇다.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물러나 있을 때와 나아갈 때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무턱대고 전진하다가는 금방 장애물을 만날 수 있다. 진정한 고수는 조용히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의 소유자인 동시에, 좋은 기회가 오면 좌고우면 하지 않고 돌진하는 강력한 추진력의 소유자다.


사업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청년 시기 미래 직업을 준비할 때도 그렇고, 연애와 결혼 시장에 나아갈 때도 그렇고, 정치에 발을 들여놓을 때도 마찬가지다. 가진 것 별 것 없으면서 소리만 요란한 사람은 정작 멍석이 깔리면 쥐구멍에 들어가기 일쑤다. 앞에 나가 사사건건 호언장담 하는 사람, 교만하고 무지한 경우가 많다. 허세와 만용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재능을 길러야 한다. 매가 조는 듯이 앉아있고 호랑이가 앓는 듯이 걷고 있지만 끊임없이 사냥감을 노려본다. 최상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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