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씽킹: 엔지니어드 센싱

센싱을 설계하고, 해법을 만들고, 실행으로 학습하는 방식

by 정병익

LLD 패턴은 “분석(센싱) → 로지컬 솔루션 도출 → 경험적 실행”으로 이어지는 하이브리드 문제 해결 방식입니다.


겉으로 보면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프로세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세 단계가 반복되며 조직의 사고방식 자체를 바꿔 놓습니다.


LLD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세상을 읽는 감각을 ‘직관’에 맡기지 않는 것입니다.

무엇을 관찰할지, 어떤 신호를 데이터로 남길지, 그 데이터를 어떤 규칙으로 해석할지, 그리고 실행에서 무엇을 학습할지를 처음부터 설계합니다.


그래서 저는 LLD를 **엔지니어드 센싱(Engineered Sensing)**이라고 부릅니다.

이 패턴은 특히 디지털 서비스, AI 기반 제품, SaaS, 플랫폼, IoT처럼 “기술이 인간 경험을 매개하는 영역”에서 강하게 작동합니다.

이 세계에서는 좋은 알고리즘 하나로 승부가 끝나지 않습니다. 결국 승부는 이런 질문에서 갈립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그걸 얼마나 빨리 실행으로 바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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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번째 L — 분석(센싱): 무엇을 볼 것인가를 설계하는 단계 (Discover)

LLD의 시작은 분석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분석은 ‘엑셀로 숫자를 돌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분석 이전 단계에 더 가깝습니다.

무엇을 데이터로 보고, 무엇을 보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일.
즉, 관찰의 프레임을 만드는 일입니다.

데이터는 언제나 “있는 그대로”가 아닙니다.
로그를 어디에 남길지, 설문을 어떻게 설계할지, 어떤 행동을 ‘의미 있는 행동’으로 기록할지에 따라 이후의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LLD의 첫 번째 L은 결국 이런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어떤 행동을 신호로 볼 것인가?

어떤 상황을 이상 징후로 정의할 것인가?

시간이 지나도 비교 가능한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 단계가 제대로 작동하면 조직은 더 이상 “감 좋은 리더의 직감”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는 이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읽겠다”는 합의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문제 해결은 ‘감각’이 아니라 ‘설계’가 됩니다.


2) 두 번째 L — 로지컬 솔루션 도출: 데이터를 규칙과 시스템으로 바꾸는 단계 (Develop)

첫 번째 L이 관찰의 언어를 만드는 단계였다면, 두 번째 L은 그 언어를 바탕으로 규칙과 시스템을 설계하는 단계입니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문제는 더 어려워집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가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지 결정하는 능력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보통 다음이 이루어집니다.

인과관계와 제약조건 정리

임계값(threshold) 설정

정책(rule) 설계

A/B 테스트나 시뮬레이션 기반 검증

기술·비즈니스 제약을 동시에 고려한 최적안 도출


즉, 두 번째 L은 “데이터를 해석하는 시간”이 아니라 데이터로 운영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시간입니다.


3) D — 경험적 실행: 실행을 끝이 아니라 학습으로 만드는 단계 (Deliver)

LLD의 마지막 단계는 실행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실행은 ‘런칭’이 아니라 실험입니다.

LLD에서 Deliver는 “완성해서 던지는 단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실행이 시작되는 순간, 다시 첫 번째 L로 돌아가기 위한 루프가 열립니다.

프로토타입은 어떤 형태로 시작할 것인가?

무엇을 성공/실패로 정의할 것인가?

업데이트 주기와 책임 구조는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이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조직은 빨라집니다.
그리고 LLD의 본질이 드러납니다.

실행은 끝이 아니라 센싱으로 돌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다.


LLD가 특히 강한 문제의 공통점

LLD는 다음 조건에서 가장 강력합니다.


첫째, 사용자가 말하지 않는 것을 행동으로 읽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추천, 검색, 광고, 구독 유지, 이탈 방지 같은 문제는 인터뷰로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사용자는 말보다 행동으로 진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둘째, 기술·UX·비즈니스 논리가 동시에 얽힌 문제입니다. 이 영역은 ‘기술만 잘하면 된다’는 착각이 가장 쉽게 실패로 이어집니다.


셋째, 출시가 끝이 아니라 업데이트가 본질인 문제입니다. SaaS, 앱, 플랫폼은 출시가 아니라 “업데이트 속도”가 경쟁력입니다.


듀오링고(Duolingo) — 학습을 ‘게임’으로 만든 엔지니어드 센싱


듀오링고는 언어교육 앱입니다. 하지만 듀오링고의 혁신은 콘텐츠가 아닙니다. 사람이 공부를 지속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정면으로 읽은 것입니다.

듀오링고는 이렇게 문제를 정의했습니다.

“사람들이 언어를 못 배우는 이유는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끝까지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후 LLD가 작동합니다.

첫 번째 L: 사용자가 언제, 어떤 단계에서 포기하는지 센싱 구조를 설계합니다.

두 번째 L: 포기 확률을 줄이는 규칙(리마인드, 연속 학습, 보상 구조)을 논리적으로 설계합니다.

D: 실제 사용자에게 실험하고, 업데이트하며, 다시 학습합니다.


듀오링고의 제품은 ‘앱’이 아니라 학습 지속성을 최적화하는 센싱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듀오링고는 교육업계에서 드물게, “재미”를 데이터로 설계한 회사가 되었습니다.


배달의민족 — 음식이 아니라 ‘주문 불안을’ 줄인 플랫폼


배달앱의 경쟁은 단순히 “가게가 많다”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배달에서 가장 예민해하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불안입니다.

제대로 올까?


늦으면 어떡하지?

내가 시킨 게 맞나?

지금 어디쯤이지?


배달의민족은 이 감정을 센싱하고, 이를 시스템으로 설계했습니다.

첫 번째 L: 주문 후 고객이 무엇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지 데이터로 읽습니다.

두 번째 L: 예상시간, 상태 표시, 알림 규칙을 논리적으로 설계합니다.

D: 실제 화면과 메시지를 바꾸며 반응을 실험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능이 아니라,
불안을 줄이는 경험 설계입니다.

배달의민족은 결국 “배달”이 아니라
배달의 심리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마무리 —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읽는 힘’입니다


LLD는 화려한 방법론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라서, 조직이 제대로 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관찰을 설계하고

규칙을 만들고

실행으로 학습하는 것.

이 세 가지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루프가 조직 안에서 돌아가기 시작하면, 문제 해결은 더 이상 프로젝트가 아니라 학습 시스템이 됩니다.


AI 시대에는 똑똑한 결론이 흔해집니다. 하지만 무엇을 관찰할지, 무엇을 신호로 볼지, 무엇을 실험할지 결정하는 능력은 여전히 희소합니다.


LLD는 바로 그 희소한 능력을 구조화한 패턴입니다. 센싱을 엔지니어링하는 순간, 조직은 직관이 아니라 학습으로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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