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달에 머문다면

- 30화 마지막, 시간을 밟고

by 금희

졸던 달은 전깃줄 위에 걸리고 멈춘 시간은 별빛아래 잠겼다.


[반쪽달에 머문다면]


기억 저편,
끊긴 다리를 허공에 던졌다.

말없는 구름에 바람이 스미고,
식지 못한 숨결 위로 달빛이 번졌다.
꽃잎은 흘러, 밤이 피고

부서진 빛 하나
다시 하나로 이어질 달에 머문다면,
바람 일렁이는 물결 위
아지랑이 번질까.

달이 나뉘던 날.
내 품에 고인 하늘.
다시 돌아 눈 맞출 수 있을까.

어쩌면 지훈에게, 지나간 시간의 조각을 맞추는 일은
끝을 정리하는 에필로그가 아니라
새로운 내일을 여는 프롤로그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순간을 그렇게 쓰고 싶었다.
그러나 되돌릴 수 없는 아련함이
자꾸만 문장을 내일로 끌어당겼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오늘은 여전히 그리움으로 물들어 있었고,
나는 그저 그 빛깔을 파스텔처럼 곱게 펼쳐두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중년이 되고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은,
시작과 끝은 언제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였다.



“시간이 참 많이 흘렀죠?”

지훈의 머리카락이 까맣게 빛났다.
수잔의 시선을 느낀 듯, 그는 멋쩍게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하하, 수영 씨 만난다고 염색했는데… 어색하죠?”

그랬다.
그는 수잔의 한국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수잔의 눈가가 문득 젖어들었다.
눈물의 의미를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멀어진 시간 때문인지, 반가움 때문인지.

눈물을 숨기듯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 손이
가볍게 떨렸다.
그도 말없이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어색한 침묵을 깨듯, 수잔은 미소 지었다.
“잘 지냈어요, 지훈 씨?”

10년 만의 인사치고는 짧고 간단했다.
이상하게도 그 앞에서는 말이 길었던 적이 없었다.

“네. 수영 씨도 좋아 보이네요.”

서로의 눈이 마주친 순간,
흘러간 시간을 위로하듯
눈발이 하얗게 흩날리던 그날처럼
창밖에는 꽃잎이 날렸다.

“여기 좀 답답하지 않아요?
나가서 걸을래요? 날씨도 좋은데…”

지훈의 제안에 수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가로수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과 바람이 뒤섞였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가 겹쳐지고,
오랫동안 닫혀 있던 시간들이
한 줄기 빛처럼 스며들었다





시간을 밟고

잊혀진 기억이 아프다.

연재를 마치며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브런치북을 연재하며 여러모로 매끄럽지 못했음에도 너그러이 라이킷해주시고 ,
수잔의 이야기를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음 이야기가 있다면, 그때는 조금 더 나은 글로 찾아뵐게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