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너무 가까이 온다

by KELLY

여름이 싫다. 다른 계절은 대체로 “옆에” 머무는 느낌인데, 여름은 꼭 사람의 사적인 영역을 모르고 성큼 들어오는 타입 같아. 숨을 쉬면 공기가 먼저 달라붙고, 밖에 나가면 햇빛이 피부에 ‘퍽’ 하고 닿아. 땀은 노력하지 않아도 생기고, 머리는 금방 무거워지고, 옷은 가벼워도 몸은 가볍지 않다. 여름은 밝고 화려한 얼굴로 나타나지만, 나한테는 그게 친절이라기보다 압박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


‘즐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더 부담스럽다


여름이 오면 세상이 갑자기 들뜨는 것도 싫다. 휴가, 바다, 축제, 맥주, 불꽃놀이… 모두가 “이 계절은 신나야 해”라는 표정을 하고 있잖아. 물론 즐거운 사람도 있겠지. 그런데 그 분위기 속에서 나는 자주 혼자 뒤처진 느낌이 들어. 더위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빠져나가는데, 거기에 ‘행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까지 얹히면 마음은 더 피곤해져. 좋아하지 않는 계절을 굳이 좋아하는 척하는 건 생각보다 큰 노동이야. 그래서 나는 여름이 싫은 게 단순히 날씨 때문만은 아니라고 느껴. 여름을 대하는 기대치 자체가 나를 지치게 하거든.


여름은 내 리듬을 망가뜨린다


여름엔 모든 게 빨리 상해. 음식도, 기분도, 집중력도. 밤은 덥고, 잠은 얕고, 아침은 이미 후끈해. 작은 일에도 쉽게 예민해지고, 그 예민함 때문에 또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내가 왜 이렇게 날카롭지?” 하고. 그런데 사실 그건 성격이 아니라 환경이야. 사람은 쾌적함이 무너지면 마음도 같이 흐트러져. 여름은 나의 리듬을 계속 흔들어 놓고, 나는 그 흔들림을 수습하느라 하루를 다 써버린다. 그렇게 여름은 내게 시간을 넉넉히 주지 않는 계절이 된다.


그럼에도, 여름을 버티는 나를 인정하기


그렇다고 여름이 완전히 나쁘기만 한 건 아니야. 여름이 싫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오히려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거든. “나는 여름 체질이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으면, 나를 억지로 몰아붙이지 않게 돼. 더위를 피하려고 실내에 머무는 것도, 차가운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약속을 줄이는 것도 다 ‘게으름’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야. 여름을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계절 취향은 인성 테스트가 아니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마무리하고 싶어. 여름이 싫어도, 당신은 여름을 또 지나갈 거야. 완벽하게가 아니라, 당신 방식으로. 그걸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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