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국립발레단 단장)의 인생 좌우명
강수진(1967~ )이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활동할 때 상처투성이 발이 언론에 공개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안쓰러움과 함께 그녀의 엄청난 열정에 경의를 표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화려한 무대 뒤에는 인고의 노력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
강수진은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였다. 어린 시절 모나코 유학길에 오른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입상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으며,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인 슈투트가르트에 최연소로 입단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녀는 작품을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하고, 발레 동작 하나하나에 감정과 스토리를 싣는 독특한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상을 수상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런 영광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고강도 연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학생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전속 발레리나로 활동하면서도 언제나 ‘가장 연습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하루 평균 18시간씩 연습할 때도 있었단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연습이 유일한 탈출구였다고 한다.
이런 족탈불급의 열정은 어디서 나왔을까? 인생 좌우명을 보면 짐작이 간다. ‘항상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그녀는 자기 좌우명을 이렇게 설명한다. “오늘 눈을 뜨면 어제 살았던 나보다 더 가슴 벅차고 열정적인 하루를 살려고 노력한다. 연습실에 들어서며 어제 했던 연습보다 더 강도 높은 연습을 단 한 번, 단 1분이라도 더 하기로 마음먹는다. 어제를 넘어서는 오늘을 사는 것, 이것이 내 삶의 좌우명이다.”
그래서 강수진은 “나의 유일한 경쟁자는 어제의 나”라고 말한다. 비록 오늘 대단한 성취를 이루지 못한다 해도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하루를 산다면, 또 그 하루에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진화이자 발전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런 조금의 차이가 모여 큰 발전을 이뤄낸다고 했다.
현재 강수진은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3년 임기 4연임 중이다.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맡긴 결과 국립발레단은 세계 톱클래스로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도 그녀는 연일 좌우명을 되새기며 후배 무용수들을 단련시키고 있다.
그렇다. 자신을 연마하는데 오늘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어제는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일 뿐이다. 어제 연습이나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후회해 본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내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내일이 되어봐야 안다.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내일 일은 내일한테 맡기면 된다.
더없이 중요한 것은 역시 오늘이다. 거창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오늘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면 된다. 당장은 사소해 보이지만 그것이 하나하나 쌓여 커다란 성과가 될 수도 있다. 어제 타령, 내일 타령은 이제 그만 두자. 카를 힐티의 지적을 음미하며 오로지 오늘에 집중하자. “오늘의 식사는 내일로 미루지 않으면서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루는 사람이 많다.”
강수진은 어느 인터뷰에서 평소 가장 듣고 싶은 찬사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참 멋진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