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빅토리아 편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태평양 너머 한국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 캐나다의 흐름마저 바꾸고 있었다.
그는 멕시코에 장벽을 세웠고, 그 장벽은 어느새 캐나다인들의 마음속으로 옮겨오는 듯했다.
한국에 쿠팡이 있다면, 캐나다엔 아마존이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집 앞에 놓이던 택배 물건들은 어느 날부터 점점 뜸해지기 시작했다.
구리를 주 수출품으로 삼던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주는 큰 타격을 입었고, 사회 초년생인 아이는 AI에 이어 트럼프까지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당연히 국내소비를 격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상대적으로 미국행 여행 경비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캐나다인들처럼, 아이는 여행지를 캐나다 국내로 바꾸자고 제안했고, 나도
흔쾌히 동의했다.
그것은 일본이나 중국 등 동남아 여행이 더 싸더라도, 굳이 제주도를 선택하게 되는 마음과도 비슷했다.
그렇게 우리는 빅토리아를 향해, 짧지만 특별한 여행을 시작했다.
중간에 동행을 태우고, 그녀가 소개해준 현지 중국 식당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평소 음식을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아침 7시에 중국 음식이라니... 조금 고민이 되었다.
‘흠, 너무 기름지지 않을까...’
# 라이스 포크 누들, 10달러( 팁포함) - 만원 정도
#VAN. TEA CAFE. 리치먼드
걱정과 달리,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는 없었고 두부와 고기를 섞은 듯한 맛은 예상외로 담백했다.
면발은 부드러웠고, 국물은 깔끔했다.
팁까지 포함된 가격이라, 이른 아침 식사치 곤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예정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한 우리는, 페리 터미널로 바로 가지 않고 인근의 트와슨 몰에 잠시 들렀다.
생각보다 규모가 꽤 컸고, 이른 시간이라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트와슨 몰에 들어서자,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몰 안에 있는 Bass Pro Shops 매장은 마치 박물관 같았다.
몰 안으로 들어서자 천장 가득 날아오르는 새 떼며, 사슴, 곰에 시선이 사로잡혔다.
날갯짓이 그대로 멈춘 듯한 모습은 압도적이었고, 잠시 감탄이 나왔다.
하지만 놀람도 잠시. 그것들이 ‘박제’라는 설명을 듣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왜일까. 생명력이 넘쳐 보였던 순간이, 갑자기
날고 있는 것이 아니라, 멈춰 있는 것이었다.
잠시 엄숙해져서, 그들에게 고통이 없었기를 조용히 빌었다.
#에이티브이, #컴파운드 보우
숲을 재현한 듯한 매장 한가운데엔 사냥꾼 마네킹이 나무에 올라 활을 겨누고 있었다.
정교하게 만든 세트와 장비들, 그리고 정지된 동작 속에서도 생생함이 느껴지는 자세가 묘하게 긴장감을 자아냈다.
박제 앞에서 느꼈던 묘한 숙연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인간의 시선이 더 깊이 개입된 ‘사냥’의 세계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앞에서 큰 개가 성큼 다가왔다.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얌전하고 느긋한 걸음, 두툼한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며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누군가의 반려견인 듯, 하와이안 꽃무늬 스카프를 두른 모습이 퍽 귀엽기도 했다.
순간 긴장감이 누그러지고,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개가 걸어 다니는 몰이라니, 한국에선 본 기억이 없다.
#세인트 버나드 - 강아지도 입장 가능한 몰 ^^
#페리 터미널
이윽고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자, 기대와 약간의 설례는 마음을 안고 페리에 올랐다.
때로는 더 많이 가지기 위해서, 혹은 자국민을 우선시한다는 명분으로 내려지는 결정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이 국가와 국가 사이의 일이든, 개인과 개인 사이의 일이든,
그 속에 숨은 극단적인 사고방식은 결국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단절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언제쯤이면 사람들은 그 단순한 진실을 깨닫게 될까
아이는 말하기도 했다.
AI 기획자들이 지금은 수십억의 급여를 받지만,
언젠가 인류가 원자폭탄의 발명을 재앙이라 부르듯,
AI 역시 미래의 어느 날 우리에게 폭탄처럼 되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 책임은,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결국은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어두운 몫일 것이라고.
바람을 안은 자연은 이토록 아름다운데,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인간은 왜 자연처럼 비우고 살지 못할까? 나는 자연 앞에서 왜 또 내 삶을 떠올릴까.
페리 위에서 바라본 바다와 하늘은, 말없이 높고, 푸르렀다.
서로 다르지 않았고, 위도 아래도, 같은 색이었다.
#쿠팡#아마존#트럼프#국내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