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좋은 사람 되기를 포기했다

by KELLY

20대의 나는 거절이 죽기보다 어려웠다. 무리한 부탁에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기분 나쁜 농담도 분위기를 깰까 봐 애써 넘겼다. "착하다", "성격 좋다"는 말이 내 자존감을 지탱하는 기둥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애쓸수록, 정작 나 자신에게는 가장 가혹하고 미안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타인의 기분을 살피느라 내 감정은 뒷전이었고, 남의 시선에 맞추느라 나의 색깔은 희미해져 갔다.


착한 사람이라는 낡은 가면


우리는 어려서부터 "사이좋게 지내야지", "양보해야지"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깨달았다. 세상에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를 싫어할 사람이 존재하고, 무례한 사람에게까지 친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나의 배려를 권리로 착각하는 이들에게 계속 웃어주는 건 미덕이 아니라 나에 대한 방임이었다. 나는 이제 낡은 '착한 사람' 가면을 벗기로 했다. 조금 까칠해 보이더라도, 선을 넘는 사람에겐 단호한 표정을 짓기로 했다


미움받을 용기보다 필요한 실망시킬 용기


나를 지키기 위해선 '실망시킬 용기'가 필요했다. "주말에 시간 돼?"라는 친구의 물음에, 특별한 일이 없어도 "아니, 이번 주는 혼자 쉬고 싶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말이다.


처음엔 심장이 쿵쾅거렸다. 저 친구가 나를 이기적이라 생각하면 어쩌지? 하지만 놀랍게도 건강한 관계는 나의 거절을 쿨하게 받아들였다. 만약 나의 거절에 화를 내거나 떠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그 관계의 유통기한이 다한 것뿐이다.


나의 친절은 한정판이다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다. 인간관계에 쓸 수 있는 나의 친절과 애정은 한정된 자원이다. 예전엔 이 귀한 자원을 길거리에 전단지 뿌리듯 남발했다면, 이제는 'VIP 고객'에게만 집중하기로 했다.


스쳐 가는 인연이나 나를 감정 쓰레기통 취급하는 사람들에게는 문을 닫고, 묵묵히 내 곁을 지켜준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다정하게 대하는 것. 모두에게 사랑받으려 애쓰지 않으니, 역설적으로 내 곁에 남은 사람들과의 사랑은 더 깊어졌다.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다


만약 지금 걸려오는 전화가 두렵다면, 그동안 너무 많이 참아왔다는 증거다. 너무 착했다는 뜻이다. 이제는 조금 더 이기적이어도 괜찮다. 남들에게 "너 좀 변했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나 자신에게 "이제야 좀 살 것 같다"는 소리를 듣는 삶. 그것이 진짜 어른의 관계 맺기다.


오늘도 나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한다. 대신, 오늘 밤 잠자리에 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선물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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