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야구인)의 인생 좌우명
그는 약관 27세에 마산상고 감독을 맡은 이후 무려 53년 동안 야구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7개 프로구단 감독을 지냈으며, 통산 성적 1388승 60무 1203패를 기록했다. 작은 공 하나만 바라보고 여든이 넘도록 운동장에서 보낸 그를 세상은 ‘야구의 신(野神)’이라 부른다. 김성근(1942~ )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상에 김성근만큼 자기 일에 열정을 불사른 사람이 또 있을까? 승부욕이 누구보다 강했고, 선수들을 맹렬하게 훈련시키기로 유명했다. 이를 두고 악평을 늘어놓는 사람이 적지 않다. “승리 지상주의자다.” “선수를 혹사시킨다.” “독단적이다.” “몰인간적이다.”
그렇다. 그의 야구 스타일은 민주와 자율을 중시하는 21세기 시대정신하고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듯한 언행은 이 시대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승리를 위해, 또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그의 독특한 훈련 스타일을 깡그리 폄하해선 안 된다. 무지하게 힘들지만 이런 스파르타식 훈련을 좋아해서 찾아오는 선수도 적지 않았다. 특히 승부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프로 세계에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김성근의 인생 좌우명을 보면 그의 야구 스타일이 자신만의 소신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저런 구설과 비판에 쉽게 무릎 꿇을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좌우명 ‘일구이무(一球二無)’는 공이 하나만 있을 뿐 두 번째 공은 없다는 뜻이다. 화살이 하나만 있을 뿐 두 번째 화살은 없다는 뜻의 고사성어 일시이무(一矢二無)에서 따왔단다. 재일동포 출신인 그가 일본에서 현역으로 뛸 때 취한 좌우명으로, 승리를 위해서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무리 유능한 투수라도 한번 던진 공은 다시 불러들일 수 없다. 공은 손에서 떠나는 순간 자기 공이 아니다. 타자가 치는 공도, 수비수가 잡는 공도 마찬가지다. ‘다시’란 없다. 김성근은 말한다. “매일의 흐름 속에서 자기의 베스트를 다해야 승리할 수 있다.”
그는 기회란 준비된 자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기회는 누구한테나 주어지지만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라서 평소에 자신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개발해서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자기가 가르친 선수 중에는 한계를 뛰어넘은 선수가 적지 않다며, 그런 선수는 잠재능력을 집중적으로 개발한 덕분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재능력의 20~30%만 발휘할 뿐 나머지 70~80%의 잠재능력은 스스로 설정한 한계 때문에 사장시키고 만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성근은 끝장을 봐야 미련이 없다고 말한다. 죽어라 연습하라고 몰아붙이는 이유란다. 그래도 안 되면 그때 가서 포기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 열정을 갖고 전심전력을 다한 사람은 후회하지 않는다. 목표가 명확하다면 일단 앞만 보고 달리는 게 좋다.
경마장에서 전력 질주하는 경주마를 보라. 함께 뛰는 말에게 곁눈질하지 않는다. 그냥 달릴 뿐이다. 1등이 아니어도 좋다. 최선을 다한 것이 바로 1등이다. 후회 없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토머스 제퍼슨은 이런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