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의 새 지도: Hybrid Thinking의 정의 (2)
우리가 친숙한 기업 사례를 통해 문제해결역량/ 방법론의 4가지 유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해보자. 단순히 글로벌 사례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작동한 하이브리드 사고의 흐름은 더욱 실용적이며 설득력 있다.
우선 맥킨지식 로지컬씽킹 문제해결 방법론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로지컬 씽킹 문제 (L → L → L) 유형에서 대표적인 예는 쿠팡의 물류 시스템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물류 혁신을 구현하기 위해 전국 물류센터의 최적 배치, 알고리즘 기반 경로 설계, 실시간 재고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모든 의사결정이 분석과 최적화에 기반했으며, 이는 전형적인 로지컬 씽킹 문제 해결 방식이다.
두번째로는 아이디오나 스탠포드 D 스쿨이 개발한 디자인씽킹의 문제해결 방식인 디자인 씽킹 방법론이다.
디자인 씽킹 문제 (D → D → D) 유형은 카카오의 UX 설계에서 잘 드러난다. 카카오톡은 초기부터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최우선으로 개발했다. '채팅방 입장음'이나 '간편 친구 추가'처럼 작지만 감성적인 포인트는 공감 기반의 설계에서 출발했다. 기능보다는 사용자의 감정과 맥락을 이해하려는 사고가 핵심이었다.
앞으로 논의할 2가지는 내가 개발하고 정의한 하이브리드 씽킹 방법론이다. 하이브리드 씽킹이라함은 로지컬씽킹과 디자인씽킹을 한번 이상 넘나드는 복합적인 사고방식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해결방법론은 문제발견 (Discover), 솔루션 개발 (Develop), 실행 (Deliver)이라는 3단계를 갖추고 있다. 내가 주장하는 하이브리드 씽킹이라함은 3단계를 진행함에 있어 한번 이상의 다른 문제해결 방식으로의 넘나듬이 있는 방법론이다.
예를 들면, 로지컬씽킹에서 시작해서 디자인씽킹을 거쳐 다시 로지컬씽킹으로 마무리하거나, 혹은 디자인씽킹으로 시작해서 로지컬씽킹을 거쳐 디자인씽킹으로 마무리하는 방법론이다.
로지컬 시작형 하이브리드 (L → D → L) 문제 유형은 네이버의 스마트렌즈 서비스에서 나타난다. 초기에는 데이터 기반으로 검색 패턴을 분석하고, 이미지 인식 기반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기능적 가능성을 구조화했다. 그 후 사용자 인터뷰와 사용성 테스트를 거쳐 감각적 UI/UX를 개발했고, 마지막으로 시스템 성능 검증과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다시 분석 중심의 로드맵을 설정했다.
디자인 시작형 하이브리드 (D → L → D) 문제 유형은 성동구의 '서울숲 커뮤니티 리디자인 프로젝트'와 같은 공공 디자인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민들의 감정과 삶의 맥락을 출발점으로 삼아 공감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예산, 안전, 기능성 등의 요소들을 고려해 중간에는 구조화된 논리가 개입되었고, 최종적으로는 다시 감성적 공간경험 중심으로 설계가 마무리되었다.
위 4가지 문제해결 유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글로벌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다.
정답이 존재하며, 분석과 규칙으로 해결 가능
예시: 회계 오류 수정, 재무 구조 분석, 물류 최적화, ERP 도입 전략 수립
사고 흐름: 문제 정의 → 분석 → 실행 계획
대표 사례: FedEx의 물류 최적화 시스템 개선 프로젝트. 2000년대 초반, FedEx는 급증하는 택배 수요와 국제 배송 확장에 따라 물류 효율을 극적으로 개선할 필요에 직면했다. 그들은 먼저 방대한 배송 데이터를 수집해 지역별 수요, 운송 시간, 차량 운행 경로, 창고 가용성을 분석했다. 이후 수천 개의 배송 노선을 재설계하고, 각 지역의 출발 및 도착 시간표를 최적화했으며, 창고 간 배치와 재고 흐름도 다시 조정했다. 이 모든 과정은 고도로 정량화된 로지컬 씽킹 기반 분석에 따라 수행되었고, 결과적으로 연간 물류비를 약 14% 절감하는 동시에 배송 정확도와 고객 만족도를 대폭 개선할 수 있었다. 이는 전형적인 L → L → L 사고 흐름의 성공 사례로, 분석적 접근만으로도 탁월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 정의 자체가 모호하고, 사용자 공감과 실험을 통해 발견
예시: 신제품 아이디어, 사회혁신 프로그램 설계, UX 디자인, 도시 공간 리디자인
사고 흐름: 공감 → 아이디어 → 시제품 → 피드백
대표 사례: Airbnb의 창업 초기. 창업자들은 처음부터 명확한 사업 모델이나 구조적 해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는 매우 모호했다. '낯선 사람의 집에 돈을 내고 묵게 하는 것'이라는 개념 자체가 신뢰를 형성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호텔 숙박에 비해 불편하고 불안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신뢰 기반의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창업자들은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실제 호스트의 집을 방문하고, 숙박 사진을 직접 찍고, 호스트와 게스트 양쪽의 사용성을 반복 인터뷰하며 문제의 본질을 공감의 시선으로 접근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숙소 검색 UX, 후기 시스템, 호스트 인증 절차 등 신뢰 기반 기능들이 자연스럽게 도출되었고, 작은 시제품(프로토타입)과 사용자 피드백을 반복하면서 지금의 Airbnb로 진화할 수 있었다. 이는 전형적인 디자인 씽킹 흐름(D → D → D)의 성공 사례다.
분석에서 출발해 창의적 전환 후 다시 실행 구체화로 수렴
예시: 정책 기획, 교육 커리큘럼 설계, 경영 전략 수립, 브랜드 리뉴얼 전략
사고 흐름: 데이터 기반 정의 → 브레인스토밍 → 실행 시뮬레이션
대표 사례: 넷플릭스의 글로벌 전략. 넷플릭스는 먼저 시청자의 시청 이력, 검색 패턴, 시청 중 이탈 시점 등 수백 가지 데이터를 수집해 지역별, 세대별 콘텐츠 선호도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이 단계는 매우 구조적이며 데이터 중심의 로지컬 씽킹이 기반이 되었다. 이후 도출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하우스 오브 카드', '킹덤', '오징어 게임' 같은 독창적인 콘텐츠 개발이 시작되었다. 이때는 작가, 제작진, 지역 문화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문화적 감성과 창의성이 집중된 디자인 씽킹적 전환이 이뤄졌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다시 글로벌 배급 전략, 자막/더빙 최적화, 마케팅 채널별 실행계획 수립 등 정밀한 실행 전략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는 철저히 데이터 기반 분석 → 창의적 발상 → 구조화된 실행이라는 L → D → L의 전형적인 사고 흐름을 보여준다.
공감에서 출발해 논리적으로 재정리하고, 창의적으로 마무리
예시: 지역축제 기획, 기업문화 개선, 도시재생 프로젝트, 사회문제 해결
사고 흐름: 인터뷰 → 구조화 → 감성 설계
대표 사례: 삼성의 '노란리본 캠페인' 협력 프로젝트.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적 슬픔과 공감의 에너지를 어떻게 공공 커뮤니케이션으로 전환할 것인가가 주요 과제였다. 삼성은 유가족과 시민단체,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먼저 유가족의 심정과 요구를 듣는 감정 중심 인터뷰를 수개월 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애도를 표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행동하는 시민'이라는 메시지가 핵심임을 도출했다. 이후에는 해당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문구, 시각 디자인, 디지털 플랫폼 확산 전략 등 구조적 설계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는 다시 감성적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캠페인, 노란리본 달기, 지하철 포스터, 브랜드 연계 이벤트 등 창의적 실행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는 공감 → 구조화 → 창의적 실행이라는 전형적인 D → L → D 사고 흐름이 잘 적용된 사례다.
이제 문제 해결의 지도는 더 이상 평면적이지 않다. 단선적 분석이나 감성적 공감만으로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 대응할 수 없다. 하이브리드 씽킹은 문제의 시작점이 어디이든, 상황에 따라 사고의 흐름을 전환하고 통합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한다. 이 네 가지 사고 유형은 단지 사고의 ‘방식’을 나눈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 속에서 마주하는 문제의 ‘속성’을 분류하는 새로운 프레임이다. 진짜 전략가는 정답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사고의 흐름을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다. 분석이 필요할 때는 냉철하게, 공감이 필요할 때는 깊이 있게, 그리고 그 사이를 넘나들 수 있는 힘—그것이 하이브리드 씽킹의 본질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문제 해결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