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플록스 줄기에 허물을 남기고 날아갔다
아이들 놀이터 옆 화단에
나무 잘려 좁은 빛이 드는 터
그는 꽃밭을 만들었다
메리골드, 수레국화, 나팔꽃이 피고
목이 기다란 풀협죽초도 옆에 있었다
잘린 나무의 상처가 꽃들에 덮였다고
멀리 있는 친구에게 자랑했다
그해 추운 겨울을 견디고
풀협죽초는 두 해째 분홍꽃을 피웠다
긴 장마가 햇살 끝에서 마르고
꽃은 저 홀로 바람에 흔들리는데
푸른 밤에 꽃을 끌어안았던 그
헌 옷 남겨놓고 하늘로 갔다
허물 속에 갇혀버린 시간
추억이 꽃대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