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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Oct 12. 2023

<58> 최선을 다해 산다는 것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느냐?

-지미 카터(미국의 제39대 대통령)의 좌우명



미국 조지아주 땅콩 농장주 출신으로 대통령에까지 오른 지미 카터(1924~ )가 스스로 밝힌 일화다. 해군장교 시절 그는 원자력잠수함 부대 근무를 지원해 책임자인 하이먼 리코버 제독과 면담하면서 귀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제독은 젊은 장교에게 군인의 자세, 원자력잠수함 전술 등에 관해 질문한 뒤 갑자기 화제를 바꾸었다. “해군사관학교 시절 공부는 재미있었는가? 그때 귀관의 성적은 어땠는가?” 카터는 내심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전체 820명 중 59등 했습니다. “ 그러자 제독은 기대했던 칭찬 대신 또 하나 질문을 던졌다. “귀관은 그때 최선을 다했는가?” 카터는 우물쭈물하다 “글쎄요, 제가 최선을 다했다고 말씀드릴 순 없지만….”이라고 얼버무려야 했다. 


그러자 제독은 장교를 빤히 쳐다보며 다그쳐 물었다.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느냐?” 장교는 긴장된 나머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카터는 대답할 수 없었던 그 질문,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느냐?(Why not the best?)를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았다. 그의 인생에 크나큰 울림을 준 것이다. 기독교 신앙이 독실한 그는 제독을 면담하던 날 밤 잠자리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회고한다.


“내가 인생을 다 살고 주님 앞에 서는 날, 주님은 제독이 던진 것과 비슷한 질문을 던질 것이 아닌가? 만약 주님이 그렇게 물으신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카터는 이 질문을 좌우명으로 삼아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다. 조지아주 상원의원을 거쳐 주지사를 지낸 뒤 1976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주지사지만 전국적으로는 무명에 가까웠기에 이름을 알리기 위해 처음으로 자서전을 썼다. 그는 자서전의 제목으로 ‘Why not the best?’를 선택했고, 큰 호응을 얻었다. 내친김에 이를 대통령 선거 슬로건으로 활용, 당선에 이른다.


‘대통령 카터’는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아 재선에 실패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 카터’는 찬란하게 빛났다. 퇴임 이듬해 조지아주에 ‘카터 센터’를 설립해 전 세계 평화와 인권 개선, 해비타드(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정치외교적 활동에도 매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중재해 ‘오슬로 협정’을 이끌어내는가 하면, 평양을 방문해 북핵 문제로 야기된 남북긴장을 해소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런 공로로 그는 2002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미국전직 대통령으로는 첫 수상이다.


카터의 이런 성공적 인생은 ‘최선을 다하는 삶’의 결과라고 해야겠다.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땅콩농장 경영에 머물지 않고 상원의원, 주지사, 대통령으로 담대하게 나아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퇴임 후 전 세계인으로부터 박수받는 인생을 가꾼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네 보통 사람들도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더없이 중요하다. 최고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최고는 남을 향하지만 최선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최선은 결과를 중시하는 최고와 달리 과정을 중시하기 때문에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성공과 행복이 저절로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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