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적 문제해결역량_하이브리드 씽킹_1

문제 해결의 새 지도: Hybrid Thinking의 정의 (1)

by 정병익

문제 해결의 새 지도: Hybrid Thinking의 정의 (1)


두 사고법의 결합이 아니라, 흐름 설계의 전략

사람들은 종종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을 잘 섞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마치 두 가지 사고법을 블렌더에 넣고 갈아낸 스무디처럼 사용하면 문제 해결이 쉬워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문제마다 적합한 사고의 흐름이 다르고, 때로는 분석이 먼저 필요한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공감이 먼저일 때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하이브리드 씽킹(Hybrid Thinking)이다.


하이브리드 씽킹은 단순한 사고법의 혼합이 아니다. 문제의 특성에 따라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을 언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사고의 전략이다. 다시 말해, 생각의 '방법'이 아니라 생각의 '흐름'을 설계하는 것이다.

GE와 LG CNS의 복합적 의사결정: 구조와 창의의 전환

예를 들어보자. 제너럴일렉트릭(GE)은 오랜 시간 동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도로 구조화된 기업이었다. 그러나 제프리 이멜트 전 CEO 시절, 산업용 IoT와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단순한 데이터 분석 이상의 것이 필요했다. 그들은 고객 사용 환경에 대한 관찰, 공감 인터뷰, 프로토타이핑 등 디자인 씽킹의 도구를 실제 전략 수립에 적용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여전히 정량적 성과지표(KPI), 프로세스 혁신 로드맵 등 고도로 로지컬한 틀 안에서 마무리되었다. 이것이 바로 로지컬 → 디자인 → 로지컬(LDL) 사고 흐름이다.


비슷한 사례로, LG CNS의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LG CNS는 대기업 제조 고객사를 대상으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단순한 시스템 구축에서 벗어나 사용자 관점의 문제 해결 접근이 필요함을 인식했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정량적 분석, 프로세스 리디자인, 자동화율 평가 등 철저한 로지컬 씽킹을 기반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중간에는 실제 공정 담당자와 작업자의 인터뷰, 현장 시뮬레이션, 사용성 테스트 등 디자인 씽킹 방식이 개입되었고, 이 과정에서 기존 설계안이 다수 수정되었다. 이후 다시 성능 분석, ROI 검토, 현장 교육 커리큘럼 설계 등 고도로 구조화된 단계로 마무리되었다. 이 역시 전형적인 LDL 흐름으로, 한국 대기업이 하이브리드 씽킹을 현실적으로 적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LEGO의 회생 전략: 공감에서 분석으로, 다시 감성으로

2000년대 초반, 레고는 한때 파산 위기에 몰렸다. 이때 당시 CEO였던 욘 비 크누드스톱은 디자인 씽킹 접근법으로 사용자, 즉 아이들의 놀이 경험을 새롭게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 공감 인터뷰, 부모와 아이의 놀이 관찰, 사용자 여정 지도 등이 적극 활용되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이후 레고는 내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잘 팔리는 시리즈를 분석하고, 생산 비용과 유통 효율성을 점검했다. 그리고 다시 감성적 브랜드 요소(스토리텔링, 애니메이션 시리즈 등)로 제품군을 재정비했다. 이것이 디자인 → 로지컬 → 디자인(DLD)의 전형적인 흐름이다.


문제 해결은 '틀'이 아니라 '흐름'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틀'에 갇힌 문제 해결 방식이 큰 실패를 초래한 사례는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세월호 참사 당시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다. 수직적 명령체계와 매뉴얼 중심의 사고는 현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 세월호 사건은 단순한 시스템 부재가 아니라, 사고 구조의 문제를 복합적·역동적으로 해석하려는 하이브리드 씽킹의 부재를 보여준 사례였다. 초기 대응에서 로지컬 씽킹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이후 피해자 및 국민과의 공감 능력은 디자인 씽킹조차 실종된 상태였다.


또 다른 사례는 LH 투기 사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일부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벌인 사건은 제도와 감시 시스템의 허점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원인은 '제도는 완벽하다'는 틀 안에 갇혀 문제를 재정의하지 못한 데 있었다. 조직 내부에서도 로지컬 씽킹으로만 문제를 다뤘고, 공공기관이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떤 감정과 가치 기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지를 고려한 디자인 씽킹적 접근이 전혀 부족했다.


결국 이런 사회적 실패 사례는 공통적으로 '사고의 흐름을 유연하게 설계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에서 하이브리드 씽킹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틀'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마다 적합한 사고 흐름을 새롭게 구성하고 설계하는 역량에 있다.


많은 기업과 리더가 전략 수립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문제에 맞는 사고 흐름을 적용하지 않고, 자신이 익숙한 사고방식만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어떤 리더는 수치를 보면 안심하고, 어떤 리더는 공감을 통해 영감을 받는다. 그러나 문제는 당신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문제 그 자체가 어떤 성격을 가졌는가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역사 속 전략가들도 이를 잘 보여준다. 나폴레옹은 전쟁 전략을 수립할 때 철저하게 지형, 보급, 병력 수치를 분석한 로지컬 씽커였다. 하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그는 빠른 기동과 예측 불가능한 공격 방식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디자인 씽커처럼 움직였다. 그의 전쟁은 항상 L → D → L 혹은 D → L → D 흐름을 오갔다.


애플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스티브 잡스는 사용자에 대한 직관과 공감(디자인 씽킹)으로 제품의 콘셉트를 시작하지만, 내부에서는 생산 계획, 원가 구조, 출시 시기 등 로지컬한 판단과 실행력이 이어졌다. 다시 소비자 경험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하이브리드 씽킹의 전형이다.


단편적인 문제 해결의 시대는 끝났다. 단순한 분석이나 감성적 접근만으로는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풀 수 없다. 이제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특성에 맞는 사고의 흐름을 전략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리더만이 해답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이브리드 씽킹은 단지 두 사고법을 섞는 것이 아니라,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전환하며 흐름을 설계하는 고차원적 전략이다. 변화가 일상이 된 시대, 고정된 틀이 아닌 유연한 흐름을 설계할 수 있는 자만이 진짜 전략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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