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은 분석으로 시작해 실행으로 끝난다

차가운 분석 위에 세운 뜨거운 창의: 하이브리드 씽킹

by 정병익

조직이 다루는 문제 중에는 숫자와 논리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지만, 그렇다고 감성이나 직관만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정책 기획, 교육 커리큘럼 설계, 브랜드 전략, 도시 계획, 플랫폼 운영 모델 같은 문제들이 그렇습니다.

이 문제들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와 동시에, 그것을 어떻게 세상에 안착시킬 것인가를 함께 풀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때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 사고 패턴이 바로 LDL입니다.

LDL은 세 단계로 구성됩니다.

Discover — Logical: 문제의 구조와 경계 조건을 규정합니다.

Develop — Design: 기존 프레임을 넘어 해법을 재배치합니다.

Deliver — Logical: 제도·예산·운영으로 현실에 심습니다.


LDL이 흥미로운 이유는, 분석과 창의가 공존하지만 마지막은 언제나 실행의 언어로 끝난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LDL은 개인의 영감보다, 서로 다른 역량이 섞인 팀에서 더 잘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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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 — 논리 기반 분석: 해답이 아니라 질문을 설계합니다

LDL의 첫 단계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분석은 ‘답을 내는 기술’이 아닙니다. 오히려 질문을 정확히 만드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무엇이 핵심 변수인지, 무엇이 절대 바뀌지 않는 제약 조건인지. 이 세 가지가 정리되는 순간, 조직은 비로소 같은 방향을 보게 됩니다. 전략의 절반은 사실 이 단계에서 결정됩니다.


2) D — 창의적 비약: 구조를 다시 짜는 창의

많은 조직은 분석을 열심히 하고도 결국 업계 1~2등이 이미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분석 프레임에 너무 오래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LDL에서 말하는 창의는 “아이디어를 더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조를 다시 배치하는 것입니다.

정책이라면 제도의 빈틈을 새로운 서비스 로직으로 메우는 방식이고, 브랜드라면 기능이 아니라 세계관을 다시 쓰는 방식이며, 커리큘럼이라면 과목을 나열하지 않고 학습 경험을 ‘여정’으로 재설계하는 방식입니다.


3) L — 구조적 실행: 아이디어를 현실의 언어로 번역합니다

조직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사라지는 이유는 대부분 같습니다. 아이디어가 나빠서가 아니라, 운영 가능한 형태로 번역되지 않아서입니다.

LDL의 마지막 단계는 말 그대로 ‘안착’입니다.
제도, 예산, KPI, 운영 프로세스, 피드백 루프가 함께 설계될 때 아이디어는 비로소 현실이 됩니다.


사례 1. 이케아: 가구가 아니라 비용 구조를 바꾼 전략

이케아는 단순히 디자인이 예쁜 가구 회사가 아닙니다. 이케아가 바꾼 것은 가구 산업의 비용 구조였습니다.

그들은 가구 가격을 올리는 원인이 재료나 디자인이 아니라, 물류와 보관, 전시 같은 ‘부피의 문제’에 있다는 점을 먼저 분해했습니다(L). 그리고 완제품이 아니라 플랫팩이라는 방식으로 구조를 뒤집었습니다(D). 마지막으로 매장 동선, 재고 운영, 조립 경험, 서비스까지 하나의 운영 체계로 연결해 시장에 안착시켰습니다(L).


사례 2. 서울 심야버스: 노선이 아니라 ‘귀가 불안’을 설계한 정책

도시 정책에서도 LDL은 강하게 작동합니다. 심야 대중교통은 특히 그렇습니다. “운행하면 적자”라는 논리도 맞고, “그래도 필요하다”는 시민의 감정도 맞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노선을 늘리는 방식으로 풀리지 않습니다. 먼저 심야 이동의 흐름과 패턴을 분석해야 하고(L), 그 위에서 기존 노선이 아니라 ‘밤의 흐름’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재설계해야 합니다(D). 마지막으로 예산과 운영, 배차, 안내, 개선 루프까지 갖추어야 실제 인프라로 굴러갑니다(L).


결론: LDL은 “방향을 만드는 문제”를 푸는 방식입니다

LDL이 강한 문제는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방향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LDL은 단순히 “데이터를 보고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한다”가 아닙니다.

문제는 분석에서 시작되고

해법은 창의적 재배치에서 나오며

성공 여부는 실행 체계가 결정됩니다


AI 시대에 분석은 더 빨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을 바꿀지, 그리고 어떻게 안착시킬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LDL은 그 인간의 역할을 가장 현실적인 언어로 정리해주는 전략형 사고 프레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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