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국제화, 왜 어려운가?

국제대학 설립, 모두가 하지만 모두가 성공하지는 않는다

by 정병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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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대학가에서는 ‘국제화’가 화두다. 한때 일부 소수 대학만이 시도하던 국제대학 설립과 유학생 유치는 이제 대부분의 대학이 생존을 위해 필수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이 되었다. 전국의 대학교들은 너도나도 ‘국제대학’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새로운 단과대학을 설립하고 있지만, 이들 중 실제로 성공적인 사례로 자리 잡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국제대학 설립, 모두가 하지만 모두가 성공하지는 않는다

성공하는 국제대학과 그렇지 못한 국제대학의 차이는 무엇일까? 먼저 실패하는 국제대학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실패하는 국제대학의 10가지 특징


1. 명확한 비전 없이 설립
단순히 유학생 수를 늘리거나 재정적 돌파구를 찾기 위한 목적에 머물고, 국제대학이 지향하는 교육철학과 정체성이 부재한 경우가 많다. 남들이 모두 하니까 번갯불에 콩볶듯이 하는 국제대학 설립은 필패의 지름길이다. 글로컬 대학, 라이즈 사업 등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면 더 문제다.


한 대학은 기존 학과 중 한국인 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 폐과 위기에 놓인 학과를 추려서 국제대학으로 전환한 경우가 있다. 국제대학을 미래 성장을 위한 동력이자 발판으로 삼는 것이라기보다는 기존 게임의 룰에서 도태되는 인력들에게 새로운 부담과 고통을 안기는 방식으로 국제대학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국제대학이 과연 성공했을까?


국제대학 설립과 이를 통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대학 전체의 비전과 발전에 있어 무슨 역할을 할 것인지 명확한 그림을 그리고 추진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국제대학이 대학 전체의 브랜드와 랭킹 상승의 마중물 역할을 하거나 해외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2. 차별화된 전략과 구조 없이 기존 단과대 중 하나처럼 운영
글로벌 교육을 위한 별도의 성장 전략, 운영 프로세스, 조직 설계 없이 기존 학사구조에 얹어 운영하다 보니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 국제대학을 더 키울려면 총장 직속으로 해서 위상을 높이고 독립성을 부여하거나, 국제대학의 등록금을 차등을 두거나, 국제대학의 공식언어를 영어로 하거나, 학장을 외국인으로 두거나 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과 운영이 필요하다.


3. 조직 내부에서 특정 조직과 인력을 떼어서 국제대학 구성
기존 부서에서 인력과 업무를 떼어내어 국제대학을 구성하지만, 이는 일시적 방편일 뿐이며 실패하는 지름길이다. 국제대학에 맞는 인력을 찾다보면 내부에서는 거의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외부에서 전문가를 수혈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충 땜질하다시피 하다보면 성공 루트를 타기를 기대하는 것은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4. 학장, 국제교류처장 등 리더십 선임의 전략 부재
국제대학장 등 주요 보직을 ‘적당한 사람’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글로벌 교육에 대한 비전과 실행력을 갖춘 인재가 아닌 경우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국제대학의 학장과 국제교류처장은 매우 긴밀하게 협업해야하는 유관부서이다. 둘 중에 하나만 삐끗해도 성장하기는 매우 어렵다. 학장은 단과대의 교육 프로그램 총괄 운영, 교수진 리드, 비교과 프로그램 총괄 등을 수행하는 교육의 리더라면 국제교류처장은 유학생 유치, 해외 대학과의 파트너쉽 체결, 국제행사 진행 등 외부를 챙겨야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 국제대학 학장과 국제교류처장이 비슷한 성향인 사람이 앉아 있거나 혹은 정반대로 선임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각각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Job description을 작성하고 거기에 맞는 최적의 인력을 내외부 출신을 가리지 말고 선발 및 중용해야 한다.


5. 성과평가 및 인센티브 시스템의 부재
구체적인 전략이 없다 보니 평가 기준도 모호하고,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보상 체계 역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100% 영어로 수업하는 국제대학이라한다면 기존 한국어로 수업하는 교수진 대비 같은 한국인 교수에게 제공하는 연봉이나 보상 체계도 높아야한다. 기본급을 건드리기 어렵다면 3학점당 100만원 추가 지급 등 추가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외부에서 교수진을 유치할 때도 마찬가지다. 영어로 수업해야 하는 초빙교수나 겸임교수를 채용할 경우에는 기존 교수진과 다른 방식의 선발은 물론 인센티브 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


국제교류처 직원도 마찬가지다. 학생 수, 중도탈락률 등 외국인 유학생 관리 지표에 핵심인 영역 중심으로 적절한 성과 보상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국제교류처 직원을 타겟 국가별 외국인 교수/ 직원으로 배치하고 해당 교수/ 직원별 학생수의 목표치를 부여하고 이에 대한 보상제도는 기본급과 성과급을 밸런스있게 제시하되 성과급은 학생수에 비례하는 것으로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들이 일으키는 추가 수익 - 예를 들어, 서머 프로그램, 최고위 과정 -은 별도로 보상하는 유인책을 두어야 한다.


6. 경쟁 대학과의 차별성 부족
영어로 수업하고 외국인을 교수로 채용한다는 정도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똑같은 전공에 똑같은 수업방식으로는 유학생도, 교직원도 감동시키지 못한다. 대부분의 국제대학에는 경영학과가 있다. 경영학과 교수진을 보면 그밥에 그나물이다. 차별화가 전혀 없다. 예를 들어, 교수진의 절반을 박사학위 소지자의 외국인교수진으로 꾸린다거나 혹은 교수진의 일정 수를 삼성전자, 구글 등 유수의 산업체 출신으로 채용한다거나, 전체 교과목 중 20% 이상을 캡스톤 디자인으로 한다는 등 차별화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7. 자체 유학생 유치 역량 없이 에이전트에 의존
학교 차원의 브랜딩, 타겟 마케팅, 디지털 홍보전략 없이 에이전트에 의존한 유학생 유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학생 유입의 질과 다양성 확보도 어려워진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다보니 나름 업계에서 유명한 에이전트와 협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 에이전트가 좋은 업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과는 disaster다. 에이전트를 쓰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에이전트를 활용하더라도 에이전트없이 스스로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필요하다면 에이전트 출신의 직원을 내재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8. 투자가 아닌 비용 절감 중심의 운영
국제대학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보다는 예산을 통제해야 하는 ‘부담’으로 인식하며 운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중장기 성과 창출을 저해한다. 국제대학을 설립하고 나서 그 다음부터는 비용 대비 수익 관점으로 주판알을 튕기는 학교가 많다. 더욱이 국제대학의 학장을 외부인으로 선임하고나면 그 국제대학에 대한 기존 대학 내 타 교수진, 교직원들의 불신과 시기질투가 뒷 따르는 것은 일반적이다. 그럴수록 국제대학의 운영에 있어서는 최소 3~4년간은 투자 관점으로 육성해야 한다.


9. 기존 업무 프로세스/ 인프라 그대로 활용 - 한국에 왔으니 한국법을 따르라!
수강신청 시스템, 기숙사 운영, 교수채용 방식 등 모든 것이 기존 체계와 동일하다면, 외국인 학생과 교원이 경험할 수 있는 불편은 줄지 않는다. 외국인 교수를 채용한다고 하면서 채용 사이트는 여전히 한국어로 되어 있거나 외국인 교수를 한국인 교수와 동일한 일정으로 뽑아서 합격 후 비자를 제때 받지 못해서 임용을 한 학기 뒤에 해야하는 경우도 많다. 수강신청 시스템을 여전히 한국어로 운영하거나 출석 앱에 외국인 유학생 이름이 모두 한국어로 표기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무슬림 학생을 교육하려면 그들을 위한 할랄식당, 기도실 확보는 기본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유학생들의 문화, 언어, 기대 수준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똑같은 방식의 서비스와 규정을 적용한다면 소외감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 왔으니 한국 문화를 따르라는 방식은 유학생을 더 이상 받지 않는다는 것과 동일하다. 이러한 천편일률적이고 고압적인 태도가 학생에게만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외국인 교수들도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이다.


10. 학생 취창업 및 정주 환경 구축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대학교 운영은 Input, Throughput, Output이 모두 중요하다. 인풋이 학생선발, 교수선발 등이라면 쓰루풋은 교육과정 및 학생서비스이고 아웃풋은 결국 취업이다. 유학생은 한국에 오고나서부터 파트타임을 통해 생활비를 벌고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은 대부분 유학생이 선후배의 도움이나 에이전트의 소개로 주로 몸을 쓰는 일을 많이 하지만 파트타임이나 인턴쉽부터 학교가 나서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학교는 거의 없다. 더 나아가 교육부의 취업률 집계에 유학생이 포함되지 않다보니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취업 기회 소개 등을 체계적으로 하는 학교도 찾기 어렵다.


지역 내 청년 인구는 급감하고 있고 신입사원을 뽑고 싶어도 뽑지 못하는 중견/ 중소기업이 부지기수다. 이러한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 문화에 익숙하고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외국인 유학생을 활용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하지만 입학하고나서는 외국인 유학생 관리나 취업 지원 등에는 인색한 학교가 아직 많다. 이러한 학교는 몇년간 에이전트에 의존해서 신입생 유치는 그럭저럭 잘할 수 있을지 몰라도 첫번째 졸업생의 취업 실적이 별로일 경우, 그 다음 사이클에 입학하는 신입생은 급감하는 악순환을 경험할 수 있다. 실패하는 국제대학의 루트에 접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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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제대학 설립은 ‘간판’만 달아서 되는 일이 아니다. 국제화는 단순히 외국인 학생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체질을 바꾸고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일이다.
진정한 국제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대학이 대학 전체의 미래전략과 연결되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야 하며, 이에 필요한 조직 혁신, 인재 채용, 글로벌 파트너십, 학생 경험 디자인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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