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 운이 결정한 출발선의 높이

by KELLY

우리는 종종 '태어난 게 죄'라는 농담으로 팍팍한 현실을 비꼬곤 합니다. 하지만 눈을 조금만 넓혀 지구본을 돌려보면, 우리가 선 출발선이 생각보다 꽤 높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아프리카의 어느 척박한 땅이나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에서 태어났다면, 오늘 우리가 고민하는 '진로'나 '자아실현' 같은 단어는 생존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 사치스러운 소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헬조선이라는 푸념 뒤에는, 적어도 생존을 넘어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는 최소한의 토양이 마련되어 있다는 역설적인 안도감이 숨어 있습니다.


당연하게 누리는 생존의 기본값들


아침에 일어나 깨끗한 수돗물로 세수를 하고, 밤늦게 혼자 골목길을 걸어 귀가하며, 아프면 언제든 근처 병원을 찾는 일상. 우리에겐 공기처럼 당연한 이 '기본값'들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바쳐도 얻기 힘든 기적 같은 환경이라는 사실은 짐짓 숙연해지게 만듭니다. '살아남는 것' 자체가 매일의 숙제인 곳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는 이미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꽤 든든한 아이템들을 장착하고 시작한 셈입니다. 이 인프라가 주는 안온함은 우리가 넘어졌을 때 바닥 끝까지 추락하지 않게 막아주는 보이지 않는 안전망이 되어줍니다.


경쟁이라는 이름의 고통, 그 이면의 기회


물론 한국 사회 특유의 숨 막히는 경쟁과 비교 문화는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힙니다. 하지만 이 치열함의 이면에는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의 근거가 아주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습니다. 교육 시스템이 작동하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며, 전 세계와 연결된 이 좁은 땅덩어리는 때로 우리를 할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강력한 발판이 되기도 하죠. 척박한 환경에서 기회조차 박탈당한 삶에 비하면, 우리가 겪는 이 고단함은 어쩌면 무언가가 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성장통'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결핍이 아닌, 가진 것을 세어보는 용기


행복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상대적인 시선에서 오기도 합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에만 매몰되다 보면 내가 딛고 선 이 단단한 땅의 소중함을 잊기 쉽습니다.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는 건, 전 세계 인구 중 상위 몇 퍼센트 안에 드는 안전과 편의를 보장받았다는 통계적인 행운이기도 합니다. 이 사실을 인지하는 건 현실 도피가 아니라, 오히려 내 삶을 긍정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아주 영리한 방법입니다.


이 땅 위에서 다시 시작될 당신의 이야기


결국 '행운'이라는 건 우리가 선택할 수 없었던 과거의 결과물이지만, 그 행운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오로지 우리의 몫입니다. '헬조선'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이 나라의 견고한 인프라와 기회들을 나의 도구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요? 비록 남들과 비교하며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할 때도 있겠지만, 당신은 이미 꽤 괜찮은 엔진을 가진 배에 올라타 있습니다. 거친 파도를 탓하기보다 내 손에 쥐어진 키를 믿어보는 순간, 이 땅은 지옥이 아니라 당신의 꿈을 지탱해 줄 든든한 조력자가 될 것입니다.


세상을 원망하고 싶은 날도 있겠지만, 가끔은 당신이 누리는 이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겐 간절한 기도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귀한 환경에서, 그보다 더 귀한 존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신의 오늘을 응원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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