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I의 고충

by KELLY

사람들은 종종 조용한 사람을 편안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말이 적고, 먼저 나서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지키는 사람.
언뜻 보기엔 무던해 보이지만, 사실 그 고요함 안에는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생각하고, 조금 더 오래 머뭇거리는 마음이 있다.


MBTI에서 I라는 문자는 단순히 내향적이라는 뜻으로 설명되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그것은 성향이라기보다
세상을 통과하는 방식에 가깝다.


쉽게 섞이지 못하는 대신 깊이 보고,
빠르게 가까워지지 못하는 대신 오래 마음에 남긴다.


조용하다고 해서,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웃고는 있지만 이상하게 에너지가 빠져나간다.


말을 하지 않아서 힘든 게 아니라,
계속해서 분위기를 읽고, 타이밍을 재고,
괜한 말이 되지 않을 문장을 고르는 일이 더 피곤하다.


가끔은 이런 오해도 따라온다.
낯을 가리면 차갑다고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면 예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I의 세계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곧 회복이고,
침묵은 불편함이 아니라 마음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누군가에겐 아무렇지 않은 약속 하나가
누군가에겐 하루의 컨디션을 미리 계산하게 만드는 일이 된다.


좋아서 나가는 자리도 있고,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문득 집에 가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건 싫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해서다.


가까워지는 데 오래 걸리는 사람


I의 고충은 종종 느리다는 데서 시작된다.
마음을 여는 속도도, 관계에 익숙해지는 속도도 대체로 더디다.
그래서 무심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고,
생각보다 벽이 있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천천히 가까워지는 사람들은
대개 쉽게 마음을 쓰지 않는 대신,
한번 마음을 주면 오래 남는 편이다.
말수는 적어도 대충 듣지 않고,
표현은 서툴러도 관계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어쩌면 MBTI I의 고충은
세상이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큰 목소리를 좋아한다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진심이 선명한 표현으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조용한 사람은 조용한 방식으로 애쓰고,
티 나지 않게 마음을 다해 관계를 지킨다.


그래서 오늘도 I인 사람들은
말보다 생각이 먼저 앞서는 하루를 살고,
무심해 보인다는 오해 속에서도
자기만의 속도로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쓴다.


조용한 사람의 마음은 종종 늦게 도착한다.
하지만 늦게 도착하는 마음일수록
의외로 오래 머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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