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의 M&A 성공사례: 연세대학교, ‘상쾌환’을 사다니요?
혹시 요즘 음료 코너에서 자주 보이는 ‘상쾌환’이나 ‘쿠퍼스’를 알고 계신가요? 회식 다음 날 책상 서랍에서 한 포 꺼내 드셔본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이 제품들을 만든 회사가 연세대학교에 인수됐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2021년, 연세대는 설립 이래 최초로 M&A를 단행하며 ‘네추럴웨이’라는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를 사모펀드(PEF)와 함께 인수했습니다. 대학이 기업을 ‘직접’ 사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요, 이번 결정은 단순한 투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연세대는 이미 ‘연세우유’ 브랜드로 유가공 시장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유업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 보니, 새로운 수익원을 찾던 중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회사가 바로 네추럴웨이죠. 이 회사는 OEM·ODM 방식으로 ‘상쾌환’, ‘쿠퍼스’, ‘헛개환’ 같은 숙취해소 및 간기능 개선 제품들을 대형 식품·제약사에 납품해 왔습니다. 팬데믹 이후 건강식품 수요가 늘면서 매출도 크게 증가했고요.
여기에 연세대가 가진 장점도 무시할 수 없죠. 세브란스병원, 연세우유, 연세생활건강 같은 기존 브랜드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는 네추럴웨이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세브란스에서 임상을 돌리고, 연세유업의 콜드체인으로 전국에 유통하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연세대는 사모펀드 레버런트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인수를 추진했는데요. 총 투자금은 800억 원 이하이며, 연세대는 약 30%의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이사회 내 5석 중 3석을 가져가며 사실상 경영권을 쥐게 된 셈입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부분은, 이 프로젝트가 대학 내 기획팀 주도로 체계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대학에서는 보기 어려운 ‘대기업식’ M&A 접근 방식이었죠.
또한 연세대는 향후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고 네추럴웨이의 잔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도 보유하고 있어, 지분 과반 확보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지금까지 국내 대학들은 보통 기술지주회사나 산학협력단을 통해 외부 기업에 간접적으로 투자해 왔습니다. 연구 성과를 상용화하거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죠.
하지만 연세대처럼 학교법인이 직접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일은 거의 전례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세대는 이미 장례·예식·유가공 같은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갖고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M&A 기회를 발굴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배경엔 특정 오너가 없는 지배구조, 그리고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실제로 내부 기획팀은 마치 전략기획실처럼 꾸려져 있고, 이사회에서 전문적인 심의를 거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움직임은 시대적인 배경도 한몫합니다. 학령인구는 줄고, 등록금은 오르지 않고, 정부의 지원도 예전만 못한 요즘 대학들은 새로운 재정 해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역시 과거와는 달리, 전략적인 수익사업과 M&A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립학교법상 수익사업에서 나온 수익의 80%는 반드시 교육에 재투자되어야 합니다. 즉, 잘만 운영하면 학생들의 장학금, 연구비, 캠퍼스 환경 개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죠.
한편으로는 이런 직접 투자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 경험이 부족한 대학이 기업을 인수하거나 자금을 직접 운영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리스크가 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과거 고려대는 동문이 운영하던 사모펀드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지만, 내부 이사회에서 부결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운용사와의 이해관계, 리스크 분석 부족 등이 문제가 되었던 것으로 알려졌죠.
이런 사례는 대학이 수익사업에 나설 때 단순한 ‘돈벌이’ 이상의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교육기관으로서의 공공성과 투명성, 책임감 있는 자산운용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대학의 명성에 상처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M&A를 고려하는 대학이라면 반드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재무나 세무 자문을 넘어서, 대학교라는 특수한 조직의 법적 구조와 실제 비즈니스 관점 모두를 이해하는 ‘양수겸장의 전문가’를 선정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회계법인, 컨설팅회사, IB(투자은행) 등의 조력자들과 함께 대학의 철학에 부합하는 전략을 수립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연세대의 이번 선택은 단순히 ‘재정 보완’ 차원이 아닙니다. 대학이 더 이상 순수 학문과 교육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시장에서의 역할을 새롭게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연세대는 장례·예식·헬스케어·식품 등 자교 브랜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체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M&A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 행보가 성공한다면, 한국 고등교육의 운영 모델 자체가 바뀌는 시작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모든 대학이 따라 하긴 어렵겠지만요.
참조자료: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70245731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5/06/04/ULSPX47A6NH5HCXWTKRAVXB7RM/
https://www.invest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3/19/202103198600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