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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Sep 17. 2021

<4> 긍정 마인드로 희망을 노래하라

자기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좇으면서 철인도 영웅도 넘어서야

“나는 나의 사랑과 희망으로 그대에게 명령한다. 그대 영혼 속의 영웅을 버리지 마라. 그대의 최고의 희망을 신성한 것으로 간직하라.”

 -프리드리히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의 저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수많은 명문장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다. ‘영웅’이 가리키는 의미와 멋진 명령형 문체 때문이다. 영웅의 뜻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나는 ‘무한 성장을 꿈꾸는 긍정적인 자세’라고 생각한다.


이 대목은 주인공 짜라투스트라가 산 위에서 우연히 만난 청년에게 해 준 말이다. 청년은 나무의 외로운 삶에 빗대 자신이 키 큰 나무처럼 높이 오르려고 하면 할수록 주변 사람들로부터 외톨이가 된다고 한탄한다. 그러자 짜라투스트라는 원래 쾌락주의자들은 고귀한 사람들을 원한과 공포의 대상으로 여긴다며 절망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고귀한 사람은 만인에게 귀찮은 존재임을 잊지 마라. 선량한 자들조차도 고귀한 자를 장애물로 생각한다. 그를 선량한 자라고 부르지만 그렇게 부르면서 그를 몰아내려고 한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의 대표작이다. 니체 철학의 핵심인 ‘신의 죽음’ ‘영원 회귀’ ‘위버멘쉬(초인)’의 개념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대 페르시아의 종교적 철인 짜라투스트라의 설교를 통해 자신의 사상을 기술했다.


루터파 목사의 아들인 니체는 40세 전후에 쓴 이 작품에서 신의 죽음, 신의 부재를 주장해 19세기 후반 유럽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를 ‘망치 든 철학자’라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니체는 한때 스승으로 삼았던 쇼펜하우어가 염세주의 사상에 빠진 것과 달리 삶의 긍정적 요소에 주목했다.


작품 전편이 아름다운 시적 산문으로 꽉 차있다. 다양한 등장인물과 풍부한 비유,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 애잔한 사랑의 노래 등은 독자들에게 소설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준다. 딱딱할 수밖에 없는 철학서임에도 현대인의 애독서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다.  


니체가 짜라투스트라의 입을 통해 묘사하는 초인은 자기 자신과 세상을 긍정하는 건강하고 창조적인 인간이다. 본인 스스로에게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주체적이며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짜라투스트라는 희망과 긍정 메시지 전도사라 하겠다.


짜라투스트라의 설교 여행은 40세에 시작된다. 30세에 입산해 10년간의 깨우침 끝에 세상 사람들을 만나러 나간다. 마치 예수와 석가모니의 행적을 연 상케 한다. 신라시대 원효대사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는 희망 전도사답게 출발부터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나는 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리라. 나의 길을 걸어가리라. 나는 망설이는 자들과 나태한 자들을 뛰어넘으리라. 그리하여 나의 행로가 그들의 몰락이 되게 하리라.”


첫 설교는 인간이 초인으로 성장하는 3단계를 주제로 삼았다. 니체 철학의 핵심에 속한다. 낙타, 사자, 어린아이의 비유가 그것이다.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걸어가며 ‘반드시 해야 한다’로 상징되는 용(다른 사람)의 지배를 받는다. 고통을 견디다 못해 반항하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사자의 단계다. 사자는 용을 물리치지만 용이 사라진 세상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게 된다. 삶의 의미도 찾지 못한다. 용이 사라진 세상에서 우리는 어린아이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짜라투스트라는 말한다.


어린아이 같은 삶이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용의 무시무시한 힘이 존재하지 않기에 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을 가리킨다. 이처럼 삶의 가치를 자기 주도적으로 창조하고 이를 긍정하는 사람을 니체는 초인이라고 정의했다.


짜라투스트라의 강조점은 역시 긍정이다. “어린아이는 천진무구 그 자체이며 망각이다.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며 쾌락이다. 스스로 굴러가는 바퀴이며 시원(始原)의 운동이고 신성한 긍정이다. 그렇다. 나의 형제들이여, 창조라는 쾌락을 위해서는 신성한 긍정이 필요하다.” 


그는 설교 때마다 긍정과 희망을 노래한다. “삶에 대한 그대들의 사랑이, 그대들의 최고의 희망에 대한 사랑이 되게 하라. 그리고 그대들의 최고의 희망이 삶에 대한 최고의 사상에 이르도록 하라.”


짜라투스트라는 긍정의 삶을 추구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대 자신이 부딪칠 최악의 적은 항상 그대 자신일 것이다. 그대 자신은 동굴과 숲 속에 매복하여 그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고독한 자여, 그대는 그대 자신에게도 이르지 못하고 그대 자신과 그대의 일곱 악마 곁을 스쳐 지나갈 것이다.”


니체는 자기 관찰, 자가 발견의 어려움을 다른 저서에서도 자주 거론한다. “인간은 보통 자신에 관해 성(城)의 외벽 이상은 감지할 능력이 없다. 진짜 요새엔 접근하기도 어렵고 그것이 보이지도 않는다.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우리를 인식하는 자들 조차 우리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중략) 우리가 우리 자신을 한 번도 탐구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도덕의 계보학’)


자기 발견, 자기실현의 중요성을 격하게 설파했던 헤르만 헤세와 미셸 드 몽테뉴를 떠올리게 한다. 니체는 이 지점에서 용기가 중요함을 특별히 강조한다. “오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들은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그대들은 용감한가. (중략) 용감한 자란 두려움을 알되 두려움을 지배하며, 심연을 들여다보되 긍지를 가지고 들여다보는 자이다. 심연을 들여다보되 독수리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자, 독수리의 발톱으로 심연을 움켜잡는 그러한 자가 참으로 용기 있는 자이다.” 짜라투스트라의 말이다.


니체는 긍정적인 사람은 웃고 노래하고 춤춘다고 말한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설교했다. “자기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지 아닌지는 걸음걸이에 나타난다. 나의 걸음걸이를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자기의 목표에 접근하고 있는 자는 춤을 추게 마련이다.” 자기 자신을 극복한 초인의 행복한 모습이라 생각된다.


니체가 살았던 시대는 기독문화의 과잉과 진화론 등장, 노동의 기계화와 비인간화, 약육강식의 제국주의와 천민자본주의 발흥으로 혼돈의 도가니에 휩싸여 있었다. 그가 천재 철학자로서 인간 개개인이 행복하려면 주체적, 주인적 삶을 반드시 도모해야 하며 그래야 사회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지금이라고 크게 다를까. 국가주의와 신자유주의가 범람하는 요즘 우리는 세상의 흐름을 쫓아가느라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30대, 사회의 중추세력으로 발돋움하는 40대의 어깨는 더없이 무겁다. 생존을 위한 경쟁 체제는 더욱 강고해지고, 최첨단 생산수단이 끊임없이 등장함에 따라 긴장의 끈을 한시도 놓칠 수 없다.


이런 때일수록 긍정과 희망의 끈을 잡고 살아야 한다. 사람에게는 자기 자신조차 믿을 수 없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꿈을 향해, 목표를 달성하고자 꾸준히 나아간다면 초월적 신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단 조건이 있다. 자기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성장기에 속하는 어린이나 청소년이라면 몰라도 중장년이 되어서까지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건 불행이다. 늦었더라도 자신이 누구인지, 왜 사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평균 기대수명이 길어져 앞으로는 70세, 80세가 되어도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긴 일생 동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하는 일이 전혀 내키지 않는데도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면 인생 재설계를 고민해 보는 것이 좋겠다.  


주변 환경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나답게 사는 길을 찾는 것은 행복을 위해 필수다. 나의 존재, 나의 가치를 정확히 찾아서 그것을 충실히 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내 영혼이 자유로워진다.


“이제 나는 명령한다. 짜라투스트라를 버리고 그대들 자신을 발견하라.” 니체의 묘비명이다. 철인도, 영웅도 넘어서란다.


인용하거나 참고한 책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사순옥 옮김, 홍신문화사, 2019

<니체의 지혜> 프리드리히 니체, 홍성광 편역, 을유문화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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