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를 보면 늘 신기해. 봄에는 꽃을 피우고, 여름엔 잎이 무성해지다가, 가을이 되어야 비로소 “결과”를 보여주잖아. 그 과정이 느린 게 아니라, 필요한 순서를 차근히 밟는 거야. 우리는 가끔 하루 이틀 사이에 뭔가가 달라져야 한다고 조급해지는데, 사과나무는 말없이 알려줘. 성장은 대부분 눈에 안 보이는 시간에서 이루어진다고.
사과나무는 매년 가지치기를 해. 언뜻 보면 멀쩡한 가지를 왜 자르나 싶지만, 그게 있어야 햇빛이 골고루 들고 바람이 통하고, 결국 열매가 단단해지거든. 사람도 비슷해.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관계까지 다 끌어안고 있으면 오히려 숨이 막혀. 가끔은 “이건 지금의 나에게 과해”라고 인정하고 내려놓는 게, 포기라기보다 내가 더 잘 살기 위한 관리일 때가 많아.
나무 아래엔 늘 떨어진 사과가 있지. 그게 꼭 실패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사실 자연에선 그마저도 순환이야. 땅으로 돌아가고, 시간이 지나면 흙이 되고, 다시 나무를 살려. 우리도 마찬가지로, 어떤 결과가 기대만큼 안 나왔다고 해서 전부 허사가 되진 않아. 그 경험이 네 안에 남아서 감각을 만들고, 다음 선택의 기준이 돼. 잘 안 된 일도 결국 너를 키우는 재료가 되더라.
지금 당장 열매가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물을 주고, 햇빛을 받고, 잘 버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자라는 중”이야.
너는 너만의 속도로 단단해지고 있어. 지금의 시간이 결국 네 열매를 더 달게 만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