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랭킹, 모두가 같은 전략을 가져갈 필요는 없습니다
대학교 총장님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늘 나오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대학 랭킹입니다. 랭킹은 이제 단순히 외부 기관이 매기는 수치가 아닙니다.
대학의 입학 경쟁력,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부재정지원 사업, 기업과의 산학협력, 심지어 언론 보도까지, 대학의 브랜드와 외연 확장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대학이 동일한 전략, 동일한 방식으로 랭킹에 대응해야 할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 대학이 처한 현실과 목표에 따라 다른 ‘랭킹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비유하자면 대학은 하나의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시장에는 다양한 브랜드가 있고, 그 브랜드마다 다른 게임의 룰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시장의 주요 업체별 브랜드 포지셔닝을 예로 들어볼까요?
천연재료 유무와 대중적인지 프리미엄인지 여부에 따라 2X2로 나눠본다면 하겐다즈는 천연재료와 프리미엄의 교차 세그먼트에 있을 것이고 배스킨 라빈스는 대중적이면서 혼합/ 색소 함유 세그먼트에 있을 것입니다.
하겐다즈와 배스킨 라빈스, 두 브랜드 중 누가 더 성공한 브랜드인가요? 매출과 영업이익, 시가총액으로 비교해본다면 브랜드 포지셔닝과 상이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브랜드 포지셔닝은 상호 간의 우위가 아니라 자기만의 위치입니다.
이 글에서는 브랜드 포지셔닝 관점에서 대학을 다음의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설명드리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와 같은 상위권 명문대학을 말합니다. 이 대학들은 마치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처럼 고관여 시장의 Top Tier 브랜드와 유사합니다. 일반 소비자(학생, 학부모)는 이미 이 대학의 이름만 들어도 가치와 위상을 직관적으로 이해합니다.
즉, 브랜드 이미지가 이미 시장에 고착화되어 있고, 어느 정도의 인지도와 수요는 보장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 그룹의 대학은 랭킹에 민감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는 국내 경쟁이 아닌 글로벌 경쟁 무대로 시야를 옮겨야 할 시점입니다.
아시아 Top 10 진입
세계 대학 랭킹 Top 30 진입
세계 100대 대학과의 파트너십 구축
해외 우수학생 유치, 글로벌 교수진 확보 등
이제는 ‘럭셔리 시장의 경쟁’으로 진입한 것이며, 그에 따라 QS, THE 등 글로벌 랭킹에서의 브랜딩 전략이 중요해졌습니다. 단순한 ‘숫자 경쟁’이 아닌,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두 번째 그룹은 중위권~중하위권 대학들입니다. 이 그룹은 일명 ‘매스(Mass) 세그먼트’, 대중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브랜드입니다.
20년 전, 짜장면을 시켜 먹던 시절을 떠올려보세요. 우리는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을 선택했지, 10곳을 비교해가며 랭킹을 따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어떻습니까? 배달앱을 켜면 수많은 식당들이 나오고, 사람들은 리뷰와 평점을 보고 선택합니다. 바로 이게 매스 시장의 법칙입니다.
대학 랭킹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매스라고 한다면, 랭킹 시스템이 존재하기 전에는 국내 대학은 입결이나 대학 평판 중심으로 경쟁을 하였고 랭킹의 결과는 무시했습니다. 특히, 중앙일보 평가 등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지방 중소형 사립대는 랭킹을 아예 무시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영산대, 동명대, 우송대와 같은 지방 사립대들이 QS 랭킹에 대거 등장하면서 비슷한 수준의 대학들도 이제는 랭킹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동네 상권에 자리잡은 자영업자들이 배달앱의 평점에 민감하게된 것처럼, 모든 대학이 랭킹의 게임에 점점 들어오게 된 것이죠.
매스 브랜드 세그먼트 안에서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충성도 기반의 선택을 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은 끊임없이 노출, 평판 관리, 수치 중심의 랭킹 대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그룹은 다음과 같은 전략이 중요합니다.
QS Asia, QS Subject 랭킹 등 세부 랭킹 활용
국제 인증 (AACSB 등)을 통한 신뢰도 확보
지속적인 언론 노출 및 미디어 브랜딩
외국인 학생 유치 및 국제지표 개선으로 가시성 확보
매스 세그먼트에서는 ‘보이는 만큼 팔리는’ 룰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이 그룹의 대학은 랭킹을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하며, 상위 랭킹 진입보다는 자신의 포지션에서 우상향하는 궤적을 명확하게 그려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마지막은 니치 마켓(Niche Market)입니다. 이 영역에 해당하는 대학들은 흔히 우리가 잘 아는 대규모 대학은 아니지만, 자기만의 ‘운동장’을 만들어 경쟁 자체를 피하고, 오히려 독자적인 영향력을 구축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동대: 기독교 기반의 가치 중심 교육
켄텍(KENTECH): 한국전력이 투자해서 만든 에너지 특화 공과대학
태재대학: 한국형 미네르바대학으로서 캠퍼스 없이 세계 도시를 이동하며 온라인으로 학습하는 혁신형 대학
이 대학들은 단순히 “랭킹에서 몇 위냐”보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우리는 누구를 위한 대학인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렇다고 위 대학들이 랭킹에 신경쓰지 말자는 이야기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본인의 스토리와 브랜드 포지셔닝을 가장 잘 대변하는 랭킹 시스템부터 챙기면 됩니다. 예를들어, 태재대학은 작년에 WURI 랭킹에 화려하게 데뷔하였습니다.
우리 대학이 만약 비교적 신생 대학이거나, 기존의 랭킹 경쟁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신다면, ‘운동장을 바꾸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
특정 산업과 결합된 특화형 교육모델
글로벌 사회 이슈에 대응하는 솔루션 중심 커리큘럼
지역 밀착형 모델로 ‘지방 강소 대학’ 포지셔닝
랭킹의 논리에서 벗어나 자신의 무대와 룰을 만들면, 오히려 언론과 사회는 그 ‘이질성’에 주목하고 브랜드가 ‘니치에서 메이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 포지셔닝에 부합한 랭킹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랭킹은 무시할 수 없는 지표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대학이 지금 어떤 브랜드 포지셔닝에 있으며, 앞으로 어떤 무대에서 경쟁할 것인가입니다.
▶ 이미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세계 수준의 기준으로 무대를 옮기셔야 합니다.
▶ 중위권 대학이라면, 노출과 평판을 중심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다듬으셔야 합니다.
▶ 니치 전략이 가능한 대학이라면, 자신만의 룰과 이야기를 만드셔야 합니다.
대학이 처한 위치에 따라 맞춤형 랭킹 대응 전략, 그리고 브랜드 전략 수립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우리 대학이 단순한 ‘순위’가 아닌, 고유한 ‘서사’를 가진 브랜드로 성장해야 합니다. 경쟁은 룰을 아는 자의 것이고, 혁신은 룰을 만드는 자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