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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Oct 04. 2023

<52>서번트 리더십의 힘

준장은 5분 안에 임명하면 되지만 100마리의 말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하기 어렵소.

-콜린 파월(미국의 전 국무장관)의 좌우명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한창일 때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전신기사로부터 긴급 전문을 전달받았다. ‘페어팩스 스테이션 근처에서 남부군이 북부군 전초기지를 습격해 준장 한 명과 말 100마리를 생포함.’


링컨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신이시여, 저는 100마리의 말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옆에 있던 전신기사가 물었다. “각하, 준장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링컨의 대답은 이랬다. “준장은 5분 안에 임명하면 되지만 100마리의 말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하기 어렵소.”


훗날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1937~2021)이 준장으로 진급하던 날, 지인으로부터 예쁜 액자 하나를 선물 받았다. 그 액자에 준장과 100마리 말에 대한 문구가 씌어있었다. 파월은 감동받은 나머지 이를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매사에 겸손하고, 아랫사람들을 존중하라는 링컨의 메시지로 이해한 까닭이다.


뉴욕 맨해튼의 할렘에서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파월은 흑인 최초로 세계 최강국의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의 출세는 ‘서번트 리더십’ 덕분이라 생각된다. 오랜 군 생활 동안 그는 권한이나 명령보다 책임과 섬김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런 말을 곧잘 하고 다녔다. “내 일은 말을 돌보는 것이다. 장군이라는 사실에 너무 신경 쓰지 말자. 말과 군인과 직원과 서기와 학생과 교직원과 더불어 성취하려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파월은 훌륭한 리더의 조건을 두루 갖춘 사람이다. 인간 존중과 사랑의 마음으로 부하들이 각자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왔다. 


파월은 합참의장 때 걸프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그 연장선에서 국무장관에까지 올랐다. 그는 온건하고 합리적이며 명예를 중시했다. 보수 공화당 정부에 몸담았지만 비둘기파에 속했다. 군 출신이면서도 군사력 사용은 외교적으로 최대한 노력을 기울인 다음 최후 수단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쟁 신중론자였다. 국민적 인기가 높았던 이유다.

 

서번트 리더십의 핵심은 권한 행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겸손한 태도로 자율적 결정을 유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링컨만큼 이를 잘 실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대통령임에도 명령에는 신중했다.

 

그는 남북전쟁 초기 35세 명장 조지 맥클렐런에게 총사령관직을 맡겼다. 그러나 맥클렐런은 도무지 부대를 움직이지 않았다. 링컨은 출전을 독려하기 위해 그의 집을 찾아갔으나 만나지도 못하고 문전박대당해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비서가 무례하다고 지적하자 링컨은 이렇게 말했다. “맥클렐런 장군이 우리에게 승리만 가져다준다면 나는 그의 말잡이라도 되겠네.”


서번트 리더십은 대통령이나 군 간부에게만 요구되는 덕목이 아니다. 직장의 대여섯 명 자그마한 팀을 이끌거나 부모로서 가정의 행복을 찾아갈 때도 유용하다. 겸손, 친절, 존중, 용서, 헌신, 사랑, 기다림 같은 성정이 필요한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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