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없는 삶을 떠올리면 대개 아주 평화로운 장면이 먼저 생각난다. 마음을 조이는 일도 없고, 사람 때문에 흔들릴 일도 없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분명 그런 삶은 매력적이다. 매일이 너무 버겁고 지친 사람에게 평온은 사치가 아니라 꼭 필요한 회복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정말 아무런 긴장도, 부담도, 흔들림도 없는 삶이 과연 좋은 삶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삶은 편안함만으로 채워질 때보다, 때때로 나를 밀어내는 무언가가 있을 때 더 또렷해지기도 한다.
물론 모든 스트레스가 좋은 것은 아니다. 사람을 무너뜨리는 압박, 오래도록 마음을 갉아먹는 불안, 자신을 미워하게 만드는 긴장은 분명 줄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스트레스를 나쁜 것으로만 볼 수도 없다. 낯선 일을 시작할 때의 떨림, 중요한 선택 앞에서 느끼는 부담, 잘해내고 싶어서 생기는 긴장감 같은 것들은 오히려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불편하다고 해서 모두 해로운 것은 아니다. 근육이 자라기 위해 미세한 자극이 필요하듯, 마음도 어느 정도의 긴장을 통과하며 조금 더 단단해진다.
사람은 신기하게도 힘든 것만 견디는 존재가 아니다. 때로는 너무 평온한 상태에서도 방향을 잃는다. 아무 문제도 없는데 이상하게 허전하고, 괜히 의욕이 사라지고, 내가 멈춰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순간이 있다. 아마 인간은 단지 편안하기만 한 삶보다, 의미 있는 긴장 속에 있을 때 더 살아 있음을 느끼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애쓰고, 고민하고, 부딪히는 과정은 분명 피곤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더 분명히 알게 된다. 그러니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삶이 꼭 가장 충만한 삶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결국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 것이다. 스트레스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내 삶을 부수는가, 아니면 살아가게 하는가. 감당할 수 있는 긴장은 사람을 성장시키지만, 감당할 수 없는 압박은 사람을 소진시킨다. 그래서 우리가 바라는 삶은 완전히 무균실 같은 삶이 아니라, 힘듦이 있어도 나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삶에 더 가까워야 한다. 쉬어갈 틈이 있고, 기대어도 되는 사람이 있고,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삶. 그런 기반이 있을 때 스트레스는 파도가 아니라 리듬이 된다. 나를 삼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돌아보면 우리는 편안했던 순간보다 오히려 조금 버거웠던 시간들을 지나며 더 많은 것을 배운다. 뜻대로 되지 않던 날들, 마음이 조급했던 시절, 잘하고 싶어서 잠 못 이루던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 시간이 나를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삶에서 스트레스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일만이 답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그 불편함 속에서 내가 더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믿는 것도 필요하다. 중요한 건 무조건 참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통과하며 내 마음을 잘 돌보는 일이다. 흔들리지 않는 삶보다, 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찾는 삶이 더 현실적이고 더 강하다.
스트레스 없는 삶은 분명 달콤한 상상이다. 하지만 삶은 늘 그렇게 고요하기만 하지는 않고, 어쩌면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를 해치는 스트레스는 줄여야 하지만, 우리를 자라게 하는 긴장까지 모두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마음을 조이는 순간이 있다는 건, 그만큼 내가 진심인 삶을 살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러니 조금 흔들린다고 해서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으려는 태도, 그것이 삶을 더 단단하고 깊게 만드는 힘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