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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Nov 01. 2021

<11> 담대하게 전진하라

당신이 큰 결단을 내리면 우주가 몰래 실현시켜 줄 수도 있다

“우리가 준비되지 않았다거나 노력해봐야 안 된다거나 노력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여러 세대의 미국인들은 우리 국민의 정신을 요약한 단순한 신조로 답했습니다. 아니, 우린 할 수 있어(Yes we can)”

-버락 오바마의 ‘약속의 땅’


미국 제44대 대통령을 지낸 버락 오바마는 낙관주의와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쳐진 사람이다. 와스프(WASP, 앵글로색슨계 백인 개신교도)가 주류인 세계 최강국 미국에서 아프리카계 흑인이 대통령이 되어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것은 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쓴 회고록 ‘약속의 땅’엔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험난했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담대한 도전, 끊임없는 시련과 그 극복 과정, 합리적 낙관주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고비마다 도전정신과 돌파 능력을 잉태하는 용기가 차고 넘친다. 


위에 소개한 글은 오바마가 2008년 첫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 때, 승리를 장담하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크게 실망한 지지자들을 상대로 행한 연설 내용 일부이다. 연설 앞부분은 이랬다.


“우리는 앞에 놓인 전투가 오래갈 것임을 압니다. 하지만 어떤 장애물이 우리 길을 가로막더라도 변화를 위한 수백만의 목소리가 가진 힘을 가로막지는 못할 것임을 늘 기억하십시오.” 


그는 불가능해 보이던 난관에 좌절하지 않은 사람들, 즉 초기 아메리카 개척자, 노예 해방론자, 참정권 운동가, 이민자, 민권 운동가들이 오로지 희망을 토대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고 역설해 환호를 유도했다. 


오바마는 어머니가 백인이지만 아버지는 아프리카 케냐 출신 흑인이다. 하와이 대학에 유학 온 아버지가 같은 학교에서 어머니를 만나 결혼해 오바마를 낳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국으로 돌아가버렸다. 이혼하는 바람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열 살 때 호놀룰루에서 한 달간 함께 산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와 외조부모 손에 똑똑한 청년으로 성장했고,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었다. 흑인이 많이 사는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 터 잡은 오바마는 법률회사에 적을 두면서도 시민단체와 자선단체 사업에 적극 참여했다. 여기서 부인 미셸을 만나기도 했다.


젊고 유능한 변호사, 열정적인 시민운동가는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었으나 지방정부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오바마는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신다. 

낙심하고 포기할 오바마가 아니었다. 부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2004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당히 중앙정치 무대에 진입했다. 회고록에서 밝힌 출마 당시의 심경과 다짐은 한마디로 ‘담대함’이었다.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참패한 지가 엊그제인 주제에 연방 상원 경쟁에 뛰어드는 일이 얼마나 무모하고 후안무치한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알코올 중독자가 마지막 딱 한 잔을 합리화하듯 내가 또 한 번의 기회를 갈망했을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중략) 하지만 당선이 확실하지는 않아도 가능성은 있으며, 승리한다면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중략) 성공하지 못한다면 정계를 떠나야 했다.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 없이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43세 젊은 흑인 운동가가 무려 70퍼센트의 지지율로 상원의원에 당선되자 워싱턴 정가는 곧바로 그를 주목하게 된다. 직전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상원의원 선거 예비후보 자격으로 명연설을 해 이름을 알린 터라 졸지에 떠오르는 별이 된 것이다.


초선 상원의원으로 불과 2년쯤 일했을 때 주변에서 대선 출마를 권했다. 햇병아리 상원의원이, 그것도 백인들이 멸시하는 아프리카계 흑인이 대통령이 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지명도가 높고 경륜이 많은 선배 의원들을 모두 제쳐야 하는 시점에서 그는 또 한 번 담대한 결단을 내렸다. 오바마는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오래전에 내기를 걸었고, 이제 결과를 확인할 때가 되었다. 나는 보이지 않는 선(線), 내가 상상할 수 없었고 어떤 면에서는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방식으로 삶을 가차 없이 바꿔놓을 선을 넘으려는 참이었다. 하지만 지금 멈추는 것, 지금 돌아서는 것, 지금 겁먹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민주당 경선에서 지명도 높은 힐러리 클린턴, 백전노장 조 바이든과 경쟁해야 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첫 번째 아이오와 주 프라이머리에서 2위 클린턴을 8% 포인트 차로 따돌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바이든은 곧바로 사퇴했다.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오바마는 본선에서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던 공화당 대선후보 존 메케인과 접전을 벌였으나 결국 큰 표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어려움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선거기간 중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인종적 정체성이었다. 특히 흑인과 이민 사회에 냉담한 공화당에선 마타도어 흑색선전을 서슴지 않았다. 


“오바마는 캐냐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이 없다.” “오바마는 출생신고서가 없으며, 하와이에서 태어났다는데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름이 오사마 빈 라덴과 비슷한 걸 보면 테러세력과 연관이 있으며, 이슬람교를 믿는다.” “대통령이 되면 흑인들을 돕기 위해 백인들의 세금을 크게 올릴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는 대선 기간 내내 담대함을 유지했다. 미래를 향한 인종적 화합을 부르짖고,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 사회 개혁을 위한 젊은 리더십의 필요성을 소리 높여 외쳤다. 미국인들은 꺼림칙해하면서도 그의 손을 들어줬다.


취임해서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가 하면, 사회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오바마케어’라 불리는 의료보험의 획기적 개선이 대표적이다. 그간 미국은 선진국 가운데 국민에게 보편적 의료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였다. 의료보험을 개혁하겠다는 그의 계획은 매우 급진적인 도전이었다.


통제불능 상태이던 거대한 의료산업 구조를 혁파하고, 모든 국민에게 기본적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기에 기득권층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었다. 보수층을 대변하는 공화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까지 설득해야 하는 힘든 과제였다.


온갖 어려움에 부닥쳤으나 결국 그는 취임 1년 2개월 만에 해내고야 말았다. 저명 언론인 조너선 체이트는 저서 ‘오바마의 담대함’에서 이렇게 평했다.


 “대통령 임기 중에 오바마가 자신의 개인적인 특성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주었던 대목은 의료보험 개혁과 관련하여, 민주당은 물론 많은 행정부 인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을 때였다. 모두가 지지를 거두어들이고, 각계에서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오바마는 용기와 도덕적 결단력, 그리고 냉정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런 리더십 덕분에 그는 손쉽게 재선에 성공했으며, 세계 초강국을 별 탈없이 이끌 수 있었다.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가 성공한 대통령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불굴의 낙관적 도전정신 아니었나 싶다.


인생을 살다 보면 실패를 각오하고 도전해 볼까, 아니면 현재 상태에 만족하며 편안하게 살 것인가 고민할 때가 있다. 여러 차례 그런 상황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다. 정답은 없다.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자기 자신의 몫이다.


하지만 자신이 아직 젊다고 생각된다면 현실안주 대신 도전을 선택해보는 것 도 나쁘지 않다. 사실 크게 성공한 사람은 십중팔구 이런 선택을 했다고 보면 된다.


아마존닷컴을 일궈낸 제프 베조스의 도전이 대표적이다. 젊은 나이에 100만 달러 연봉을 받는 잘 나가는 월가 증권맨이었으나 인터넷 사업에 끌려 사표를 냈다. 거액의 스톡옵션을 주겠다며 사표 번복을 간청하는 사장에게 했다는 그의 말은 울림이 크다. 


“사실 저도 매우 두렵습니다. 하지만 80세가 되었을 때 과연 무엇을 후회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스톡옵션이냐, 새로운 도전이냐. 아마 저는 도전하지 못한 것을 더 후회할 것 같습니다.”


오바마와 베조스에게 미국 시인 랠프 왈도 에머슨이 큰 용기를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여러분이 결정을 내리면 우주가 몰래 힘을 모아 결정된 사항을 실현시킬 것입니다.”


인용하거나 참고한 책

<약속의 땅> 버락 오바마, 노승영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2021

<오바마의 담대함> 조너선 체이트, 박세연 옮김, 성안당,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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