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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Jan 19. 2022

영화가 과학에게 낭만을 가르치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영화 "컨택트"의 한 장면 (iPad 7, Adobe Fresco)

(영화 "컨택트"와 "이터널 선샤인"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컨택트"(원제: Arrival)는 난해한 과학적인 영화라고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외계인이 나오고 과학적인 소재들로 채워져 있으니 당연한 것이겠죠. 하지만 컨택트는 매우 낭만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영화가 과학에게 낭만을 가르치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매우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이야기로만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컨택트와 비슷한 맥락의 과학적 이론의 틀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영화 “컨택트”와 “이터널 선샤인”은 과학의 결정론과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를 사랑이란 주제를 가지고 낭만 가득한 영상 언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과학은 세상의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양자 역학에서는 다르게 말할지도 모르겠군요.) 물체의 속도와 위치만 알 수 있다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최초의 시작점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결정된 에스컬레이터 위에 서있는 것뿐이죠.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대로 미래가 펼쳐진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과학은 인간의 자유의지란 허상이고 착각이라고 말합니다. 참 허무합니다.


영화 "컨택트"의 한 장면 (iPad 7, Adobe Fresco)

영화 "컨택트"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당신의 미래를 다 볼 수 있다고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외계인과 대화를 하기 위해 그들의 언어를 공부하는 주인공은 놀라운 능력을 얻게 됩니다. 지구를 찾아온 외계인의 언어에는 “시간”이란 관념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한 번에 과거, 현재, 미래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죠. 그들의 언어를 습득한 주인공 역시 전 시간대를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미래에 자신의 자녀가 죽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선택하죠.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한 장면 (iPad 7, Adobe Fresco)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사랑했지만 헤어진 연인과의 기억 때문에 괴로워하는 주인공이 나옵니다. 그는 연인과의 기억을 지우게 됩니다. 상대방 연인도 그에 대한 기억을 지우죠.  하지만 그 둘은 똑같은 과정으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연인이 되려 하죠. 그러다 둘은 자신들의 과거를 깨닫게 됩니다.  주인공은 또다시 헤어질 것이 뻔하지만 그녀와의 사랑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결정되었고, 우리의 자유의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영화는, 예술은 아주 낭만적으로 풀어냅니다. 세상이 결정되어 있어서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기꺼이 알면서도 그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내 자녀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그와의 사랑을 선택하는 영화 컨택트. 괴로운 헤어짐이 저기 앞에 보이지만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 과학의 눈으로 보면 결정된 굴레를 돌고 있다고 판단하겠지만 영화는 비극을 알면서도 선택하는 사랑의 낭만을 그립니다.


이것이 영화, 즉 예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과학의 이론이 맞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설명하는 예술적 표현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가난한 두 맹인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두 맹인이 물건을 팔고 있었습니다. 한 맹인은 자신의 눈이 안 보여서 얼마나 인생이 어려운지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물건은 별로 팔리지 않았죠. 다른 맹인은 종이에 이렇게 적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화창한 5월의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아시나요? 저는 그 하늘을 볼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 맹인을 지나칠 수 없었고 물건은 모두 팔렸습니다. 문학의 힘을 잘 설명해주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문학.. 예술의 힘은 그 어떤 것 보다도 강합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소한 예술적 요소들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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