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명확한 차별화 전략과 전담 운영 체계
국제대학은 기존의 국내 중심 학사 체계와는 철학도, 대상도, 운영 방식도, 추구하는 목표도 본질적으로 다른 조직입니다. 이러한 국제대학을 기존 학과나 행정 체계 위에 단순히 ‘얹어놓는’ 방식으로 운영하게 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 학생들은 복잡한 행정 절차로 인해 불편을 겪게 되고, 교수진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커리큘럼 설계나 평가 방식을 구현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국제대학만의 명확한 비전과 차별화된 운영 전략이 없다면, 같은 대학 내부에서도 “국제대학이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에 직면하며 조직이 고립될 가능성도 큽니다.
따라서 국제대학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명확한 차별화 전략과 전담 운영 체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음은 그 구체적인 방안입니다.
국제대학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명확한 정체성과 차별화된 교육 철학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외국인 학생을 많이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국제대학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누구를 위한 대학인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졸업 후 어떤 경로로 성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전략적 메시지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경영인 양성, 디지털 기반 국제 전문가 육성, 다문화 융합 리더십 교육 등 특정 목표군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에 최적화된 교과과정, 비교과 활동, 커리어 지원을 설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산에 세우는 국제대학이라면 항만물류, 관광, 금융 등 지역의 산업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 설계가 적절합니다. 부산에 설립하는 국제대학이 경영학, 컴퓨터공학처럼 모두가 생각하는 전공의 국제대학을 세운다면 차별화포인트가 적습니다.
또한 기존 단과대와는 다른 포지셔닝을 가져가야 합니다. 일반 학부과정과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학생, 교수, 내부 행정 모두에서 혼란과 마찰이 발생하게 됩니다. 국제대학은 단순한 ‘번역된 커리큘럼’이 아니라, 교육 방식, 평가 체계, 학생 경험까지 전방위적으로 국제화된 교육 모델을 지향해야 하며, 이를 통해 내부 구성원과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왜 국제대학이 필요한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한동대학교는 설립 초기부터 전 강의의 영어화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통해 ‘작지만 글로벌한 대학’의 모델을 실현해 왔습니다. 특히 다문화 공동체를 지향하며, 해외대학과의 복수학위 및 국제 NGO 진출을 활성화해 독자적인 국제화 정체성을 구축했습니다.
국제대학이 기존 단과대학과 동일한 수준으로 간주된다면, 예산·인사·운영 등 전략적 자율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발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직 구조상 총장 직속 혹은 부총장급 산하 조직으로 위상을 격상시키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송대학교의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은 국제교류부총장을 겸직한 학장을 선임하여, 전략 기구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총장과의 직접적인 소통 체계를 마련한 사례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단과대학을 넘어 국제화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끔 하며, 실행력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또한, 독립된 브랜드 운영도 매우 중요합니다.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우송대 ‘솔브릿지’, 한남대 ‘린튼글로벌스쿨’, 동명대 ‘부산국제대학’ 등 다양한 사례처럼, 브랜드를 별도로 가져가는 방식은 차별화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단, 이름만 다르고 실제 운영은 동일하다면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브랜드 독립을 선언한 이상, 운영과 행정의 독립성도 함께 보장되어야 합니다.
국제대학은 글로벌 수준의 교육 콘텐츠와 외국인 교수진, 다양한 글로벌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추가 재정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일반 단과대와 동일한 등록금 체계 내에서 이를 충당하려 한다면 결국 교육의 질을 희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차별화된 등록금 체계를 설정하고, 그에 걸맞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어, 등록금을 달러로 책정하거나, 외국인 교수에게는 원화와 외화 혼합 급여를 제공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독립채산제 수준의 재정 운영을 도입해, 수입과 지출을 별도로 관리하고 단과대학의 성과에 따라 재정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를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국제대학의 자립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핵심 전략입니다.
국제대학의 운영 언어가 한국어 중심이라면, 외국인 학생들은 행정, 수업, 생활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행정 시스템, 웹사이트, 이메일, 상담, 공지사항 등 모든 프로세스에 영어 병행 제공은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회의, 내부 보고, 공문 등에서도 영어 사용을 원칙화하면, 국제적 환경에 적합한 조직 문화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 중심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 각종 행사나 특강, 졸업식 등에 실시간 통·번역 시스템을 제공하여 언어 소외 없이 포용적인 학사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혹은 중국, 베트남 학생 등이 많다면 중국어나 베트남어를 병기하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중국, 베트남 학생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서비스와 좋은 기억을 심어줄 수 있고, 강력한 동문으로 거듭나서 신입생 입학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국제대학의 리더는 그 조직의 철학과 방향성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국내 대학에서는 글로벌 네트워크나 교육 경험이 부족한 인물을 학장으로 선임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인사는 조직 구성원의 동기 부여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해외 대학이나 국제기관과의 협력에서도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영어로 자유롭게 소통 가능하고, 해외 고등교육 시스템을 이해하며, 교육 혁신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가진 인물이 학장으로 선임되어야 합니다. 외국인 교수나 해외 대학 출신 교수, 또는 글로벌 기업 및 컨설팅 회사 출신의 박사급 인재를 적극적으로 중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종대학교는 과거 CJ그룹의 부사장/ 전략기획총괄(Chief Strategy Officer)로 일하던 김경원 박사를 학장 및 부총장으로 영입하여, 국제화와 혁신을 동시에 이룬 성공 사례를 만든 바 있습니다.
국제대학은 단순히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는 ‘전담 부서’가 아닙니다. 새로운 교육 철학과 운영 방식을 실험하고, 대학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실험실이자 전략 조직입니다. 명확한 목표, 전담 체계, 글로벌 리더십이 뒷받침될 때, 국제대학은 단순한 부속 단위가 아니라 대학 전체의 국제화 엔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