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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훈 Jul 03. 2024

풀협죽초

매미가 플록스 줄기에 허물을 남기고 날아갔다



아이들 놀이터 옆 화단에

나무 잘려 좁은 빛이 드는 터    

그는 꽃밭을 만들었다     


메리골드, 수레국화, 나팔꽃이 피고

목이 기다란 풀협죽초도 옆에 있었다      

풀협죽초(플록스)


잘린 나무의 상처가 꽃들에 덮였다고 

멀리 있는 친구에게 자랑했다     


그해 추운 겨울을 견디고 

풀협죽초는 두 해째 분홍꽃을 피웠다     


긴 장마가 햇살 끝에서 마르고

꽃은 저 홀로 바람에 흔들리는데       


푸른 밤에 꽃을 끌어안았던 그

헌 옷 남겨놓고 하늘로 갔다     


허물 속에 갇혀버린 시간 

추억이 꽃대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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