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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Sep 19. 2021

<5>자기 자신을믿고 홀로 서라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는 버드나무가 아니다. 자신을 믿어야 힘이 생긴다

 “자신의 생각을 믿는 것, 자신이 진실이라 여기는 것을 다른 모든 사람들도 진실이라고 생각하리라 믿는 것, 이것이야말로 비범한 재능이다.”

 -랠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신뢰’


에머슨은 19세기 미국의 탁월한 철학자이자 시인이다. 그를 빼놓고는 미국의 사상과 문학을 논하기 어렵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그를 ‘미국의 아들’이라 칭송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저서 ‘자기신뢰(self-reliance)’를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버금간다고 예찬했다.


에머슨은 누구든지 자연에 존재하는 영적 실재를 믿으며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듣고 홀로서기를 해야 성공할 수도, 행복해질 수도 있다고 설파했다. 특히 그의 자기신뢰론은 불안과 두려움 속에 세상을 헤쳐나가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크나큰 영감을 준다. 현대인들에게 확신과 자립의 칼자루를 손에 쥐어준 철학자라 할 수 있다.


“그대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확신을 드러내라. 그러면 그 말은 보편적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대 마음속에만 있던 것이 때가 되면 겉으로 드러나고, 그대가 처음에 가졌던 생각이 결국에는 마지막 심판을 알리는 나팔소리와 함께 다시 그대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자기 고유의 생각이 내면에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밖으로 드러내길 꺼린다. 남의 시각, 남의 생각에 주눅이 들어 말과 행동을 주저한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기 일쑤다. 


에머슨은 우리 중에 자신감이 부족한 탓에 남의 말 고분고분 잘 듣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넘쳐난다며 자기신뢰를 무기 삼아 주체적인 삶을 살자고 다그친다. 앞장설 테니 얼른 따라오라는 식이다.


“나는 당신들의 관습에 따르지 않을 것이다. 나 자신이 될 것이다. 당신들을 위해서 더 이상 나 자신을 길들이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도 나를 길들일 수 없다. 당신들이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면 우리는 더욱 행복할 것이다.” 


에머슨은 소신을 강조한다. 오늘 생각은 오늘 분명하게 말하고, 내일 생각은 내일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 말과 내일 말에 모순이 생겨 오해받을 것을 염려하지 말라고 했다.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 예수, 루터,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턴처럼 위대한 사람들은 모두 오해를 받았단다.


남 눈치 보는 언행으로는 성공과 행복을 결코 담보할 수 없다는 생각인 듯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할 텐데 에머슨은 홀로서기를 유달리 강조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는 버드나무가 아니다. 우리는 홀로 설 수 있고 홀로 서야만 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면 그 속에서 새로운 힘이 생긴다.”


“외부의 의존 대상들을 모두 떨쳐버리고 홀로 설 때 비로소 강해지고 승리할 수 있다. 우리가 내건 깃발 아래 지원병이 한 명 도착할 때마다 우리는 그만큼 약해진다. 다른 사람에게서 아무것도 구하지 마라. 모든 것을 스스로 하라. 그러면 무한한 변화 속에서 우리의 유일하고 확고한 기둥이 곧 우리를 에워싼 모든 것을 떠받쳐줄 것이다.”


에머슨은 주체적인 인격체로 홀로서기 위해서는 인내하고, 또 인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든 선한 것, 모든 위대한 것의 그림자를 친구 삼고, 자신의 무한한 생명력에 대한 통찰을 위안 삼아 우주의 원리를 연구하고 전달하라. 타고난 재능을 발현하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여라.”


자기신뢰와 홀로서기 주장은 그의 인생 역정을 반영한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미국 초월주의 운동의 중심인물이었다. 초월주의는 신과 세상이 동일하다는 믿음에 기초해 개인의 영혼이 세계와 동일한 것으로 여겼다. 이는 그의 성장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에머슨은 보스턴의 목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기독교 신앙이 충만해 하버드대 신학부를 졸업하고 20대 중반에 목사가 되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방황하는 목회자였다. 자유로운 사고를 즐긴 탓에 설교가 정통 기독 교리에 벗어난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교회와의 충돌이 불가피했다.


고민 끝에 그는 목사직을 그만두고 장기 유럽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당대의 지식인들과 깊숙이 교유하는 기회를 가졌다. 공리주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 비평가 겸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 등이 그들이다.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한층 성숙한 사상가로 변신했다.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 정착해 이후 40년 동안 저술에 전념하는 한편 1,500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초월주의 철학 사조를 전파했다. 남녀평등과 노예제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가 하면 자연 사랑을 역설하기도 했다.


에머슨은 한 세대 후배 격인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에머슨의 저서 ‘자기신뢰’를 들고 여행을 다녔다는 니체는 그의 역작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저술하고, 특히 초인의 개념을 정립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과 세상을 긍정하는 창의적 인간형인 니체의 초인이야말로 에머슨의 자기신뢰 없이는 상상하기 힘들다.


성공적 인생을 가꾸는데 에머슨의 자기신뢰는 헤세의 자기발견, 니체의 긍정 마인드 못지않게 중요하다. 자기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방향을 정해 긍정적인 사고로 희망을 노래한다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지 않으면 추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자기신뢰는 당연히 자신감 있는 행동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에머슨은 이 점을 정확히 짚었다. 


“사람은 자기 일에 온 마음을 쏟고 최선을 다할 때 괴로움을 잊고 쾌활해진다. 다른 어떤 것도 우리에게 평화를 주지 못한다. 구원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믿지 않는 한 우리에게는 어떤 영감도 창조도 희망도 없다.” 


자기신뢰는 삶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사람은 불평불만, 질투, 후회, 실망, 비관 등 심리적으로 나쁜 분위기에 휩싸이게 된다. 


“불만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할 때, 의지가 약할 때 생긴다. 후회나 미련으로 재난에 빠진 자를 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하라. 그러나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자신의 일에 열중하라. 그러면 불행은 사라지기 시작한다.” 에머슨의 진단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된다. ‘내 생각이 옳다’  ‘그래서 남들이 나를 존중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는 것은 자기신뢰의 표현이다.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자기 삶의 시작이다. 그리고 건강한 일상의 시작이다.


학창 시절을 끝내고 사회에 본격 진출한 30대의 경우 홀로서기가 불가피하다. 옆에는 교수도 없고. 부모도 없다. ‘헬리콥터 맘’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사람도 이 나이쯤 되면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네 인생행로가 얼마나 다양한가. 공부를 잘해 명문대학을 나왔다고 치자. 인기 있는 대기업에 취업할 수도 있고, 자기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무기로 창업할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고 자연을 벗 삼아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살 수도 있다. 결혼을 생각해보자. 결혼을 할지 말지, 몇 살에 할지, 결혼 후 자녀를 가질지 말지, 몇 명이나 가질지 선택의 연속이다. 인생 목표도, 성공하는 방법도, 추구하는 행복의 종착점도 각양각색인 것이 인생이다.


이런 상황에서 홀로서기의 성공 여부는 자기신뢰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냉철한 사상가 에머슨이 장문의 자기계발 에세이 ‘자기신뢰’를 저술한 이유 아닐까 싶다. 오직 자신의 판단과 능력을 믿고 스스로에게 의지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역설하는 그의 강연 모습이 눈에 선하다.


주변의 유혹에 현혹되지 않고 자기가 나아갈 길을 찾았더라도 자기실현에 까 이르려면 자기신뢰가 더없이 중요하다. 신뢰의 사전적 의미는 ‘굳게 믿고 의지함’이다. 그렇다면 자기신뢰란 ‘자기 자신을 굳게 믿고 의지하는 것’이겠다. 


인생에서 데일 카네기가 조언하는 원만한 인간관계, 참 중요하다. 그러나 에머슨이 강조하는 자기신뢰와 홀로서기도 그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인용하거나 참고한 책

<자기신뢰> 랠프 왈도 에머슨, 마도경 옮김, 원앤원북스, 2015

<자기신뢰의 힘> 랠프 왈도 에머슨, 박윤정 옮김, 타커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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