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철학자)의 인생 좌우명
철학자, 고전학자, 한의사, 대학교수, 신문기자, 칼럼니스트, 연극인, 시나리오 작가, 평론가, 무술인…. 삭발에 두루마기 차림으로 곧잘 TV에 등장하는 김용옥(1948~ )의 직업이다. 다방면의 독특한 취향에다 무궁무진한 지적 탐구심을 가진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는 공부를 무척 많이 했다. 학력이 말해준다. 고려대 생물학과 중퇴, 한국신학대학 신학과 졸업, 고려대 철학과 졸업, 타이완대 철학 석사, 도쿄대 철학 석사, 하버드대 철학 박사, 원광대 한의학과 졸업. 영어, 일본어, 중국어에 능통하고 독일어, 산스크리트어, 그리스어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에겐 어린 적 학력 콤플렉스가 있었다. 서울 사대부중, 경기고, 서울대 진학을 준비했으나 전혀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아호를 ‘도올’이라고 지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여러 저서에서 “나는 형제들에게서 항상 돌대가리라는 소리를 들었다”라고 회고했다. 세 명 형과 두 명 누나는 말할 것도 없고 비슷한 나이 조카들과 비교해도 공부를 못하는 편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도올은 돌, 돌대가리라는 뜻을 지녔단다. “내가 돌대가리니까 돌대가리처럼 공부만 하고 살겠다고 결심하면서 이 아호를 지었다.” 자괴감과 반항심이 함께 느껴지는 낱말이다.
조금 더 나이 들어서 정했다는 그의 인생 좌우명을 보면, 지금은 비록 돌대가리 소리를 듣지만 그 한계를 반드시 뛰어넘겠다는 젊은이의 격한 다짐을 만날 수 있다. 중국 경전 ‘중용’에서 따온 ‘인일기천(人一己千)’이 그것이다.
중용 제20장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인일능지기백지(人一能之己百之) 인십능지기천지(人十能之己千之) 과능차도의(果能此道矣) 수우필명(雖愚必明) 수유필강(雖柔必强)” 남이 한번 만에 그것을 할 수 있으면 나는 백 번이라도 하고, 남이 열 번 만에 그것을 할 수 있으면 나는 천 번이라도 하겠다. 과연 이렇게 할 수만 있으면, 비록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반드시 총명해지고, 비록 유약한 사람이라도 반드시 강해질 것이다.
무언가 목표가 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서 이루고야 말겠다는 당찬 각오다. 김용옥은 목표했던 서울대 진학에 실패했지만 생물학과 신학을 경험한 뒤 결국 철학에 뜻을 두었고,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자마자 유학길에 올랐다. 천신만고 끝에 타이완과 일본, 미국의 최고 명문대학에서 학위를 땄다. 세 나라 언어 익히는데도 엄청난 고초를 겪었을 것이다. 백번, 천번을 반복했을 것이다.
돌대가리라 놀림받던 소년이 하버드대 박사가 되고, 석학 반열에까지 오른 것은 그가 지능적으로 돌대가리가 아님을 세상에 증명한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의 지적 탐구 노력은 남달랐을 것이다. 크게 노력하지 않고 그런 성취를 이뤘을 리 만무하다.
김용옥은 누가 봐도 괴짜 철학자다. 주장이 선명하고, 표현에 그침이 없다. 간혹 욕설을 내뱉기도 한다. 고려대 교수직을 불과 4년 만에 벗어던진 후 줄곧 세상에 반항하는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그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모습을 거둬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에게 포기란 없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