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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Sep 28. 2021

<7> 잃어버린시간은 찾을 수 없다

생쥐의 부지런함과 끈기가 밧줄을 끊는다

“게으름은 모든 미덕을 삼키는 사해(死海)와 같다. 유혹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언제나 능동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살아라. 나뭇가지에 오래 앉아 있는 새는 사냥꾼의 총에 쉽게 맞는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가난한 리처드의 달력’



미국에는 위인으로 칭송받는 사람이 참 많다. 세계 최강 미국은 그들이 건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위인이다. 정치가, 외교관, 과학자, 사업가, 문필가로 활동하며 국가 독립을 이끌어내고 민주주의의 초석을 세웠다. 


흔히 그는 ‘가장 지혜로운 미국인’이라 불린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철저한 자리관리로 인간 승리를 이룬 데다 진솔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다. 겸손한 태도는 그를 더욱 빛나게 했다.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받는 이유다.


프랭클린은 20대 나이에 완벽한 삶을 꿈꾸며 13가지 인생 지침을 마련해 실천했다. 인생에서 성공을 바란다면 누구나 본받아 행동에 옮겨야 할 덕목들이다. 절제, 침묵, 질서, 결단, 검약, 근면, 진실, 정의, 중용, 청결, 침착, 순결, 겸손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나는 근면과 절제 두 가지 노력을 특별히 눈 여겨 살펴본다. 그가 성공한 결정적 비결이 여기에 숨어있지 않을까 해서다. 그의 저서 ‘가난한 리처드의 달력’에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프랭클린은 인쇄소를 경영하던 1732년부터 25년 동안 리처드 손더스의 이름으로 매년 달력을 만들어 판매했다. 달력의 여백 곳곳에 교훈적인 금언이나 삶의 지혜를 써넣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훗날 이를 책으로 엮은 것이 ‘가난한 리처드의 달력’이다.


프랭클린은 달력을 통해 “최고의 신용은 성실”이라며 부자가 되기 위해선 부지런해야 함을 수없이 강조했다.


“부지런한 사람의 집에는 가난이 잠시 들여다보지만, 감히 집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한다.” “게으름은 걸음이 너무 느려 가난에게 금세 뒷덜미를 잡히게 된다.” “한 방울의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생쥐의 부지런함과 끈기가 밧줄을 끊는다.” “잠자는 여우는 한 마리의 닭도 잡지 못한다. 그러니 일어나라, 어서 일어나라.” “부지런한 사람에게 게으른 손님은 없다. 끓고 있는 주전자에는 파리가 앉지 못한다.”


프랭클린은 스스로 근면을 실천하고자 애썼다. 인쇄소를 경영할 때 부지런해서 성공할 젊은이란 평판을 얻고자 노력했다. 그의 자서전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상인으로서 신용과 평판을 생각해 항상 부지런하고 검소하게 생활하였다. 또 그렇게 보이도록 겉모습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그는 “잃어버린 시간은 찾을 수 없다”며 철저한 시간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늘의 하루는 내일의 이틀이다.” “천천히 서둘러라. 오늘의 계란 하나가 내일의 암탉 한 마리보다 낫다.” “인생을 사랑한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인생은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절제가 더없이 중요함을 알고 있었다. ‘가난한 리처드의 달력’에 그는 이렇게 썼다. “키케로는 ‘위대한 사람 중에 부지런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라고 말했지만 여기에 나는 이 말을 덧붙이고 싶다. ‘부지런한 사람 중에는 금욕과 절제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절제하지 않는 식욕은 정신과 신체의 활동을 게으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프랭클린은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와 존 칼뱅의 금욕생활을 전하면서 과식과 과음을 경계하라고 주문했다.


 “과식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배가 부르면 머리가 둔해진다. 시인은 요리사의 집에서도 굶는다.” “술을 쏟은 사람은 술만 잃지만 술을 마신 사람은 술과 함께 자기 자신도 잃는다.” “마시지 않은 채 자면 그만큼 빚 없이 일어나게 된다.”


프랭클린의 이런 생활 태도는 스스로 깨우친 것이다. 가족 중에는 도와주고 밀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는 미국 보스턴에서 가난한 양초 제조업자의 17명 자녀 중 15번째로 태어났다. 12세에 형이 운영하던 인쇄소에 견습공으로 취직해서 일하다 17세에 필라델피아로 옮겨 역시 인쇄공으로 일했다. 


22세에 따로 인쇄소를 차렸으며, 1년 후 ‘필라델피아 가제트’란 신문을 인수해 발행인이 되었다. 그는 독서광이었다. 학교 교육은 2년이 전부였으나 다방면의 독서로 20세 무렵부터 지식인 대접을 받았다. 


10대 때 형 인쇄소에서 일할 때의 회고다.


 “나는 채식 요리법을 배워 형이 주는 식비의 절반을 절약할 수 있었다. 그 돈으로 책을 샀다. 혼자 식사를 해결하는 것은 큰 이점이었다. 형과 견습공들이 식사하러 나간 사이에 혼자 인쇄소에 있을 수 있었다. 나는 물 한 잔에 비스킷이나 빵, 건포도, 파이 등으로 식사를 간단히 때우고는 사람들이 돌아올 때까지 공부에 열중했다. 먹고 마시는 것을 절제하니 머리가 훨씬 맑아지고 이해도 빨랐다.”


프랭클린은 ‘전토(Junto)’란 독서토론 클럽을 만들고, 미국 철학회를 설립해 지식인 사회에 두각을 나타냈다.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라틴어에 능숙했으며 아이디어가 많아 회원제 도서관을 운영하고 소방대와 대학을 만들기도 했다. 피뢰침, 스토브, 이중초점 안경, 시계 초침을 발명한 것도 프랭클린이다.


그는 인쇄사업을 하면서 30세 무렵부터 공직에 진출해 주 의회 서기, 우체국장 등을 역임했다. 40세를 넘기면서는 필라델피아 시의회 의원을 맡아 정계에 진출했다. 이후 식민지 체신부 장관을 맡는가 하면 식민지 대표로 오랫동안 영국에 머물기도 했다. 1775년 귀국하여 대륙회의 대표로 선출되고, 이듬해 토머스 제퍼슨 등과 함께 미국 독립선언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1783년 미국과 영국 간의 평화조약을 체결토록 했으며, 1787년에는 미국 헌법을 기초하는데 참여했다. 제퍼슨 등과 함께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그의 성공적인 인생은 오로지 자기 힘으로 가꾼 것이다.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다재다능함은 독서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술집에도 가지 않았고 노름 따위의 어떤 잡기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직 독서만이 나 자신에게 허락한 유일한 오락거리였다.”


2년간 학교를 다닌 덕에 기초적인 글 읽기와 셈법 정도는 깨우쳤지만 더 이상 자기 계발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평범한 인쇄공으로 인생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프랭클린은 자기만의 인생 지침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애써 실천한 결과 팔방미인이 된 것이다. 


근면이 성공을 위한 제1 덕목임은 누구나 인정한다. 직업과 관계없다. 무슨 일을 하든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실적을 내기 어렵다. 


직장생활을 한다고 치자. 요즘 웬만한 기업에선 주 52시간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야근이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일하는 사람과 월급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빈둥빈둥하는 사람 간 차이는 사뭇 크다. 일과 시간이 끝나고 대책 없이 노는 사람과 자기 발전을 위해 꾸준히 외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 간 차이도 마찬가지다. 입사 동기라 해도 20년, 30년 후에 성취나 지위에 큰 차이가 나는 이유다. 


부지런하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 중에 게으른 사람은 거의 없다. 부모한테 물려받은 재산 믿고 게을리 살다 까먹는 것 시간문제다. 머리 좋다고, 어릴 적 공부 좀 잘했다고 거들먹거리다 놈팡이 되는 것 흔하게 본다.


검약도 성공의 필수 요소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더 많이 써버리면 부자가 될 리 없다. 프랭클린이 근면 못지않게 중시했던 덕목이다. 그는 “버는 돈에 비해 적게 쓰는 법을 안다면 ‘현자의 돌’을 가진 것과 같다”라고 했다.


이런 가르침도 있다. “검약은 훌륭한 소득이다.”(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 “지나치게 소박한 생활을 했다고 후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레프 톨스토이) “사치하면 교만하기 쉽고 검약하면 고루하기 쉽다. 교만한 것보다는 차라리 고루한 것이 낫다.”(논어)


근면과 절제, 중요한 줄 다 알지만 실천하기 힘든 것이 문제다. 실천하려면 습관을 들여야 한다. 프랭클린도 습관 들이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게으르고 낭비하는 습관은 당장 고칠 것을 주문했다. “나중에 고치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지금 고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인용하거나 참고한 책

<가난한 리처드의 달력> 벤저민 프랭클린, 조민호 옮김, 휴먼하우스, 2011

<프랭클린 자서전> 벤저민 프랭클린, 이계영 옮김, 김영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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