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자의 기록

-10화: 마침표는 제2막의 시작

by 금희

-제2막을 시작하고 싶다면 마침표를,
1막을 끝내고 싶다면 도돌이표를.

그는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상추 대롱을 씹으며 쓴즙을 넘길 때도, 시끄러운 뉴스를 볼 때도, 청소기로 세상의 먼지를 모두 빨아 당길 듯 밀고 당길 때도,
머릿속은 온통 자신이 날것으로 뱉어 놓은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찾느라 바빴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매번 나의 운명이 그의 손에 의해 서랍 속에 쌓여만 가자, 더는 인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먼저 말을 꺼낸다.

“너는 경리를 어둠 속에서 꺼내려 애썼지.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잖아.
단지 환경을 바꾼다고, 어느 날 갑자기
그녀 안의 오래된 상처들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걸. 그래서 넌 결국 경리를 절벽 위에 세워 두고 문을 닫았어.
독자의 몫이라는 말로, 네 책임을 밀어낸 채.”


“경리를 죽일까? 아니, 현수를 죽여?”
“아니야, 한국 사람들은 해피엔딩을 좋아해.”
너의 혼잣말은 늘 도돌이표처럼 제자리로 돌아왔지.
결국 결론도, 대답도, 모두 너의 몫이었어.

“나, 박태석은 어땠어?
넌 내가 반성하는 대신, 현수를 원망하고 술에 기대 평생을 허우적대게 만들었지.
나는 그렇게 폐배 속에 가라앉은 사람으로 그려졌어.”

“현수는 이 이야기의 악이라 했지만, 누군가를 실제로 다치게 한 적은 없어. 적어도 육체적으로는.
그는 그저 말했을 뿐이야. 세상이 원래 그렇다고.
너도 알잖아. 현수는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너 안에 있어.”

“경리도, 나도, 현수도... 우리 모두는 너야.
넌 경리처럼 다치고, 나처럼 도망치고, 때론 현수처럼 살고 싶어 하지.
그게 더 쉬워 보여서.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까.”

누구도 어둠을 마냥 앉아 순순히 받아들이고 싶진 않아. 네가 어떻게든 도망치려는 게 느껴져.
햇볕 아래서, 환한 곳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춤추고 싶겠지. 그래서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죽음을 택하고 싶지만 너무 뻔한 결과에 망설이고 있지.

그런데도 나는 알아.
넌 끝내 돌아올 거라는 걸.
결국, 네가 주저했던 결론을 어떻게든 만들어낼 거라는 걸.
왜냐고?
현수가 그랬잖아.


“너도 기억하고, 나도 기억하는 얘기.
그럼 아직 끝난 게 아니야.”


그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만약 현수가 그냥 살아있는 채로 사라진다면?
이야기는 모호함 속에서 ‘끝나지 못한 이야기’로 남겠지?

현수가 변했다면? 그럼 이전의 잘못은 모두 용서가 될까?

이 또한 권선징악의 전통적인 카타르시스를 독자로부터 빼앗는 게 될까? 아니, 권선징악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잠깐의 눈속임이지만 그는 어느 날 돌아와서 다시 글을 시작하면 될 거야.

그리고 나 박태석과 어둠 속에 남겨진 경리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 놓겠지. 선악과와 이브의 섬의 이름으로.

그렇다면,

오늘, 이곳을 기억하며 남겨진 자는 누구 일까?


태석은 이 외계의 푸른 행성에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어떻게든 찾아야 했다.

별은 소리 없이 부서지며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