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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도전과 모험으로 뭉쳐진 괴짜 사업가

-난독증으로 낙제 거듭하던 고교 중퇴생 , 리처드 브랜슨

by 물처럼

*리처드 브랜슨(1950~ )= 영국의 사업가. 버진그룹 창업자이자 회장. 목숨을 건 기구여행을 즐기며 ‘창조경영의 아이콘’이라 불림.



괴짜 사업가, 엔터테이너 CEO, 이미지의 마법사, 브랜딩의 천재, 히피적 자본가, 이 시대 최고의 마케터, 파라다이스의 무법자, 창조경영의 아이콘….


리처드 브랜슨의 다양한 수식어를 보면 아무래도 보통 사람이 아니다. 단시간에 자수성가해 영국 최대 다국적 기업을 일궈낸 그는 도전과 모험으로 똘똘 뭉쳐진 사업가다. 무엇이건 상상하기만 하면 이뤄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이다.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이런 사람에게 불가능한 일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브랜슨은 어린 시절 낙제를 거듭하던 학업 열등생이었다. 선천성 난독증 때문에 읽기와 쓰기를 제대로 못한 나머지 학교 공부가 무척 힘들었다. 단어들이 뒤죽박죽 섞여서 의미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으니 대부분의 시험에서 낙제했으며, 게으르다는 이유로 선생님한테 자주 회초리 세례를 받아야 했다. 가끔씩 선생님한테 대드는 바람에 반항아, 문제아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결국 교장은 그를 두고 “저 아이는 백만장자가 되든지, 아니면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교장의 예언이 적중한 것일까? 그는 불과 30대에 억만장자가 되었다. 성공 비법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도전정신과 자신감이다. 뭔가 마음을 먹으면 당장 해봐야 직성이 풀리고 매사에 자신만만해했다.


이런 기질은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데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 훈련받은 덕분이다. 항공사 승무원 출신인 어머니는 4세밖에 안 된 아이를 8킬로미터나 떨어진 들판에 데려다 놓고 집으로 찾아오도록 했다. 또 12세 때는 추운 겨울 아침에 지도 한 장만 들려주고 자전거로 50마일 떨어진 친척집에 다녀오도록 시키기도 했다.


브랜슨에게 일찍 사업 마인드가 생긴 것은 그만의 독특한 자신감, 자립심 덕분이라 여겨진다. 9세 때 벌써 돈 벌 생각으로 ‘사업’을 시도했다. 크리스마스트리 용 묘목을 400그루 구입해 집 앞 뜰에 심었는데, 토끼들이 모두 뜯어먹는 바람에 실패했지만 값진 경험으로 그는 기억하고 있다. 이런 걸 부모가 용인하고 응원했다는 게 대단하지 않은가?


기숙학교에 다니던 브랜슨은 15세 때 친한 친구와 함께 ‘스튜던트’라는 잡지 사업을 시작한다. 읽기와 쓰기가 어렵다는 소년이 외신기자 같은 저널리스트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잡지 발행을 시작한 것이다. 원고를 청탁하기 위해 전화 걸고 편지 쓰는 일이 학교에서 라틴어 수업받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단다. 브랜슨은 1년 뒤 아예 학교를 그만두고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16세 소년 주제에 거침이 없었다. 장 폴 샤르트르, 제임스 볼드윈, 존 레논 같은 유명 인사들에게 과감하게 인터뷰를 시도해 성사시키는가 하면, 메이저 신문사의 도움을 받아 베트남 전쟁을 취재하기도 했다.


자금 사정으로 잡지사를 접긴 했지만 사업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충만해졌다. 그는 음반 판매에 관심을 갖고 옥스퍼드 가의 신발가게 한 귀퉁이에 매장을 열었다. 기존 매장들과 달리 부스를 설치하고, 구입 전에 음반을 들어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주효했다. 예상보다 장사가 잘돼 주요 도시에 매장을 개설했으며, 새로 도입한 우편주문 시스템도 대박이었다. 현금과 수표가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버진그룹이다. 불과 20세 때의 일이다.


항공사업 시작 스토리는 전설적인 기행에 속한다.


아일랜드 여행을 마치고 다음 여행지인 푸에르토리코 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비행을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항공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자 화가 난 브랜슨은 공항 데스크로 가 비행기를 한 대 빌렸다. 그리고는 휴대용 칠판에다 “버진 항공사. 푸에르토리코 행 좌석 있음. 가격은 1인당 39달러”라고 써 승객들에게 표를 팔았다. 조금 남는 장사였다.


여행에서 돌아온 음반 사업가 브랜슨은 항공사업 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간부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그는 밀어붙였고, 큰 어려움 없이 사업은 자리 잡았다. 이처럼 그의 사업은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끝없이 뻗어나갔으며, 오래지 않아 영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의 자신감은 각종 모험과 기행으로 나타난다. 무착륙 세계일주 비행에 도전하고, 열기구를 타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횡단했다. 2021년, 71세 나이에 미국 뉴멕시코 주에서 고도 88.5 킬로미터 상공까지 오르는 우주비행을 경험했다. 자신이 창업한 우주기업 버진 갤럭틱이 만든 우주 비행기를 타고서다. 목숨을 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버진 콜라 출시를 홍보하기 위해 뉴욕 한복판에 탱크를 몰고 나타나 코카콜라 광고판에 기관총을 발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브랜슨 스토리는 성장기 학업 실패자라도 도전정신만 갖추면 사회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용기를 내서 일단 해보자.” 브랜슨의 인생 좌우명이다.


그는 저서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이장우 외 옮김, 리더스북, 2008)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냥 목표를 바라만 보고 있거나, 그 사이에 놓인 머나먼 길이나,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는 수많은 위험들만 생각하다 보면 한 발도 내딛지 못한다. 살면서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이든 시도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목표하는 곳까지 다다를 수 없다. 바로 지금 그 첫발을 내디뎌라. 수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도중에 뒤로 물러서야 할 때도 있겠지만 최후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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