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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Jan 16. 2022

하기 싫은 독서보다 좋은 유튜브 시청이 낫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책 읽는 사람 (iPad 7, Adobe Fresco)

자기 계발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 계발이란 화두와 함께 떠오르는 것이 “책”입니다. 자기 계발과 책은 바늘과 실의 사이 같이 세트메뉴로 여겨집니다. 독서는 현재 좋은 실천항목들 중 첫 손에 꼽히는 것 같습니다. 거의 모든 목표의 실행 과정에서 독서가 포함되더군요.


책 리뷰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뭔가 도움 될 것 같다고 여겨지는 콘텐츠들은 거의 대부분 책의 내용을 인용하거나 활용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책을 선택하는 안목과 식견이 전제조건이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쉽게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겠더군요. 요즘은 텍스트를 진짜 사람처럼 읽어주는 서비스들이 있어서 그럴싸한 배경에 자막, 그리고 AI목소리만 입히면 유튜브용 콘텐츠가 완성됩니다. AI가 읽을 대본은 책의 내용을 그대로 써주면 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콘텐츠들이 의외로 조회수도 높다는 것이지요.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하기 싫은 독서보다 좋은 유튜브 시청이 낫다.


우리는 책에 대해서 무의식적으로 신성한 위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을 동경하고 독서를 하지 않는 나 자신을 비하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이 강연을 하는데 책에서 얻는 것 못지않게 유튜브에서도 좋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가 엄청난 저항을 받았다는 경험담이 떠오릅니다. 책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언행을 견디지 못하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책 읽는 사람 (iPad 7, Adobe Fresco)


물론 책은 확률적으로 좋은 내용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점에 가서 아무 책이나 집어 들어도 그 책의 내용은 높은 확률로 나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나에게 해를 입힐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자본주의 시장의 원리가 발현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터넷 세상에 돌아다니는 각종 정보들, 유튜브나 SNS에서 유통되는 정보들의 유해성은 막대한 규모나 대중성이 높은 시장의 필요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책들은 아직 유해성이 침범하기에는 규모도 모자라고 대중성도 떨어진다고 자본주의 시장이 판단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10개의 책들 중 1개의 책이 나쁘다면, 디지털 세상에서는 1000개의 콘텐츠 중 100개가 나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비율적으로는 디지털 세상의 정보들도 좋은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는 선택을 위한 고민의 수고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양질의 정보 수만 보자면 책들보다 유튜브 속 좋은 영상의 수가 결코 적지 않습니다. 다만 나쁜 콘텐츠의 수도 많을 뿐이죠. 우리는 적극적으로 검색을 하고 정보의 질적 수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합니다.


책은 양질의 콘텐츠가 높은 비율을 차지해서 선택의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 또한 존재합니다. 점점 시력이 저하되고 있는 저에게는 종이 책의 글자 크기는 너무 작습니다. 책의 지면에 두 손가락을 대고 확대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죠. 당연히 좋은 구절 검색도 저장도 어렵습니다. 점점 자신의 공간을 차지하는 책들의 부피는 나를 조여옵니다. 책 가격도 무시하지 못하죠. 환경보호의 시대에 종이의 원료가 나무라는 것도 거슬립니다.


중요한 것은 형태가 아니라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디지털 속에 살고 있지만 디지털을 천대합니다. 여가 생활의 대부분이 이미 컴퓨터 게임으로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박멸해야 하는 바이러스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아직 강합니다. 유튜브는 이제 가장 대중적이고 영향력 있는 미디어가 되었는데 우리는 가치를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게임에서 얼마나 좋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지, 유튜브에서 인생을 아우르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지 인정하지 않습니다. 결국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아날로그 형태 속 정보만이 신성하다고 생각합니다.


2022년, 하기 싫은 독서를 꼭 새해 목표로 삼지 않아도 되는 시대입니다. 그보다 유튜브에서 좋은 콘텐츠를 찾아서 보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넷플릭스에서 세상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한 달에 한 번은 보겠다고 마음먹는 게 억지로 하는 독서보다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책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책 속의 내용은 사라지면 안 됩니다. 하지만 종이 책의 형태는 사라져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것이 스마트폰 속의 유튜브입니다. 그들에게 종이 냄새, 인쇄된 활자의 맛, 종이 넘기는 손끝의 감촉이 생길 수가 있을까요?


(팬데믹의 여파도 있었지만) 극장에서 봐야 하는 것이 영화의 본질이라고 설파했던 거장 영화감독들과 평론가들은 이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적극적으로 넘어가고 있고, 최고의 평점을 주고 있습니다. 구시대의 산물인 지상파 방송들도 이제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해서 유튜브에 종속되는 것을 감수합니다.


책은 수많은 옵션 중 하나이지 책을 많이 읽는다고 우쭐하거나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고 주눅 들 일이 아닙니다. “부자가 되려면 책을 읽어라.” “자기 계발에 책은 필수이다.” “책을 100권 읽으면 나타나는 변화.” “1년에 몇 권은 꼭 책을 읽어라.” 등등 말이 많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좋은 정보를 얻어라!”


모든 형태의 콘텐츠에서 좋은 정보를 얻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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