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선한 이기심

by KELLY

언제부턴가 내 일기장에는 '피곤하다'는 단어가 부쩍 늘어났다. 몸이 아픈 것도, 일이 유별나게 많은 것도 아니었다. 원인은 늘 '사람'이었다. 거절하지 못해 억지로 나간 모임,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 지었던 어색한 미소, 상대의 기분을 살피느라 정작 내 마음의 허기는 돌보지 못했던 시간들. 나는 모두에게 '참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나 자신에게는 가장 인색하고 무심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착한 사람’이라는 달콤한 감옥


우리는 사회적 존재라는 명목 하에 '원만한 관계'를 강요받으며 산다.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것이 마치 인생의 큰 오점이라도 되는 양, 우리는 성격 좋다는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에너지를 지출한다. 하지만 모두의 비위를 맞추는 친절은 결국 옅은 수채화처럼 금세 흐려지기 마련이다.


내가 모든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엄청난 해방감이 찾아왔다. 남들에게 비쳐질 '나'의 이미지보다, 지금 내 안에서 숨 쉬는 '나'의 상태를 우선순위에 두기로 했다. 이것은 이기심이 아니라, 나라는 우주를 지탱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기제였다.


곁을 비워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관계를 정리한다는 것은 단순히 연락처를 삭제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내 마음의 거실에 아무나 신발을 신고 들어오지 못하게 '초대장'을 발행하는 일이다.


고독은 소외가 아니라 ‘충전’이다


인간관계의 가지치기를 끝내고 남은 주말은 적막할 정도로 조용하다. 예전 같으면 이 정적이 불안해서 누구라도 불러냈겠지만, 이제는 이 고요함이 달콤하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시간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가 어떤 차의 향기를 좋아하는지, 어떤 문장을 읽을 때 가슴이 뛰는지 선명하게 느끼게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과도 건강하게 연결될 수 있다. 내 마음의 배터리가 가득 차 있으니, 누군가를 만날 때 더 이상 보상을 바라거나 서운해하지 않게 된 것이다. 관계의 다이어트는 결국 타인에게 내어줄 에너지를 '비축'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당신의 세계는 지금 더 단단해지고 있다


만약 지금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멀어지는 기분이 들어 불안하다면, 스스로를 다독여주자. 그것은 당신이 못난 사람이 되어서가 아니라, 당신의 영혼이 더 이상 가짜 웃음과 껍데기뿐인 대화에 만족하지 못할 만큼 성숙해졌다는 증거다.


옷장의 해묵은 옷들을 정리해야 새 계절에 맞는 옷을 들일 수 있듯,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좁아지는 인간관계는 고립이 아니라, 당신의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진짜 주인공인 당신을 돋보이게 해줄 '여백'을 만드는 일이다. 그 여백이 주는 평온함을 기꺼이 누리길 바란다. 당신은 지금 충분히 기깔나게 자신을 지켜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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