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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Oct 05. 2023

<53> 원본을 지향하고 창의성을
지휘하라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

-김인득(벽산그룹 창업자)의 좌우명



창의성이 강조되는 시대이다. 교육 현장에도, 취업 시장에도, 기업에도 창의성 열풍이 거세다. 암기식, 혹은 주입식 지식 습득으로는 최첨단 AI 시대를 헤쳐나가기 어려울 것이란 인식이 작용한 까닭이다. 


창의성은 한마디로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것을 말한다. 기존 지식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능력이다. 남보다 앞서나가길 바란다면 누구에게나 필요하지 않을까?. 특히 문학가, 예술가, 사업가 등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모방이나 흉내내기로는 만년 2등일 수밖에 없다. 


벽산그룹을 일궈낸 김인득(1915~1997)은 창의성을 유달리 강조했던 사업가다.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라는 좌우명을 평생 지니고 살았다. 그는 경남 창원의 금융조합에서 9년 남짓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종잣돈으로 동양물산을 설립했다. 영화배급업과 극장업을 겸하는 무역회사였다. 


1950년대에 외국영화를 수입해 극장에 배급하는 일은 매우 낯선 사업이었다. 남과 같이 하지 않았으니 남 이상 될 수 있었다. 서울의 단성사와 중앙극장을 비롯, 전국 100여 개의 극장 체인을 거느리며 ‘영화 왕’이란 소리를 들었다. 그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건설업에 관심을 두고 ‘대한슬레이트’를 인수했다. 벽산그룹의 모태인 이 회사는 1970년대 새마을 운동 바람을 타고 급성장했다.


김인득의 좌우명은 송나라 시인 황정견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하면 끝내 남에게 뒤지기 마련이다, 스스로 일가를 이루어야 비로소 참다운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隨人作計終後人, 自成一家始逼眞).


중국 명승지 장가계에 가면 남이 하는 대로 하지 않고 스스로 일가를 이룬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사석화(沙石畵)’라는 독특한 그림을 그리는 이곳 출신 화가 이군성. 그는 널빤지 위에다 모래나 돌가루를 뿌려 그림을 그린다. 어릴 적 무척 가난해 종이나 물감을 구할 수 없어 자연에서 찾은 재료로 그림을 그린 결과 지금 그는 중국을 대표하는 화가가 되었다.


이군성은 화가로서 예술적 기교가 뛰어나기도 하지만 모래나 돌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로 생각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창의성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온갖 색상의 모래와 돌을 수입해 와 잘게 갈아서 작업을 한다. 장가계의 멋진 풍광을 어떤 수채화나 유화보다 더 아름답게 그려낸다. 현재 100여 명의 제자를 둔 이군성의 그림은 입체감이 있는 데다 질감이 좋아 아주 비싼 가격으로 거래된다. 


이군성이 처음 모래와 돌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아마 크게 비웃었을 것이다. 이처럼 창의적인 사람은 평화로운 기존 질서를 깨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이단자나 미치광이로 취급받기도 한다. 하지만 크게 성공하려면 그런 과정을 감수해야 한다. 사실 남과 다른, 독창적인 삶을 사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다. 스스로 창의성을 지휘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 작가 존 메이슨의 이 한마디는 울림이 크다.


“원본으로 태어나 복제품으로 죽은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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