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은 결코 쾌락만을 주지 않으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마약의 구매, 판매, 사용이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마약 소지나 사용으로 적발되어도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적어도 몇 만 명분의 마약을 운반하다가 걸려야 뉴스가 될까 말까 할 정도다.
나는 마약으로 인해 정신질환을 겪거나 조현병, 조울증 등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돌보는 정신건강사회복지사(Associate Clinical Social Worker, ACSW)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Psychotherapist라고도 부른다. 난 매일 환자들과 상담하며 마약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보통 ‘마약’이라고 하면 환각제, 기분 전환제, 중독성, 일상으로의 침투, 그리고 심각한 부작용 정도로 알고 있다. 하지만 출근과 동시에 매일 마주하는 마약 환자의 현실은 더 참담하다. 며칠 전 제임스 씨(가명)와의 대화는 특히나 충격적이고 안타까웠다.
운동선수였던 제임스 씨는 고등학교 시절 메달을 따고 대학 진학을 앞둔 촉망받는 청년이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코치님이 무서워 마약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늘 호기심이 있었다고 했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제임스 씨는 친구들과 함께 산에서 "딱 한 번만" 해보자며 독버섯을 나눠먹었다고 한다. 그날 제임스 씨는 3일 동안 기억을 잃었고, 경찰에 의해 산에서 벌거벗은 채 발견되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단 한 번의 실수가 그의 뇌에 영구적인 손상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그 후 3년 정도는 땅에 발이 닿지 않는 듯한 느낌, 귀가 먹먹하고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상태가 지속되었다고 한다. 코치로 일하던 그는 이상 증상으로 인해 직장을 잃었고, 일상생활도 점차 어려워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정신병원 입원, 노숙, 감옥 생활을 반복하며 14년이 흘렀고, 현재는 33세가 되었다. 얘기를 이어가던 제임스 씨는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나만 이런 건가요. 제가 살아야 될 이유가 뭔가요?"...
마약은 한 청년의 젊음과 시간을 앗아갔다.
만약 한 번의 선택으로 젊음과 건강을 잃게 될 것을 안다면, 사람들은 마약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마약에 손을 대는 걸까? 이 질문에 답을 찾으며, 어쩌면 우리는 처음부터 마약이 쾌락을 준다는 잘못된 정보에 유혹당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약을 하면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더라", "가끔 하는 건 괜찮다." 위험은 무시된 채, 마약이 마치 도파민을 분비해 쾌락을 주는 물질처럼 여겨지고, 마약에 손대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마약에 취함에서 일종의 즐거움, 해방감을 기대한다.
첫 마약 후 구토로 응급실에 실려가고, 수천만 원의 의료비가 청구된 이야기, 마약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한 피해 이야기. 이러한 고통스러운 경험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마약이라는 화학 물질은 신체에 들어오면 개인의 신체 반응, 나이,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을 일으키며, 모든 사람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약 과용(overdose)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죽거나, 뇌 손상으로 장애를 얻기도 한다.
매일 환자에게 마약과 관련된 얘기를 듣다가 내용이 끔찍해서 내 마음이 잘 추슬러지지 않는 날 도 있다. 환자의 잘못된 선택을 보듬어 주고, 위로하고, 재활을 도우며 이런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본다. 그리고 마약을 호기심으로 하려는 누군가에게 분명히 알려주고 싶다. 당신이 지금 마약을 생각하고 있다면, 마약은 결코 쾌락만을 주지 않으며,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이미지: 환자들이 머무는 시설 한켠의 상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