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전의 여행
재수가 끝났다.
대학에 합격했고, 성인이 된다면 가장 해보고 싶던 것을 해보기로 했다.
바로 중동 배낭여행.
특히 팔레스타인에 가고 싶었다.
여권을 만들고 (군대 때문에 4년 단수여권으로 나옴), 갈 나라들을 정리했다.
여행 관련 어플도 구글맵 말고는 아는 것이 없어 달력에 수기로 일정을 써 내려갔다.
터키-이집트-이스라엘-팔레스타인-요르단-오만-태국
남들은 유럽으로 많이들 갔지만, 원체 유럽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스탄불에서 스톱오버로 3일간 머무를 비행기표를 끊었다.
엄마는 혹시나 내가 해외에서 눌러앉을까 걱정이었다.
개강 전 8월 말에 방콕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타이항공 티켓도 미리 끊어 놓았다.
비자와 투어들을, 출국이 반년도 넘게 남았지만 미리 메일을 보내가며 알아보았다.
엄마도 한시름 놓으며, 새로운 안경을 맞추러 가는 김에 도수 있는 선글라스를 사 주셨다.
(그 선글라스는 지금도 잘 쓰고 있다. 많은 여행을 함께했다.)
배낭을 알아보며 여행 전 체력을 기르기 위해 헬스장에 다니고 있었다.
그 헬스장은 동네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3층 이상에, 일반 헬스 기구와 필라테스, 그리고 사우나까지 있었다.
목욕을 마치고 나와 머리에 물을 털어내며 벽에 걸려있는 티브이를 보았다.
중국의 어느 도시에서 무슨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고, ytn 뉴스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신종플루와 에볼라를 겪어본 입장에서, 잠깐의 해프닝이거나 하며 별생각 없이 넘겼다.
어느 날 한국에 그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터키항공과 타이항공에서는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며 메일이 왔다.
터키항공은 바로 환불을 진행하였으나, 타이항공이 파산하며 내가 그 돈을 돌려받은 것은,
그 당시로부터 아주 먼 미래였다.
그렇게 첫 여행을 꿈에 부풀어 계획만 짜다가 짐을 싸기도 전에 마쳤다.
헬스장은 바이러스가 퍼지고 반년도 못 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