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인생의 갈림길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by 현채움




_


참 이상한 일이다

나는 항상 고통을 접어서는

물끄러미 아무렇지 않은척

결국이내엔 집어 삼키곤 했었다


얼마전엔 자그마치 2년짜리

마음속 고통덩어리를 토해냈다


그러고나니 희한하게도

나의 욕망덩어리가 함께 딸려나와서

총총 뛰어나가더니만

그야말로 나의 마음 속을

후련히 하니 놓고 나가버린게 아닌가


그 마음에는 사실

몇년 전부터 꼭꼭 숨기고 있던

아니 사실은 정확히 표현만 안했다 뿐이지

모두에게 공표한 나의 꿈이

제 주인집에 온냥 자리했었다


언젠가 세계를 빛내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나는 그 세상 밖을 나가보려는 마음을 먹었다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그 비밀아닌 비밀을 전해주려도 했다


참 이상한 일이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고 해야 할지

나에게 그런 꿈을 꾸는게 맞냐고 타박을 주는건지

몇년 전 악몽이 되풀이 되었다


몸의 고통에 몸부림치다

결국 그때 당시 내 세상에서

스스로 악인이 되어 제 발로 걸어 나온적이 있다


나는 그때의 나는

나의 고통으로 다른 사람을 해를 입히는 것도

나의 고통에 잡아먹혀 나를 놓게 되는것도

그 순간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_


최근 한결 후련해진 나는 거리낌이 없었다

인생의 새로운 방향을 잡아서

걸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홧병이 들어 결국 제 뿔에 지쳐

썩어문드러지겠거니 했는데

대상자를 앉혀두고 조목조목

나의 더럽고도 은밀했던 비밀을 그대로 게워냈다


나에게 새로운 꿈을 쥐어준 시발점이라 여겼고

나의 감정선을 괴로움에서 이끌어내준

이 후련함에서 나는 되려 허전함을 느낄 지경이었다


_


센과치히로의 더럽고도 큰 존재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인간들이 버린 온갖 쓰레기들이 꽂혀

질퍽거리며 거동이 불편한 진흙덩어리로 등장한

신이 있었다


최근의 나는 사실을 고백하건대

그와 매우 닮아있었다


물론 나는 쓰레기를 가득 품지 않았지만

나를 돌보지 않았던 나의 무례함과

그를 외면함으로써 받게된

끔찍한 통증을 주렁주렁 달고서

마치 진흙덩어리 뭉치처럼 꼼짝을 못하고.


울었다

2년전 그때처럼


너무도 일하고 싶은 곳들이 생겼고

그곳에 가서 면접을 보고 꿈을 키웠었던 그때

나를 울린 것은

다름아닌 버스에 앉은 나였다


버스에 앉는게 너무도 괴롭고 힘들었다

앉아있는게 아팠다

일에 대한 꿈을 꾸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앉아서 하게될 출퇴근 걱정을 하며

쉬어지지 않는 숨을 고르며

주변에 수많은 눈들을 무시한채

엉엉 울었다


눈물콧물 할것 없이

엉망진창으로 꺼이꺼이 울어내고

옷으로 그것들을 닦아내고

마음에 장마가 온 것을 확인하고나서야

나의 울음은 그쳤다


_


어쩌면 눈이 감는 순간까지

나의 아픔을 이해하고, 이해해야한다는걸 안다

감내해야하고 이겨내야 한다는것도 안다


기어코 출근을 하자마자 퇴근을 찍고서

서울의 재활병원을 찾아 헤매다

늘 듣던 소리, 늘 듣던 치료법을 되뇌는

의사선생님의 앵무새같은 말에

아니 사실 엑스레이 속 나의 가냘픈 뼈에

박혀 처연히 빛나고 있는 못들에게

문득 동정이 자리하고서,

선생님 앞이라는 사실도 무시한채

나는 그만 엉엉 울고말았다

엄마가 자리하지않아 우는 어린아이처럼


_


나의 아픔엔 사실 대부분 선이 돌아오지만

아픔이라는 건 되게 이중적인 면이 있어서

막상 그 선을 받는 나는

그걸 반드시 악으로 여길때가 많다


엄마의 걱정어린 말이나 물음이

되려 나의 아픔을 당연히 100%에 가깝게

이해해야만 한다 여겨지는 그 사람에게

뾰족한 형태로 되돌아간다


그런 면에서 나는 엄청난 악인이라고도 생각한다

나는 사회를 마냥 악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항상 그래왔고

그 순간들은 나에게로 하여금

용기를 쥐어주는 것 같다


조금은 못되게 굴어도 괜찮다는


.


선생님과의 눈물어린 상담이 끝나고서

나온 나에겐 다 젖어버린 휴지몇장이

쥐어져 있었고 조심스럽게도 가격표가 들이밀어졌다


조용히 건네진 물병과 침묵에도

나는 쇠창살에 꽂힌 글자들에

왠지 모르게 차갑게 버림 받은 듯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왠지 모르게 간호사 선생님을

나는 또 죄인으로 만들었다


_


어떤 자세도 나에게 편함을 주지 못한다는 감정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가?


원래의 나에겐 가만히 서있는게 가장 고역이었다

그나마 나은건 앉아있는것

숨을 쉴 만한 안정을 느끼는 건 누워있는 것


지금의 나에겐 그 어떤 자세를 취해도

고통의 정도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렇게 되면 숨만 쉬어도

들숨에 고통이 더 세지고

날숨에 고요한 순간 뼈의 비명이 들린다


아무리 긍정적인 사람도,

행복만을 쫓아 살아가자는 의지를 지닌 나조차도

마치 우울증말기인 사람처럼

발언을하고 표정을 구긴다

몸의 아픔이란 그런것이다


_


인간은 참 모순적이게도

행복과 인생의 진리를 찾아헤매다가

그게 누구든 시키지 않아도

당장의 고통 앞에선 결국 불안을 느낀다


나 또한 지금의 고통이 나의 삶을 흔들만큼

강하기 때문에 이런 말들을 쏟아내는 것이다


분명 지금은 보이지 않는

한치 앞의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나는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인생의 고통-행복의 순리에 대해 떠들겠지


솔직히 지금은

이 뻔한 술수같은 과정이

내 예상대로 뻔하게 흘러가서

나를 웃게하길 바란다


누워있는것도 괴로운 지금의 나는

우주 다큐멘터리를 향해 눈을 빛내며

내가 우주의 먼지의 먼지도 안되는 작은 존재이므로

이런 고통 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광활한 섭리에 기대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결국 나를 더 행복하게 살게 할

이유가 과정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_


나의 꿈에는 곱절의 용기가 필요하다

비행기 하나 타는것도

나에게는 목숨을 걸고 타는것과 다름없다

폐소공포증에 공황장애에

앉아있음에 극한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나에게

그 누구도 이런 사정을 알게되면

오버한다고 마냥 비하하지 못할 것이다


병원을 집밥먹듯이 들락날락거리며

치료받는것이 일상인 지금의 나에겐

더더욱 그렇다


해서 나에겐 곱절의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내 관점이어서가 아니라

나의 꿈은 그만큼 나에게도

사실은 많이 버겁고 큰 존재라는것을

조금은 티내고 싶은가보다


_


내가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건 아마 안락사 일거에요

너무도 끔찍한 고통에

이제 그만 편안히 가게 되는거죠

그동안 나는 즐겁고 행복하게

하고싶은것만 골라하며 살래요






/ 엄마에게 한 말 중_




작가의 이전글인과 연이라 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