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가까워져야만 비로소 진심이 생긴다고 믿던 때가 있었다.
자주 연락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하루를 지나치게 잘 아는 것이
좋은 관계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된다.
모든 관계가 깊어질수록 편안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어떤 사이는 적당한 거리 안에서 더 오래 빛나고,
어떤 마음은 가까이 둘수록 오히려 쉽게 닳아버린다.
너무 친해진다는 것은
가끔 서로의 경계를 잊는 일이기도 하다.
조심해야 할 말을 가볍게 넘기고,
배려해야 할 순간을 익숙함으로 덮어버리게 된다.
처음에는 편해서 좋았던 사이가
어느 순간 불편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까움이 주는 안도감이
존중보다 앞서기 시작할 때,
관계는 천천히 무뎌진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좋은 관계란 무조건 가까운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온도를 해치지 않을 만큼 머물 줄 아는 관계라는 것을.
오래 남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의외로 지나치게 친했던 이들보다
적당한 선을 지켜주던 이들이 많다.
묻지 않아야 할 것을 묻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굳이 꺼내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충분한 다정함을 건네던 사람들.
그런 관계는 요란하지 않다.
자주 확인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고,
애써 붙잡지 않아도 쉽게 멀어지지 않는다.
서로를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오래 곁에 머문다.
너무 친해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거리의 길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태도일지도 모른다.
조금 떨어져 있어도 편안한 사이,
가끔 생각나도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좋은 관계는
끝내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가장 오래 무너지지 않는 사람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