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시간을 밟고 1화

by 금희

모든 것이 정지된 듯했다.
내가 떠난 그 자리에, 시간마저 걸음을 멈춘 채 그대로였다.
10년 만에,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집’이라 부르기엔 어쩐지 낯설고 조심스러웠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뒤집힌 신발 한 짝.
그 신발을 가지런히 맞춰 신발장에 조심스레 올려두었다.
여행 가방은 현관에 세운 채,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으로, 머리로. 마치 이곳의 공기를 다시 기억하듯.

벽에 걸린 사진 속, 나보다 낯선 젊은 내가 웃으며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벽난로의 꺼진 불은 까맣게 식어 재만 남았고, 그 사이로 오래된 묵은 향기를 품어내고 있었다.

벽난로 위 선반에 쌓인 고지서들은 먼지 속에 파묻힌 채 켜켜이 눌러있었다.
종이의 가장자리는 바스러질 듯 말라 있었고, 잉크는 바랜 채 흔적만 남아 있었다.
선명하게 각인된 세월의 덧칠은 여기저기 흩어져 얼룩을 남기고 가구의 흠집으로 떠나온
시간을 말해주고 있었다.

덮쳐오는 기억의 잔상을 떨쳐내며 S는 커튼을 젖혔다.
습기를 머금은 찬 공기가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아직 어두운 이른 새벽,
잠든 나뭇잎 사이로 건너편 집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지나간 날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아니면 다가올 날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불빛은 미련스럽게 아렸다.

S는 창문 앞에 숨죽이며 조용히 멈춰 섰다.
세상은 이미 어둠을 털고. 조금씩 아침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문을 열고 낯선 찬 공기를 들이마실 용기조차 쉽게 나지 않았다.

이 집을 갖기 위해 젊음을 모두 바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S는 지금 이 집을 떠나보내기 위해 돌아왔다.
순간, 뒷목이 묵직해지고 정수리가 얼얼해졌다.
빛이 바랜 소파 위에 털썩 주저앉은 S는, 오래된 거미줄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