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씽킹: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혁신

디자인씽킹, 다시 제대로 배우기

by 정병익

에어비앤비와 다이슨이 ‘정답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정답이 있는 문제는 풀기 쉽습니다.

어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답의 모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목표가 명확하고, 변수는 제한되어 있으며, 성공의 기준도 숫자로 합의됩니다. 이런 문제는 로지컬 씽킹이 강합니다. 구조화하고, 분석하고, 최적화하면 됩니다.

하지만 정답이 없는 문제는 다릅니다. 성공 기준이 흔들리고, 고객은 원하는 것을 말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고객 스스로도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이때 문제는 계산으로 풀리지 않습니다. 이 세계를 다루는 사고가 바로 디자인 씽킹입니다.

이 장에서는 Pure Design, 즉 디자인 씽킹만으로 승부가 나는 문제가 어떤 성격을 갖는지 살펴보고, 에어비앤비와 다이슨 사례로 그 힘을 확인해보겠습니다. 두 기업은 기술보다 감정, 기능보다 경험, 성능보다 의미를 중심에 두고 혁신을 만들어냈습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의 특징: 숫자가 아니라 마음이 결정합니다

정답 없는 문제는 대체로 네 가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고객은 원하는 것을 정확히 말하지 못합니다.
“더 편했으면 좋겠다”, “더 세련됐으면 좋겠다” 같은 말은 요구사항이 아니라 감정입니다.

둘째, 성공 기준이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정답 있는 문제는 KPI가 선명하지만, 정답 없는 문제는 KPI를 정하는 순간 오히려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습니다.

셋째, 경쟁은 기능이 아니라 ‘해석’의 싸움입니다.
같은 기능이라도 어떤 제품은 사랑받고 어떤 제품은 무시당합니다. 차이는 기능이 아니라 고객의 해석에서 생깁니다. 디자인은 결국 의미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넷째, 문제는 제품 하나가 아니라 경험의 흐름에서 터집니다.
고객은 기능이 아니라 여정 전체에서 만족하거나 실망합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는 분석으로 풀 수 없습니다.
분석은 이미 존재하는 세계를 설명하는 데 강하지만, 디자인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만드는 데 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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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 Design의 기본 공식: 공감 → 아이디어 → 실험

디자인 씽킹은 감성적인 브레인스토밍이 아닙니다. 오히려 매우 구조화된 방식입니다. 다만 그 구조가 숫자가 아니라 인간의 경험 위에 서 있을 뿐입니다.

Pure Design은 보통 세 단계로 움직입니다.


공감은 사용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단계입니다. 고객이 말한 내용보다, 고객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망설이는지에 주목합니다.

아이디어는 기능을 더하는 단계가 아닙니다. 경험의 구조를 다시 짜는 단계입니다.

실험은 정답 없는 문제를 다루는 유일한 현실적 방법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작은 실패를 반복하면서 진화합니다.


에어비앤비: 숙박이 아니라 ‘불안’을 디자인한 회사

에어비앤비는 숙박 플랫폼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에어비앤비는 불안을 제거하는 회사였습니다.

낯선 집에서 자는 것은 생각보다 큰 결심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품습니다.

“사진은 믿을 수 있을까?”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안전할까?”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까?”

즉 숙박의 문제는 방의 기능이 아니라 심리적 리스크였습니다.
에어비앤비가 풀어야 했던 것은 공급이 아니라 신뢰였습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는 숙소 검색 UX보다 먼저, 신뢰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리뷰, 프로필, 인증, 결제 구조, 보상 정책 같은 장치들은 기술적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경험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그리고 성장의 전환점은 의외로 ‘사진’이었습니다.
창업자들이 직접 숙소 사진을 찍어준 뒤 예약률이 뛰었습니다. 고객은 숙소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상상을 구매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4. 다이슨: 청소기를 판 것이 아니라 ‘짜증’을 없앤 회사

다이슨을 떠올리면 사람들은 보통 기술력을 말합니다.
하지만 다이슨의 진짜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의 감정을 겨냥했다는 데 있습니다.

청소기의 문제는 흡입력만이 아니었습니다.
먼지가 잘 안 빨리면 짜증이 나고, 필터가 막히면 불쾌해지고, 청소기가 무겁고 번거로우면 청소 자체가 싫어집니다. 즉 문제는 기능이 아니라 경험이었습니다.

다이슨은 질문을 바꿉니다.

“흡입력을 올리는 게 아니라, 청소가 싫어지는 순간을 없애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그 결과가 먼지봉투 없는 구조였고, 사용자가 체감하는 핵심은 성능이 아니라 “이건 계속 잘 된다”는 확신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이슨은 이 확신을 실험으로 만들었습니다.
수천 개의 프로토타입을 반복했다는 이야기는 단순한 근성의 상징이 아니라, 정답 없는 문제를 푸는 방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결론: 정답 없는 문제에서 혁신은 ‘사람을 읽는 능력’입니다

정답 없는 문제는 논리로 풀리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공감으로 정의되고, 아이디어로 재구성되며, 실험으로 현실을 설득합니다.


에어비앤비는 숙박을 판 것이 아니라 불안을 제거했습니다. 다이슨은 청소기를 판 것이 아니라 짜증을 없앴습니다.

둘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그들은 기술을 개선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경험을 다시 디자인했습니다. 정답 없는 세상에서 혁신은 결국 사람을 읽는 능력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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