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
저는 아직 휘트니 휴스턴보다 노래 잘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보컬을 뛰어넘는 가수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 지난 가수들을 다시 조명하는 동영상이 있어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정말 저의 지난 시절을 반짝이게 만들어 주었던 가수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휘트니 휴스턴을 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신이 내려준 목소리로 팝계를 뒤흔들며 나타났고,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날아 올라갔죠. 그리고 너무도 안타깝게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던 그녀의 모습이 저의 추억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었습니다.
제가 그녀를 처음 본 것은 아마도 지상파에서 해주었던 미국 그래미 어워드 녹화 방송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그녀의 노랫소리는 어떤 사람이 들어도 “노래 잘한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대적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저의 소장 CD에 그녀의 2집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그녀의 앨범은 2집 같습니다. 주옥같은 명곡들이 수록되어있죠.
휘트니 휴스턴 2집 수록곡들
I Wanna Dance With Somebody
Just The Lonely Talking Again
Love Will Save The Day
Didn't We Almost Have It All
So Emotional
Where You Are
Love Is A Contact Sport
You're Still My Man
For The Love Of You
Where Do Broken Hearts Go
I Know Him So Well (Duet With Cissy Houston)
2집 첫곡인 “I Wanna Dance With Somebody”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저 역시 그녀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노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 세계가,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만큼은 휘트니 휴스턴이란 외국 가수를 각인시킨 노래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외국 가수중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성공한 가수와 노래가 있었던가 싶습니다. 바로 영화 “보디가드”의 주제가 “I Will Always Love You”입니다.
(위의 장면은 I Will Always Love You 뮤직 비디오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의 컷입니다.)
영화 보디가드는 1992년 영화입니다. 그런데 영화 OST를 말할 때 아직도 이 영화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이 이 음악이 얼마나 대단한지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요?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 우리는 그녀의 노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영원히 그녀의 노래를 회자할 것 같군요.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그녀도 추락을 합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은 정말 없나 봅니다. 그 엄청난 재능과 달리 그녀의 삶은 행복과는 멀어져 갑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의 다큐멘터리가 나왔고 그 속에서 그녀의 삶은 너무도 불처럼 타올랐다가 사그라듭니다. 그녀의 삶이 피폐해지고 가수로서의 전성기가 지난 그녀의 모습은 참 안타까왔습니다. 신체적인 노화로 노래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팬으로서 전혀 실망스러운 모습이 아닙니다. 그러나 불행한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채 피폐해진 그녀의 모습을 접했을 때 정말 충격적이고 참담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래미 어워드 전날 싸늘한 주검으로 호텔에서 발견됩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이 말을 자주 떠올리며 곱씹어봅니다. “등산의 완성은 잘 내려오는 것이다.” 우리는 저 높은 꼭대기만을 바라보며 올라갑니다. 산 정상에 서는 것이 목표가 될 수는 있지만 등산의 완성은 아닙니다. 산꼭대기 정상에서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내려와야 합니다. 내려와서 따뜻하고 안락한 집에 피곤한 몸을 쉬게 하며 그동안의 여정을 돌아보고 미소 지어야 합니다. 성공했다는 많은 사람들의 화려한 모습을 우리는 보게 됩니다. 특히 화려한 대중스타들의 모습은 동경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정상에서 잘 내려오지 못하는 그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노래를 잘했던 여인 휘트니 휴스턴. 그녀의 전성기 때 목소리는 아직도 대적할 자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삶의 완성을 이룰 수 없었던 불행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녀의 노래는 저의 안타까운 마음을 지금도 어루만져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