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7일

2025.11월 17일 공항에서

by 금희

계속되는 안내 방송에 자연스레 귀가 쏠린다. 혹여 내가 탈 비행기를 놓치기라도 할까, 마음 한편이 바늘처럼 곤두서 있다. 20년 넘게 직접 운전만 하다가 대중교통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금은 어색하다. 한때는 버스 요금도 몰라 멈칫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당황스러움이 문득 떠오른다. 나와 직접 관련 없는 일에는 그렇게나 무심했던 성격이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나를 따라다닌다.


쉰이 되고 나니, 삶을 돌아보는 일이 잦아졌다. 창밖 풍경이 빠르게 스쳐가듯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하는 질문이 순간순간 머리를 때린다. 후회라기보단, 어쩐지 빈틈을 손끝으로 더듬어보게 되는 느낌에 가깝다. 그러다 보면 영화처럼 시간이 잠깐 뒤로 감기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조금만 더 천천히 갈걸.” 그런 생각들.


아침부터 바람이 유난히 거셌다. 건물 밖으로 한 발 나서는 순간 돌풍이 몸을 훅 덮쳤고, 사람들 걸음이 마치 일정에 쫓기는 것처럼 빨라졌다. 목덜미를 파고드는 찬바람에 옷깃을 세우고 카카오택시에 올라탔다.


매번 캐리어 없이 다니겠다고 다짐해도 짐을 챙길 때면 늘 계획이 어긋난다. 하나라도 빠지면 다시 사야 하고, 또 그 물건들은 쉽게 버리지도 못한 채 방 한구석에 남는다. 서랍 안엔 쓰지도 않는 충전기와 이어폰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예전 같으면 기억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건망증을 핑계 삼아 리스트를 꼭 적어둔다. 나를 나 자신이 믿기 어려워진 나이.


택시는 경쾌하게 출발했다. 빠르고, 요금도 투명하고, 기사님들 대부분 친절하다. 창밖을 보며 ‘세상 편해졌네’ 싶다가도, 이내 익숙함이 사라진 듯한 공허로 마음 한편이 묘하게 얼룩진다. 공항 근처에 오자 우버 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기사님의 말이 듣는 둥 마는 둥 스쳐 지나갔다.


집에 머무는 동안에도 세상은 쉼 없이 변했다. 어찌 나만 그대로일 수 있을까. 장거리를 기차 대신 비행기로 오가게 된 것도 그 변화 속 한 조각이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서울, 부산 왕복 항공권이 기차보다 싸질 때가 많다니, 수속의 번거로움은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불편함도 금방 익숙해진다.


하지만 국내선은 늘 예측하기 어렵다. 잦은 지연, 갑작스러운 게이트 변경. 잠깐 딴생각했다간 비행기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목덜미를 당긴다. 비행시간은 짧아도 사고는 크다는 생각이 스치면, 별일 없겠지 하면서도 괜히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때때로 ‘유언이라도 남겨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 떠오른다. 어쩌면 안전이라는 단어 자체가 착각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또 하루를 살아낸다. 불안과 낯섦, 익숙해지기 힘든 변화들 사이에서 가끔 비틀거리더라도... 결국엔 계속 움직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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