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명확한 비전 없이 설립
국제대학 설립이 단순히 외국인 유학생 수를 늘리거나, 등록금 수입을 보전하기 위한 재정적 돌파구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는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근 많은 대학들이 국제대학 설립에 뛰어들고 있지만, 그 중 상당수는 '모두가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번갯불에 콩 볶듯 추진되고 있다. 전략도, 철학도, 운영계획도 없이 급조된 국제대학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부에서 정체성과 존립 이유에 대한 근본적 회의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글로컬대학 육성사업, RISE(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 등 외부 재정지원사업을 겨냥한 ‘형식적 설립’은 장기적 관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외부 재원이 끊기고 나면 내부의 동기부여는 사라지고,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외부 자금 유치를 위한 ‘포장용 국제대학’은 수명이 짧다.
예를 들어, 한 지방대학은 기존 학과 중 정원 미달로 폐과 위기에 놓인 학과 몇 개를 억지로 통합하여 국제대학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한국인 학생 유치에 실패한 학과를 간판만 바꿔 다시 활용하는 시도였지만, 정작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 교수진, 인프라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과연 이 국제대학은 제대로 정착되고 성공했을까?
이처럼 국제대학은 단순히 유학생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대학의 전략적 방향성과 브랜드 정체성을 구현하는 핵심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국제대학을 통해 단기적으로 몇 명의 유학생을 유치할 수는 있겠지만, 명확한 비전 없이 출발한 국제대학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음과 같은 문제에 봉착한다:
대학 내 다른 단과대와의 갈등과 소외감
정체성 없는 커리큘럼과 수업 품질 저하
학내·외 홍보력 부족으로 인한 유학생 유치 실패
내부 구성원의 낮은 몰입도와 자존감 하락
결국 국제대학 설립은 “왜 우리가 이걸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깊은 철학적, 전략적 응답이 있어야 한다. 단순한 수치 목표가 아니라, 국제대학이 대학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 그리고 해외 네트워크와 브랜드 가치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청사진이 우선되어야 한다.
가령 다음과 같은 장기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대학이 대학 전체의 브랜드 및 랭킹 상승을 견인하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
국제대학을 기반으로 해외 자매대학 설립, 국제 공동학위 개발, 글로벌 연구센터 유치 등의 확장전략을 실현한다
국제대학이 외국인 교수, 연구자, 글로벌 스타트업 등 다양한 국제 자산들이 모이는 플랫폼이 되어, 지역사회 및 산업과 연결된다
즉, 성공적인 국제대학은 단순히 ‘외국인 학생을 위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대학의 새로운 정체성과 미래 경쟁력을 재정의하는 전략적 기획물이어야 한다. 이를 위한 학내 공감대 형성, 이사회 및 총장단의 강력한 리더십, 글로벌 전략에 대한 전문성 확보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