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다다다익선
컴퓨터 메모리는 높을수록 좋고,
텔레비전 화면은 클수록 좋고,
아이디어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디자인씽킹 관련 책을 여러권 출판 후 여러 기업체에서 관련 워크샵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유수의 대기업들 중심으로 워크샵이 들어왔는데 대부분 과차장급의 핵심 인재들과 1박 2일 정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디자인씽킹의 개념, 핵심 이론, 방법론과 템플릿을 소개하고 실제 회사나 개인적으로 겪고 있는 '고약한' 문제를 같이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2가지 영역에서 참가자들이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첫번째는 공감하기입니다. 보통 주어진 문제를 논리적으로, 효율적으로 푸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다보니, 고객과 공감을 제대로 하는 것에 대해서 어려움을 표합니다.
두번째는 아이디어 도출입니다.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기 두려워하고 이미 머릿 속에 있는 본인들의 가설 중심의 뻔한 아이디어를 3~4개 정도 도출하고 끝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가요? 뭔가 익숙하지 않나요?
아래는 아이디어 도출 단계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이 왜 중요한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제 저서인 "생각은 양손잡이처럼"에서 관련 내용을 발췌하였습니다.
디자인 씽킹 워크숍이나 강연을 하다 보면, 많은 학생들과 참가자들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단계에서 주저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저는 이 단계에 약 10분 정도의 시간을 주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안에 그럴듯하고 무난한 아이디어 다섯 개 정도를 낸 뒤, 그 아이디어를 더 정교하게 다듬고 포장하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는 그렇게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저는 늘 최소 30가지 이상의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권합니다. 양이 많아야 그중에 숨겨진 보석 같은 아이디어가 나올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많이 내보는 것 자체가 생각의 폭을 넓히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사고를 확장하게 도와줍니다.
그래서 저는 워크숍에서 ‘단계별 아이디어 도출법’을 씁니다. 처음 10분 동안 10가지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고, 그 아이디어들을 가볍게 비판해 본 뒤, 다시 15분 동안 10개를 더 만들어냅니다. 이 과정에서 비판의 강도를 조금 높입니다. 마지막으로, 20분 동안 또 다른 10개의 아이디어를 추가로 뽑아내게 합니다. 총 45분 동안 30개의 아이디어를 짜내는 셈이죠.
물론 이 과정에서 비슷비슷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도 나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말 눈에 띄는 아이디어는 보통 20번째를 넘어서야 비로소 등장합니다. 초반 20개는 대개 평범하고 예상 가능한 아이디어들이고, 진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그 너머에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곤 하죠. 그래서 저는 끝까지 밀어붙이라고 말합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논리적인 사고만으로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일상의 틀을 깨고 새로운 형용사, 색다른 전제를 상상해야 비로소 등장합니다.
우리는 종종 창의적인 사람을 ‘단번에 정곡을 찌르는 스나이퍼’로 비유합니다. 마구잡이로 쏘는 람보보다, 정확하게 한 방을 날리는 윈터 솔져에 더 가깝다고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애덤 그랜트는 《오리지널스》에서 전혀 다른 얘기를 합니다. 창의적인 사람일수록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라고요. 왜냐하면, 그들은 그만큼 더 많이 시도해봤기 때문입니다.
가장 위대한 오리지널스는 가장 많이 실패한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가장 많이 시도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단 몇 개의 뛰어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선 수많은 형편없는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셰익스피어를 생각해보세요. 대중이 기억하는 건 몇 편의 비극과 희극일 뿐이지만, 실제로 그는 38편의 희곡, 154편의 소네트, 그리고 두 편의 장시를 남겼습니다. 그중에는 이름조차 낯선 작품도 있고, 평가가 엇갈리는 것들도 많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대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차르트는 600곡 넘게, 베토벤은 650곡 이상을 남겼고, 바흐는 무려 1,000곡을 작곡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기억하는 곡은 그중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피카소도 드로잉, 도자기, 유화, 조각 등 수만 점의 작품을 남겼지만, 대중의 기억에 남은 대표작은 몇 안 됩니다.
아인슈타인도 예외는 아닙니다. 26세에 발표한 1905년의 다섯 편의 논문 중 네 편은 물리학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발표한 248개의 논문 대부분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창의성도 결국은 확률의 문제입니다. 많이 시도해야 걸리는 법이죠.
디자인 씽킹에서 아이디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지 마세요. 아니, 조금 더 강조하자면 ‘많고 또 많을수록 더 좋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다다다다익선!입니다.
양이 질을 낳습니다. 무엇이 혁신적 아이디어로 이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더 많이, 더 다양하게 생각해내야 합니다. 그게 결국 정답에 다가가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